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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Jul 18. 2024

프랑스 연구실 동료들을 위한 한식 상차림

두 번째로 집에 초대한 손님은 바로 연구실 동료들이었다. 나에게 항상 친절했던 사람 두 명을 선택하여 집에서 한식을 선보이려 하는데 관심 있느냐 물었고 모두 흔쾌히 승낙했다. 그런 후, 복도에서 마주친 종종 인사하던 인도 여자아이까지 초대했다. (이 여자애가 내가 초대한 우리 연구실 두 명과 매우 친했다.) 이들을 초대하고 메뉴를 고민했다. 어차피 대단한 요리를 할 것은 아니지만, 한식의 매력만큼은 충분히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었다. 고민 끝에 정한 메뉴는 다음과 같았다.


애피타이저: 채소스틱과 수제쌈장, 크리스피 군만두

메인요리 1: 매콤소갈비 / 간장갈비찜/ 주먹밥/ 쌈

메인요리 2: 순두부찌개 / 계란장조림/ 나물/ 부추김치 등의 반찬들


평일 저녁 식사를 초대했기에 퇴근 후 요리하기에는 촉박함이 있었다. 따라서 전날 미리 어느 정도 요리를 끝내두었다. (사실상 거의 모든 요리를 전날 완성해 두었다) 퇴근 후, 채소 스틱을 위해 채소들을 자르고, 수제 쌈장을 만든다. 고추장, 된장, 다진 마늘, 꿀, 참기름을 잘 섞으면 시판 쌈장보다 맛깔난 쌈장이 완성된다. 가지런히 채소스틱과 쌈장 소스를 차려내어 애피타이저 준비를 마친다. 이제 매콤 소갈비와 간장 갈비찜은 손님이 오면 데우면 된다. 순두부찌개를 서둘러 끓이고, 손님에게 내 가기 전에 계란만 넣으면 된다. 각장 반찬들을 미리 덜어두었다. 나중에 하나하나 꺼내 차리는데 시간이 걸릴까 싶어서이다.

시간에 맞춰 세 친구가 모두 함께 왔다. 원래는 식전음료도 준비하려 했지만, 평일 저녁이기도 하고 다들 그렇게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은 아니라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 (집에 있는 와인만 세병쯤 꺼내두었지만 최종적으로 네 명이 두 병 정도 마시고 마무리가 되었다.) 채소 스틱으로 먼저 입맛을 돋우게 하였다. 다들 쌈장을 좋아했다. 쌈장을 듬뿍 찍어먹기에 더 가져다가 주었다. 감칠맛을 좋아하는 듯했다. 내가 잘하는 바삭한 군만두도 준비했다. 다들 어떻게 이렇게 굽냐며 놀라워했다. 설명을 해줬지만 아마 이들 중 누구도 직접 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 후 두 가지 갈비찜을 데워서 가져온다. 매콤한 요리를 좋아하는 루마니아 친구는 매운 요리를 좋아했다. 너무 맵지 않고 적당히 매콤한 정도가 딱 좋다고 했다. 인도 친구도 매운 요리를 잘 먹었다. 이탈리안 친구 하나만 매운 요리에 약해 간장으로 양념된 갈비찜을 먹더라. 주먹밥도 곁들였는데, 루마니아 친구가 주먹밥이 너무 맛있다며 잘 먹었다. 쌈 채소를 준비하긴 했지만 갈비찜은 양념이 강하지 않아서인지 쌈이 그다지 어울리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렇게 갈비찜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대화들을 나누었다. 대부분의 대화는 연구소의 일들인데, 나보다 셋이 더 친해서인지 셋이 대화를 이끌어 갔다. 약간의 소외감을 느끼는 나만 모르는 얘기들도 종종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멤버 선정을 잘못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다음 메인 요리로 순두부찌개와 각종 반찬, 그리고 완두콩밥을 가지고 왔다. 찌개와 밥을 함께 먹는 것이라고 분명 알려줬음에도, 내가 설명한 대로 잘 먹는 친구도 있는 반면, 찌개만 수프처럼 계속 먹기도 했다. 아무래도 익숙지 않아 그런 듯했다. 반찬들도 많았지만, 반찬과 밥을 함께 먹는 것들이 모두 낯설어서인지 한국인들이 먹는 것처럼 여러 반찬을 다양하게 먹지를 못하고 아주 소량씩만 먹었다. 이런 시간을 더 자주 가졌더라면 이들에게 한식을 더 잘 알려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떠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이 아쉬웠다.

다들 음식 양이 많다고는 했지만, 사실 거의 남기지 않고 싹싹 비우고 있었다. 역시 젊은 친구들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배가 부르다고 했음에도 내가 미리 동네 베이커리에서 사 온 디저트들을 꺼내두니, "난 조금만 먹을게 조금만 잘라줘"라고 했음에도 나중에는 다 먹고 있었다. 그렇게 디저트에 커피, 와인을 함께하며 계속 대화를 나눴다. 인도친구가 이렇게 재미있는 친구인 줄을 미처 몰랐어서 아쉬웠다. 이제 더 함께 할 날이 거의 남지 않았는데, 이제야 제대로 알아가는 느낌이었다. 같은 연구실 두 명의 친구들도 역시 좋은 사람들이었다. 두 명 모두 내게 언제나 친절했고, 한국이나 내가 가진 것들 내가 하는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는 친구들이었다. 마지막 한 번 뿐이었지만 고마운 이들에게 한식을 선보이며 내 마음을 전달할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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