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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랄라 Jul 12. 2020

지구를 구한 순이의 방귀

창작동화

**며칠 전, 산책을 하다가 하늘 위로 둥둥 떠가는 슈렉이 그려진 기구와 U.F.O를 닮은 구름을 본 적이 있는데, 거기서 영감을 얻고 쓴 창작동화입니다. **

가끔은 엉뚱한 상상력이 지친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기를 희망하며




순이는 방귀 뀌는 게 너무나 부끄러운 아이였어요. 그래서 친구들이 방귀를 뀔 때마다

“어머, 쟤는 왜 저러는 거야? 부끄럽지도 않나 봐! 하며 얼굴을 붉혔어요.

순이는 부끄러움이 정말 많은 아이였거든요. 그런데 순이도 방귀가 나올 때가 있었어요. 순이는 그럴 때마다 어쩔 줄을 몰랐답니다. 얼굴이 파랗게 변할 때까지 방귀를 꾹꾹 눌러 참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을 때 화장실로 달려갔어요. 그리고 바지 안에 꽁꽁 숨겨두었던 방귀 주머니를 꺼내 엉덩이에 덮었어요.


뿌~~~~ 웅, 뿡 뿡뿡, 뽕 뽕, 피 이익, 슈~~… 오래 참았던 순이의 방귀가 방귀 주머니 안에 들어가는 소리랍니다. 방귀 소리를 숨기기 위해 물 내리기도 기본이지요. 순이는 단 한 번도 실수를 한 적이 없었어요!

방귀를 다 뀌고 나면 순이는 방귀 주머니를 겹겹이 꼬옥 꼭 묶었어요. 그리고 교실로 돌아와 책가방에 얼른 방귀 주머니를 숨겨 두었지요.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순이는 방귀 주머니를 책가방에서 꺼내었어요. 그리고 뒷마당 구석에 놓인 커다란 파란 자루에 차곡차곡 자신의 방귀를 모아 두었답니다. 순이의 방귀 주머니에서 나온 방귀는 그렇게 하루하루 커다란 파란색 자루에 채워지기 시작했어요. 순이 동생, 돌이가 가장 무서워하는 커다란 괴물의 얼굴을 파란 자루에 정성껏 그려 넣기도 했어요. 돌이는 파란 자루가 무서워 그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답니다.


뒷마당의 파란 자루는 날마다 부풀며 커지기 시작했어요.  자신의 방귀 냄새가 밖으로 나가는 걸 너무나 두려워하던 순이는 하루도 빠짐없이 뒷마당의 파란 자루를 확인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파란 자루가 둥실둥실 움직이는 거예요. 순이는 너무나 깜짝 놀라 옆에 있던 커다란 바구니를 파란 자루에 묶었어요.

하지만 커다란 바구니를 묶어도 자루는 자꾸만 흔들리며 두둥실 떠오르기 시작하는 거예요.

“으~~ 악! 안돼! 절대 안 돼! 내 방귀야! 아무도 알면 안 된다고!” 당황한 순이는 바구니 안에 훌쩍 올라타 버렸어요. 순이는 방귀를 지키기 위해선 뭐든 다 할 기세였어요.


그런데 이를 어째, 갑자기 순이의 커다란 방귀 자루가 하늘로 두둥실 올라가기 시작하는 거예요. 순이는 소리를 꽥꽥 질렀어요.

“으~~ 악! 사람 살려!! 이게 어찌 된 일이야.”

순이의 소리를 듣고 다섯 살 된 돌이가 뒷마당으로 후다닥 뛰어나왔지만 이미 늦었어요. 순이를 태운 방귀 주머니는 때마침 불어온 산들바람에 하늘 위로 훌쩍 멀어져 버렸어요.

<순이의 방귀 자루>


“아이고,  이를 어째! 내가 하늘 위로 날아가고 있잖아!.. 아이고! 아이고! 큰일 났네!”

순이는 너무 놀라  난리가 났어요.

하늘을 날던 두 마리의 갈매기가 순이의 방귀 주머니를 보면서 신기해했어요.

“뀨뀨 (저건 뭐냐?)” 한쪽 눈 두 덩이가  시커먼 갈매기가 키득키득 웃었어요.

“뀨우 뀨우 뀨뀨 (그러게, 진짜 신기하네! 쫓아가 보자!)”

 짝짝이 날개를 가진 갈매기도 대답하며 방향을 틀었어요.


파아란 하늘, 괴물이 그려진 커다란 순이의 방귀 주머니는 요상하게 생긴 갈매기 두 마리와 함께 하늘 멀리 날아오르기 시작했어요.




한편, Kepler-62e별에서 온 외계인들은 100년 동안 계획한 지구 정복을 위해 지구의 대기권을 향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어요.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자체 제작된 우주선은 바람처럼 날렵했고 구름모양의 우주선은 최첨단 테크놀로지를 사용해 어떤 지구인도 의심할 수 없었지요. 아무리 철저한 지구 연방 수사대도 이 우주선이 지구에 접근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전혀 알아채지 못했어요.

“까리 까리 뿌리 뽕 (드디어 지구 정복의 날이 왔어!)”

“꾸아리 깡깡 똥 (그런데 저게 뭐야?)”

<구름 U.F.O>

외계인들의 눈이 동그래 졌어요.

100미터 전방에 무서운 괴물이 그려진 파란색 자루가 자신들을 향해 둥둥 떠내려 오고 있었던 거예요. 파란색 자루 뒤로 날갯짓하는 갈매기 두 마리가 꼭 미사일처럼 보여 외계인들은 너무나 놀랐어요.


“꿍 땅 꿍 땅 땅 똥 빵 찡 (저건 우주 해적선 같아 보여, 이럴 수가!)”

“징 빵 뽀리 (침착해, 우선 가까이 다가가 보자!)


외계인들은 순이의 파란 방귀 자루를 향해 구름 우주선의 방향을 돌렸어요.

등에 소름이 잔뜩 돋은 채 말이에요.




파란 방귀 자루를 탄 순이는 외계인들의 접근도 모른 채, 뒤 따라오며 끼룩끼룩 울어대는 갈매기 두 마리 때문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어요. 계속 쫓아오며  끼륵거리는 갈매기들이 꼭 도둑 깡패 같이 생겼다고 생각했어요.

“저리 가, 그만 울어! 이 못생긴 갈매기들아!”

순이는 갈매기들을 향해 소리 질렀어요. 뒤를 따르던 갈매기들도 순이가 자신들을 향해 외쳐대는 소리에 슬슬 화가 났어요.

“뀨 우우 우루 뀨뀨 우우  꾸룩 꾹( 야! 쟤 짜증 난다. 열 받는데 주머니에 구멍이나 내고 도망가자!)

“뀩(매우 좋은 생각!)” 갈매기 두 마리는 있는 힘을 다해 뾰족한 부리로 순이의 파란 방귀 주머니에 구멍을 냈어요.

'퓨 슈슈슈 슈…!!!' 세상 밖에 한 번도 나와보지 못한 순이의 방귀가 서서히 그리고 잔잔히 소리를 내며 새어 나오기 시작했어요.

"안 돼!" 순이가 아무리 외쳐도 이미 늦었답니다.




구름 우주선을 탄 외계인들은 파란 주머니에서 노란 가스가 새어 나오는 모습을 보았어요. 연 노란빛 가스가 꼭 독가스 같아 보였어요. 잔뜩 긴장한 외계인들의 구름 우주선 창문 안으로도 바람을 타고 순이의 방귀 가스가 조용히 들어왔어요.


주머니 밖으로 단 한 번도 나오지 못했던 순이의 방귀 가스는 오랜 세월 주머니에서 발효되고 또 발효되어서 세상에서 가장 묘한 방귀 냄새를 풍기고 있었어요. 한번 맡으면 토 할 것 같고, 두 번 맡으면 기절할 것 같고, 세 번 맡으면 그냥 쓰러져 버리는 그런 냄새였지요.

외계인들은 순이의 방귀가스에 정신이 혼미해졌어요!

“ 똥 빵 꿍 똥 빵 꿍! (독 가 스야! 비상벨을 눌러!)”

정신을 가다듬고 겨우 비상벨을 누른 외계인들은 모두들 화장실로 달려갔어요. 일주일 동안 먹은 모든 음식들이 밖으로 나왔어요. 그 사이, 구름 우주선은 눈 깜 짝할 새에 지구별 밖의 은하수를 넘어갔어요.

원인 모를 가스에 충격을 받은 외계인들이 외쳤어요.

"지구는 이미 우주 해적들이 점령해 버리고 말았어! 최첨단 독가스를 개발한 게 틀림없다고! 우리가 한발 늦은 거야! 억울하지만 다시는 지구별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말자고!"



구멍이 뚫린 순이의 방귀 주머니가 서서히 땅으로 내려오기 시작했어요. 가스가 너무 빨리 새어 나오면 순이는 그 순간 온 힘을 다해 방귀를 뀌었어요. 그리고 파란 주머니에 방귀 가스를 채우며 속도를 조절했어요. 드디어 저기 순이의 뒷마당이 보이네요. 망원경을 들고 하늘을 보는 돌이의 모습도 보여요.

순이의 방귀 가스는 하루 동안 온 동네의 하늘을 덮었어요. 조사에 나선 지구 연방 수사대는 순이의 방귀 가스를 초특급 미스테리 미결 사건으로 결말 지었어요.


뒷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순이가 눈을 떴어요. 그리고 엉덩이에 힘을 주었지요.

‘뿌우웅’ 순이의 방귀소리가 시원하게 순이의 방에 울려 퍼지네요.

방귀는 제때 뀌는 게 최고구나! 순이는 인생의 교훈을 깨달았어요.

책가방을 챙기는 순이의 콧노래가 기분 좋은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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