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장을 보지 않고, 있는 재료들만으로 요리하면서, 내 요리실력은 향상되었고-나는 자유로워졌다
어릴 적부터 엄마는 일을 하셨고, 그러면서 요리에 일찍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잘하지는 못했다. 고등학교부터 친구였던 이가 고등학생 시절 내가 만들어준 스파게티가 너무나도 맛없어서 그게 웃겼다는 얘길 지금도 하니까. 그저 하는 것을 좋아했을 뿐 잘하진 못했다. 성인이 되고 언니, 오빠와 자취를 하며- 요리를 할 때 매번 장을 새로 봤다. 그날의 메인 메뉴를 위해 매번 장을 봤다. 하지만, 요리를 하고도 남는 재료도 많아서 뭔가 한 상 차려내고는 '아 이렇게 애썼는데 결과는 고작 이건가'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내가 요리실력이 늘었다 느낀 것은, 새로운 재료들을 사서 새로운 요리를 해보던 시절이 아니었다. 지출이 많아서, 이제 좀 아껴야겠다는 생각에 더 이상 장을 보지 않고- 있는 재료를 활용하며 요리를 하던 오히려 부족하던 시기였다. 물론 그전까지 요리를 하면서 조금 실력이 는 것은 있을 거다. (실력이 바닥은 아니었던 셈이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넘어가는 데 있어서, 오히려 제한된 재료를 활용하며 요리하던 시간들이 큰 보탬이 되었다. 새로운 재료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재료들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생각하다 보니, 한 재료를 가지고 다양한 요리를 하는 법을 익히게 되었고. 재료가 없을 때는 가지고 있는 것을 이용해야 하니 각 재료의 맛에 대해 더 생각하며 요리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서로 어울릴 수 있는 조합들에 익숙해진 셈이다. 그 결과, 나의 요리는 좀 더 자유로워졌다. 꼭 장을 새로 봐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가진 재료로도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그렇게 맛있는 한상을 차려낼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얼마 전, 한 요리 서바이벌 방송에서 지난 시즌에 "요리 지옥"이라며 한 재료를 메인으로 요리를 해야 했던 것과 다르게, 최근 시즌에서는 "요리 천국"이라고 온갖 식재료가 즐비한 세트장이 마련되었다. 많은 셰프들이 인터뷰에서 말하더라. "차라리 지옥이 낫다"라고 말이다. 오히려 재료가 많으면 생각이 많아지고, 욕심을 부리게 된다고 했다.
이런 것들에 대해 생각을 하다가 나는 문득, 우리의 행복이란 것도 그러지 않나 생각했다.
우리는 흔히 많이 가진다면 행복해질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언젠가 보았던 월수입과 행복지수를 비교한 그래프에서, 어느 정도의 금액까지는 행복과 수입이 비례하는 듯했지만, 그 이상 넘어가면 더 이상 행복이 비례하질 못했다. 오히려 수입이 많아지면서 생기게 되는 다른 문제와 고민들로 행복지수가 하락하는 모양새더라. 어느 정도까지는 수입과 행복이 비례하는 것도 요리에서와 비슷했다. 재료가 너무 없으면 차릴 수 있는 게 없기도 하니까. 더불어 어느 정도 이상이 되면 그렇지 못하다는 것도 요리와 비슷했다. 요리 천국에 있으면, 무엇을 해 먹어야 맛있을지 더 고민하게 되며, 욕심을 부리다 요리를 망쳐버린다는 셰프들의 말처럼.
"요리천국"이라는 과제가 주어졌던 요리 서바이벌에서는 시간제한이 있었다. 제한된 시간 안에 최고점을 받을 요리를 내놓으란 것이었다. 우리 삶도 그러하다. 우리 인간은 모두 언젠가는 죽는다. 유한한 시간 속에 살아가기 때문에, 결국 요리 천국에 있던 들, 우리는 그 재료들로 모두 요리할 수 없다. 아무리 많은 것을 가진다고 해서, 그것을 다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내가 가진 것이 한정적인데, 왜 계속 요리 천국에서 요리를 하려 하는가. 왜 요리 천국을 꿈꾸는가. 마치 요리천국에 가게 되면 모든 것이 수월할 것이라 생각하는가.
어쩌면 우리 삶은 요리천국이 아니라 요리지옥에 더 가깝다. 제한된 재료 안에서,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해야 하는 것. 내가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요리가 무엇인지 고민을 하면서- 가진 재료를 활용하는 방법을 익혀나가며 요리 실력이 향상되고, 그 이후로는 특별히 장을 보지 않아도 있는 것들로 상을 차려낼 수 있게 된 것처럼. 내가 가진 것을 가지고 어떻게 나를 기쁘게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내가 가진 것 안에서 최고의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행복이, 꼭 무엇을 많이 가졌을 때 만들어낼 수 있는 행복보다 작다고 장담할 수 없다. 요리지옥의 요리들이 요리천국의 요리들 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말이다.
우리는 더 많이 가지면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냉장고를 가득 채워놓는다고 해서, 식탁 위 음식의 맛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장을 보지 않고 냉장고 재료로 요리하듯, 행복을 찾아보자.
내가 가진 것은 무엇인지, 이것들을 어떻게 잘 섞으면 내게 기쁨을 줄지.
새로운 것을, 더 많은 것을 얻는다고 그것이 행복을 보장해 주지 않는 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우리 모두 이미 알고는 있다.
그럼에도 막연하게 '그래도 적은 것보단 낫지 않나?'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가진 것이 아닌, 더 많은 것을 위해 시간을 쏟는다.
하지만 이미 내가 가진 걸로 만들 수 있는 행복이 있는데-
그것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유한한 나의 시간을 헛된 꿈을 위해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
오늘 하루, 우리 모두 자신의 삶 속에서
내가 가질 수 있는 행복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면 좋겠다.
생각에서 더 나아가, 그 행복을 경험한다면 좋겠다.
기억하자.
요리천국은- 사실 진짜 천국이 아니란 것을!
냉장고를 비우기 위해 만들어진 한 끼가 너무도 맛있는 식사가 될 수 있음을!
모닝페이지의 기록
실제 행복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수입과 행복도는 비례하는 듯하다가 어느 순간 떨어지기 시작하더라. 돈이 많아지는 만큼 다른 문제도 많아진다더라. 그러니 중요한 것은 무엇을 더 가질지가 아닌, 내가 가진것은 무엇인지. 난 그것으로 무엇할 수 있을지가 아닐까. (2026.04.04. 모닝페이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