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해룡 C Dragon Sep 18. 2021

해룡의 Sad Love Story  The BooK

커피와 너


늦은 오후 커피를 마시다가


비가 내리고 코끝이 시린 오늘

커피를 끓이다가 그 사람 생각에

한참이나 멍하니 있었네요


참 많이 다퉜는데 무엇 때문인지는

잘 기억나질 않아요

너무 사소한 일들이니 그런가봐요


화장실 휴지를 거는 거라든가

그런 하찮은 것들이었는데

모두 다 추억으로 변해서

내내 커피 향과 함께 번지네요


미안해라는 말만 달고 살던 사람이었죠

별일 아닌데 매번 화만 내는 나를 달래려고

져준 것 같아요

원망하기 보다는 감싸줘야 했다는 걸

이제야 깨닫게 되는 요즘입니다


사랑해서 고쳐줘야겠다는 내 나름의 방식보다는

그저 그 사람을 인정해줬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몇 번의 계절이 지났는데도 당신과 나는

여전히 그 계절 속에 아름답다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기억날 거예요.

때론 책상 서랍 안쪽에 있던 너의 볼펜에서

추워서 꺼내 입은 외투 속 주머니의

영화표 두 장에서도


빨래하려고

장롱 속

목이 늘어난 그 사람 티셔츠를 발견했을 때도

소파 밑을 청소하다가

겨울 내내 네가 찾던 장갑한 짝이 나왔을 때도


그 사람 집으로 가던 500번 버스도

즐겨마시던 싸구려 캔커피도

카톡 프로필 사진에서도

이젠 사라진 어느 골목에서도......


아마 잊는다는 게 사치겠지요

아마 잊는다는 게 오히려 사치겠지요

잊으려 하는 이 무례하고 볼품없는 나는


매일 매 순간 이별 속으로 점점 더 걸어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해룡의 Sad Love Story The BooK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