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지내면서 한국에서 한국적인 것에 매력을 다시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내가 너무 한국적인 것들에 대해 모르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한국에 돌아온 후, 한국을 좀 더 알아가기 위해 서울에서 고궁들을 종종 찾고 있다. 가서 딱히 하는 것은 없다. 그저 그곳을 거닐다 돌아올 뿐이다. 얼마 전 주말에 경복궁에 갔다. 한국에 갓 돌아왔던 봄에 찾아간 이후, 가을 단풍과 함께 있는 경복궁이 보고파 다시 찾아갔다. 언제나처럼 사람들이 바글바글 북적였다. 혼자 다니는 나는 무표정하니 홀로 거닐 뿐이었는데, 삼삼오오 모여 있는 사람들은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모두 행복한 듯 웃음 가득한 얼굴들로 그곳을 즐기고 있었다. 이렇게 기분 좋아 보이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으니 나도 괜히 더 기분이 좋아지더라.
경복궁 구경을 마친 후에는 조금 이른 저녁을 먹기로 했다. 일전에 근처에 평점 좋은 가게들을 찾아 저녁시간에 갔더니, 모든 곳이 웨이팅이 길어 포기하고 한적한 곳에 들어갔다가 크게 실망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려던 곳의 후보는 두 곳으로 좁혔다. 하나는 국숫집이지만 이것저것 다양한 메뉴들을 파는 것 같았고, 다른 한 곳은 쪽갈비집이었다. 고민하다가, 쪽갈비집을 선택하고 가게에 들어선다. 4시 정도였는데, 좌석이 제법 차 있었다. 불판 위에 갈비양념인 듯한 양념된 쪽갈비가 올려져 있었고, 사람들이 술과 함께 즐기고 있었다. 나는 장사가 잘되는 가게라 혹시나 1인 손님을 불편해할까 봐, "1명이요"라고 말하며 조금 눈치를 살폈다. 다행히 자리를 안내받아 바로 앉았다. 그러면서 "2인분부터 주문 가능해요"라는 말에 자신감 있게 "쪽갈비 2인분 주세요. 그래고 밥 하나랑 된장찌개도요."라고 넉넉히 주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큰 쟁반 가득 반찬거리를 가지고 와서는 세팅해 주었다. 먹을 게 너무 많았다. 쪽갈비는 초벌구이라기엔 거의 다 구워져 나와서, 약한 불의 그릴 위에 얹어두고 불판만 따뜻해지면 먹는 듯했다. 쪽갈비에 붙어있는 살코기 부분은 가위로 잘라냈다. 갈비를 뜯는 것은 귀찮으니 고기 부분 위주로 먹기 시작했다. 달짝지근한 양념이었다. 맛있다. 하지만 크게 인상적인 것은 없었다. 내가 집에서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딱히 초벌 했다고 불맛이 느껴지거나 그런 맛도 아니었으니까. 반찬들도 먹기 시작한다. 그래도 김치가 요즘 여기저기 널리 있는 중국김치는 아닌 듯했다. 파절이와 함께 고기를 쌈 싸 먹는다. 양념고기는 쌈 싸 먹는 게 제맛이다. 양념고기는 흰밥과 먹는 것도 제 맛이다. 고기를 먹다가 된장찌개 국물을 떠먹는다. 그렇게 진한 된장찌개는 아니다. 괜찮다. 오히려 찌개가 너무 진하면 고기 맛을 해칠 수 있으니까.
열심히 먹고 또 먹는다. 그런데 왜 줄지 않는 걸까. 아무래도 갈빗대를 먹지 않으니 부피가 크게 줄지 않아 계속 남아있는 모양새였다. 밥도 먹으니 배가 너무 불러서 혹시 포장 용기가 있는지 물었다. 친절히 플라스틱통을 가져다주셨다. 통에 고기를 담으니 한 가득이었다. 다음날 월요일 도시락 반찬은 이걸로 해결되었다. 배불리 먹고, 다음날 도시락 메뉴까지 챙길 수 있다니- 혼자 먹기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