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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하해룡 C Dragon
Sep 18. 2021
해룡의 Sad Love Story The BooK
커피와 너
늦은 오후 커피를 마시다가
비가 내리고 코끝이 시린 오늘
커피를 끓이다가 그 사람 생각에
한참이나 멍하니 있었네요
참 많이 다퉜는데 무엇 때문인지는
잘 기억나질 않아요
너무 사소한 일들이니
그런가봐요
화장실 휴지를 거는 거라든가
그런 하찮은 것들이었는데
모두 다 추억으로 변해서
내내 커피 향과 함께 번지네요
미안해라는 말만 달고 살던 사람이었죠
별일 아닌데 매번 화만 내는 나를 달래려고
져준 것 같아요
원망
하기
보다는 감싸줘야 했다는 걸
이제야 깨닫게 되는 요즘입니다
사랑해서 고쳐줘야겠다는 내 나름의 방식보다는
그저 그 사람을 인정해줬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몇 번의 계절이 지났는데도 당신과 나는
여전히 그 계절 속에 아름답다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기억날 거예요.
때론 책상 서랍 안쪽에 있던 너의 볼펜에서
추워서 꺼내 입은 외투 속 주머니의
영화표 두 장에서도
빨래하려고
장롱 속
목이 늘어난 그 사람 티셔츠를 발견했을 때도
소파 밑을 청소하다가
겨울 내내 네가 찾던 장갑한 짝이 나왔을 때도
그 사람 집으로 가던 500번 버스도
즐겨마시던 싸구려 캔커피도
카톡 프로필 사진에서도
이젠 사라진 어느 골목에서도......
아마 잊는다는 게 사치겠지요
아마 잊는다는 게 오히려 사치겠지요
잊으려 하는 이 무례하고 볼품없는 나는
매일 매 순간 이별 속으로 점점 더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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