대학교 시절 하숙집에 묵을 때 옆방에 국문과 언니가 한 분 계셨다. 4학년이라 취업 준비하느라고 매일 바쁘게 돌아다니며 이력서, 자소서 작성으로 하숙방에서도 글쓰기에 바빴다.
어느 날은 언니 방에 초대를 받아 방구경을 하게 되었다. 우연히 자소서가 눈에 띄었고 읽어봐도 되느냐고 물었다. 내가 취업을 위한 남의 자소서를 본 것이 그 때가 처음이었는데 언니의 필력에 놀라고 말았다. 소설 내지는 수필 한 편은 읽은 것처럼 자소서가 아니라 차라리 작품이라고 해야할 정도로 세상에 예시가 없던 자소서였다.
“언니 글을 너무 잘 쓰세요!”
언니는 쿨하게 “뭘~ “ 하고 말했다.
그 자소서에서 처음 이 글을 보았다.
“냉철한 머리, 뜨거운 가슴”
얼마나 멋진 말인가! 대학교2학년 어린 아이는 이 말이 그렇게 멋있어 보였다. 이성과 감성을 겸비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이라는 점을 어필하고 있구나! 나도 취업할 때 저런 멋진 자소서를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때부터였는지는 확실치 않다. 생각은 냉철하게 하고, 따뜻한 마음을 잃지 말자는 것. 그래서 우리는 대충 살기보다는 열정을 다해 최선을 다하며 살고, 따뜻한 가슴으로 주위를 품고 나아가자는 다짐을 품은 것 같다, 그 다짐은 어쩌면 당연하고 바람직한 것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모든 사람들이 열정을 다해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대충하다 포기하는 것보다 나으며, 인생이란 원래 그렇게 힘이 들어가는 것이라고 알고 살았다.
그러나 열정적으로 살아온 동안 참 힘든 일이 많았다. 힘주어 산 만큼 힘 빠지는 일이 생겼을 때 좌절해야 했다. 나의 열정으로 이루어진 좋은 결과가 폄훼되거나 인정되지 않았을 때 억울하고 괴로웠다. 심지어 “선배는 왜 그렇게 일을 열심히 하고 지랄이야!!” 라는 말도 들었다. 그 때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열심히 해도 지랄이다!’ 하고 말았을 뿐. 왜 열심히 한다고 욕을 먹어야 하는지 몰랐다.
자기 일에 열정을 가진 사람은 멋지다. 자신감을 가지고 몰입하는 순간과 열정을 다해 매진했을 때의 희열은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요, 내가 일을 하는 이유다. 나는 돈보다 멋짐을 택했던 것 같다. 어차피 월급쟁이 보람이 뭐가 있겠나, 뭔가 내가 열심히 해서 해냈다는 자기 만족이지. 그러나 뜨거운 가슴으로 열심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스스로 자기 자신을 힘들게 하여 결국 겪지 않아도 될 실패를 겪게 하는지 나는 이제 지천명이 다 되어서야 깨닫게 되었다.
열심히 사는 것은 디폴트(Default)다. 그러나 열심히 산다는 자기 만족은 진공관 속에 연기처럼 방향성이 없다. 열심의 기준은 나 자신에게 있고 스스로 당근을 주고 채찍질 해댄다. 왜 이토록 가슴 뜨겁게 살아왔는지, 그래서 나는 무엇을 얻었는지 생각해보는 이 시점, 나는 만족스러운 삶이 뜨거운 가슴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슴이 뜨거워서 힘들었고, 실패하기도 했다. 열정이 너무 많아서 냉철한 판단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열심히 달렸는데 엉뚱한 곳에 와 있었다. 가슴이 뜨거워서는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성을 제시해줄 수 없다는 사실을 사업이나 직장, 신입사원이나 경단녀, 승진을 하고 싶고, 창업을 꿈꾸는 모든 일하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성공하는 삶의 지혜, 그 핵심은 가슴을 차갑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더 차갑게’가 되어야 한다.
한 줄 워딩이 멋져 보이려면 가슴을 옴팡 적셔줘야하는데 이런 말은 가슴을 적시기는 커녕 밥맛이 뚝 떨어지게 재수없어 보인다. 그래서 이런 말을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인생에서 부가가치를 만드는 방법은 남들이 미처 관심을 갖지 못하는 곳에서 저렴하게 나만의 치트키를 찾아내는 기술이다. 그것이 바로 해킹이다. 이런 척박한 진흙탕 속에서 나만의 반짝임을 찾아야 한다. 이미 이 비밀을 아는 자들은 그렇게 살고 있다. 당신이 욕하는, 그 선배 밟고 올라간 후배, 그 사람은 가슴이 차가운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이 모여 욕할 때 가슴을 차갑게 하고 목표한 일을 이루어 낸다. 그 사람은 조직에 순응하고 출제 경향을 잘 파악하여 방향성을 목표에 정조준 했다.
가슴이 뜨거운 사람은 ‘이 방향성 무엇?’ 하며 헤드의 기조에 열받아한다. 당신이 그럴 시간에 그 사람은 이미 저 위로 올라가 있다. 그리고 결국 잘 안될 거라고 믿고 싶어한다. 그렇지만 그런가? 인정받고 스스로 행복하고 나름 잘 산다. 창업을 꿈꾸고 사업을 패대기쳐본 사람은 더 알아야 한다. 당신을 구해줄 일은 뜨거운 가슴과는 절대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그래야 실패는 가볍게 되고 성공도 가볍게 여길 수 있다. 이제 그 비밀을 알아야할 때다. 열심히 살았고, 주변도 돌아보고 있다, 그리고 소신있게 살았는데 결과는 처참했다? 그랬던 당신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더 차갑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