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클라우드 Oct 30. 2021

'퇴사하고 그냥 스타벅스 알바나 할까봐'

번아웃과 퇴사 그리고 바리스타 생활

똑같은 공간과 똑같은 사람들, 그리고 끝나지 않을 것 같이 이어지는 업무, 시간 압박, 노력에 비해 형편없는 성과들 혹은 실력에 걸맞은 결과들.


Nothing to loose, only to gain이나

No Pain, No Gain 같은 단어들을 아침에 중얼거리며 시작하는 하루


긍정적인 마음으로, 문제를 마주할 때마다 배우면서 하면 되지라는 마음.

그리고 그렇게 이어지는 문제 해결들.


그렇게 스타트업에서의 1년을 보냈다. 


정말로 다양한 일들을 맡아서, 정말로 다양한 방식으로, 정말로 다양한 퀄리티로 일을 해 나갔다.

무엇하나 확실하게 전문가인 사람이 없어서 항상 처음부터 고민하는 일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뭔가 확실하게 해야하는 일이 정해져 있을 때에는 재미는 있었다.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들, 그리고 그 과정들에서 배우는 것들이 좋았다.

그런데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일년넘게 그런 생활이 익숙해지고, 그리고 내가 제작한 것들이 만들어내는 형편없는 결과들을 보고,

그리고 점점 무너져가는 회사를 보면서 나는 이제는 여기를 떠나야 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게 되었다.


계속 나를 붙잡던 희망적인 말들, "조금만 참자. 곧 좋아 질 것이다"라는 말들은 점점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행동의 반복 속에서 점점 지쳐가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이유로 불행하다.”


이 말은 대부분의 조직에 비슷하게 적용된다. '불행한 회사는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 경력자 필요

- 경력자 월급 높음

- 돈 없음

- 신입 뽑음

- 업무 난항

- 경력자 되기 전 퇴사

- 조직의 경험치 X

- 성과 없음

- 계속되는 자금난


내가 해결하기엔 요원해보이는 악순환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는 결국 도망치기로 했다.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방어기제가 있는데, 내 방어기제는 뭔가 도망칠 곳을 만들어 놓는 것이었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생각해놓은 내 최후의 도피처는 스타벅스였다. 


 나는 스타벅스를 좋아한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 그것과의 거리가 1cm도 떨어지지 않은 이유로 좋아한다. 스타벅스를 이용하는 나는 좀 더 멋지게 느껴진다. 내가 대학생활을 시작하기 시작하는 기점. 그러니까 어른들의 음료를 마실 수 있는 경제력을 어느정도 갖추기 시작했을 때부터. 스타벅스의 이미지는 독보적이었던 것 같다. 커피전문점 그게 다 그거지 뭐가 다 다르냐고 하지만, 일반적인 알바생을 쓰던 카페베네나, 탐앤탐스, 할리스 같은 곳과는 분위기 자체가 달랐다. 그 차이는 기업이 직원들의 교육을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하느냐의 차이였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잘 안되는 가맹점 카페에 가면 느껴지는 그 어수선한 기운이 있다. 아르바이트생은 손님을 반기지 않으며, 높은 숙련도와 서비스 마인드를 기대할 수도 없고, 청결도도 낮고 뭔가 돈내고 이용하면서도 내가 눈치를 보게 되는 그 분위기. 그런데 그것이 아르바이트생의 탓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점주가 매출을 위해서 사람을 적게 쓰고, 교육에 시간을 덜 썼기에 그렇게 되는 것이다. 나같아도 최저시급이나 그것보다 낮은 시급을 받으면서, 제대로 교육도 못받은 상태에서 친절하기는 힘들 것 같다. 결국은 교육의 차이이다. 


이런 스타벅스 뽕은 하워드 슐츠의 '온워드'라는 책을 읽으면서 극에 달하게 되었다. 스타벅스가 매출에 매달리며 그 초심이 흔들렸을때, 슐츠는 과감하게 가게를 닫고 교육기간을 갖는 선택을 한다. 순간의 손실보다 더 중요한 것을 제대로 갖추기 위해서 말이다. 


나는 스타벅스를 이용하면서 이 사람들은 정말로 프로의식을 갖고 일하고 있고, 즐겁게 일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요즘은 이런 느낌이 많이 덜 해진 것 같지만.) 그리고 나도 그 일원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했었다. 업무시간도 짧고(5시간) 돈은 그냥 그럭저럭 먹고 살만큼은 준다.(돈이 크게 필요한 일이 없어서 괜찮았다.) 적당히 일하면서,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지금까지 내가 하던일은 명확한 결과를 얻는데, 상당한 기간이 걸렸다. 내가 어떤 가치를 전달하고 있는지도 어느새부턴간 희미해지고 있었다. 바리스타의 일은 빠르게 즉각적으로 고객과 맞닿음으로써 세상에 기여할 수 있다. 


이런 생각으로 나는 회사엔 사직서를 스타벅스에는 지원서를 냈다. 



작가의 이전글 조금 느려도 괜찮은 사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