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맛
토마토 소스, 페퍼로니, 치즈. 단 세 가지로 승부하는 단순함에 빠져도 단단히 빠져버렸다.
7번가피자
이 피자를 먹고 페퍼로니 피자계로 입문해서 내겐 아스라이 첫사랑이 생각나는 맛이다. 워낙 예전에 맛보기도 했고 뇌리에 강렬하게 남지 않아 대단한 맛은 아닌 걸로. 하지만 담백해서 여러 조각을 먹어도 질리지 않는 것이 바로 7번가의 분명한 장점이다. 알볼로처럼 흑미 도우를 사용해서 씹는 맛이 좋고 토마토소스의 감칠맛과 모짜렐라 치즈의 기분 좋은 발란스가 입안으로 피자 조각을 끌어당긴다.
피자헛
도대체 무슨 맛이길래 ‘페퍼로니 미듐 사이즈 치즈 추가 도우 바삭하게' 주문 공식이 생긴 걸까. 도톰한 도우가 기름에 튀겨진 것처럼 바삭하고 고소한 맛이 입안에 훅 밀려 들어온다. 어메리칸의 맛을 표방한 듯 토마토의 새콤하고도 짠맛이 인상적이다. 미듐과 라지 모두 먹어봤지만 라지는 도우 밑바닥이 습기에 축축해져서 탈락. 콕 집어 미듐 사이즈가 전파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잇마이피자
피자 브랜드를 섭렵하다 보니 로컬 피자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오로지 피자만을 먹기 위해 산을 넘어 피자를 공수했다. 확실히 정형화된 브랜드 피자보다는 모양새와 맛 모두 개성이 있다. 소문에 소금집에서 공수해 온 페퍼로니를 사용한다더니 짠맛이 가히 소금집이 맞다. 바삭한 도우 가장자리와 페퍼로니가 입천장이 헐 것처럼 까칠했으나 포카치아처럼 폭신한 도우가 폭 감싸준다. 매력적이었지만 브랜드 피자의 가성비를 뛰어넘지 못해 다시 산을 넘을 일은 없을 듯.
도미노피자
피자 덕분에 배달앱을 설치한 후, 프로모션의 노예가 됐다. 대기업다운 화끈한 쿠폰 공세에 씬, 나폴리, 오리지널, 슈퍼씨드 도우를 바꿔가며 참 많이도 먹었다. 씬은 크래커, 나폴리는 가벼운 식감, 오리지널은 밀가루맛, 슈퍼씨드가 그래도 낫다. 많고 많은 피자집의 피자 중 다시 생각날 만큼 대단한 맛은 아니지만 매주 화요일 포장 40%과 배달앱의 비정기 프로모션을 잘 노리면 가성비 대비 괜찮다.
피자알볼로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 첫맛에 정통 한국식의 흑미를 사용해서 까무잡잡한 색상과 찰기가 느껴지는 식감, 상대적으로 낮은 염도는 생소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글로벌 브랜드에서 볼 수 없던 풍성한 치즈 공세와 치즈 이불에 뒤덮여 부드러우면서 살짝 매콤한 페퍼로니를 음미하고 나니 한국인 입맛에 딱이라 결론 내었다. 혹자는 피자떡이라 혹평을 하기도 했지만 내게 있어서는 극호다. 한국 입맛 소지자라면 믿고 주문해 봐도 좋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