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쓴 신윤철의 "그 시절 그 빛깔" 이란 곡을 쓰고 나서는 별다른 작업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전업 작사가가 아니었고 그저 취미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에 그다지 많은 작사를 하지 못했다.
물론 결정적인 이유는 히트곡도 없는 나에게 아무도 곡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여러 습작을 통해서 몇 번이고 작업은 했었다. 하지만 발표가 되지 않은 체 끝나버린 앨범도 있었고
내 글이 맘에 들지 않아서 채택이 안된 경우도 있었다.
그러던 중 내게 좋은 기회가 왔다. 알다시피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가수의 노랫말을 쓴다는 건
신인 작사가인 나에겐 쉽사리 오지 않는 좋은 기회였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열심히 글을 썼던 것 같다.
그 가수는 다름 아닌 "박준하" 란 가수였고 그 당시 무동이네 집이란 드라마 에서 "너를 처음 만난 그때" 란 곡으로 알려진 유명한 가수였다. 난 박준하 2집에 참여하게 됐고 두곡 정도를 썼던 걸로 기억한다.
박근태란 작곡가와 "모르는 사람처럼" 이라는 곡을 쓰게 되었는데 그때 근태는 스물한 살 정도였던 걸로 기억된다.
박준하 2집
어느덧 근태는 우리나라 최고의 프로듀서로 성장했다.
어릴 때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 멋지게 성공한 모습을 보면 가슴이 벅차다
근태와 나는 차비가 없어서 힘들 정도로 열악한 입장이었지만 누구보다도 열심히 했고 음악을 사랑했던 것 같다. 아무튼 박준하의 2집 타이틀은 다른 곡이 되었고 난 역시나 예전처럼 아무런 변화 없는 신인 작사가로 살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 음악을 처음으로 저작권협회에 가서 등록했다. 처음엔 준회원으로 등록이 되었는데
그것의 의미는 법적으로 난 작사가가 되었다란 것이다 몇 곡 되지도 않았지만 나도 저작권자가 되었다.
그 후론 약간의 프로의식 같은걸 가지게 되었고 나름대로 작사라는 일에 좀 더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었지 않았나 하고 생각해본다
이렇게 1990년부터 1993년까지 여러 가지 일을 전전긍긍하면서도 친구들의 도움으로 작사를 아주 조금씩 했다 그렇게 작사의 끈을 놓지 않고 갈 수 있었던 건 주위의 배려 때문이었다.
한때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작사만 했던 시기도 있었다. 그런 마음도 현실이란 장벽을 넘지 못했다
나 혼자 작사하기로 마음먹어도 소용이 없었다는 것이다 아무도 내게 작사를 맡기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어디 가서 쓰게 해달라고 말할 수도 없고 달리 방법이 없었으니 그냥 혼자 생각만 하던 시기였다.
그래서 다시 작사는 취미라고 생각하며 다른 일을 해서 돈을 벌었다
밥벌이는 해야 했으니까 말이다.
박준하 2집 수록곡
모르는 사람처럼
작사 하해룡
작곡 박근태
그대가 떠나가는 자리엔 내 모습은
뒷모습만 바라보면서 아무런 말도 못 했지
슬픈 미소만
혼자서 돌아오는 길 위에 내 모습은
그대 모습 그려보지만
이제는 남이 돼 버린 우리 사랑은
이렇게 홀로 남겨진 초라해지는 내 모습
어떻게 그대 마음을 돌이킬 수는 없을까
모르는 사람처럼 잊혀져 그렇게 정말 남이 되는 건가
모르는 사람처럼 잊혀져그렇게 정말 남이 되는 건가
이렇게 홀로 남겨진 초라해지는 내 모습
어떻게 그대 마음을 돌이킬 수는 없을까
모르는 사람처럼 잊혀져 그렇게 정말 남이 되는 건가
모르는 사람처럼 잊혀져 그렇게 정말 남이 되는 건가
김정민 1집
그사이 정민이는 휴가를 나와서 가수로 매니저와 계약을 했고 성진이에게 곡을 부탁했다. 정민이는 대학 다닐 때부터 알고 지내는 동생이었다. 또 한 번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우디와 성진이와 나는 열심히 곡을 준비했고 난 정민이 일 집에 네 곡을 쓰게 되었다. 그때 성진이 곡은 너무나도 좋아서 마음속으로 은근히 기대를 하게 되었다. 가사 또한 내가 그동안 써온 것과 달리 조금은 자연스럽고 작사에 근접한 느낌이었기 때문이었다. 기대와는 달리 역시 타이틀곡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민이가 어느 정도 알려지자 그래도 보람은 느끼게 되었다.
우연히 만난 사람이 정민이 일 집을 가지고 있었는데 내게 앨범을 들려주면서 자기는 타이틀보다 성진이와 내가 쓴 곡이 더 좋다면서 말하는 것을 들었을 때 내가 작사를 한다는 것에 보람을 느꼈다.
결국 그 사람에게는 내가 작사를 했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 곡은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란 곡이다.
조금은 자신감을 얻었고 다음을 기약하면서 그 시절을 보냈다.
작사 이외에 하는 일이 바빠져서 열심히 다른 일에 몰두하며 나의 이십 대가 거의 다 지나가고 있었다.
(김정민 1집 참여곡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도시의 밤" "너를 떠나보내는 시간" "나를 잊어줘" )
김정민 1집 수록곡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하해룡 작사
고성진 작곡
언제나 나에게 힘이 돼준 건 너뿐이었어
너를 만난 후 정말로 사랑이라 느꼈어
살며시 다가와 안아주었던 그때의 느낌
따뜻 한 온기 그 숨결 달콤했던 속삭임
너의 손길 닿는 곳마다 남 겨져 있는 향기
하지만 미소 띤 너의 모습은 어디에
이별은 서로에게 사랑을 확인시키는
시간이란 걸 알게 될 테니
지금 너는 멀어져 가도
언젠가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오 안녕~~
P.S. 이곡을 쓸 당시 홍대 앞 카페에서 매니저로 일할 때였는데 작업 기한이 밀려 일하러 가기 전 친구 집에서 급하게 썼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는 작사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도 행복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