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렇게 생각해
스물아홉의 난, 불안으로 뒤덮여 있었다.
십년 넘게 몰입했던 단 하나의 일이 나와 맞지 않음을 알았을 때, 끝없이 추락한 자존감이 깊은 어둠속에서 날 끌어 당겼다. 일이든 결혼이든 무엇 하나 끝장을 내야한다는 절박함이 더해져 내 자존심은 산산조각이 났다.
불안했다.
내가 배운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 될까봐.
이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것 같아 무서웠다.
무턱대로 도전하면 안 될 것 같아 두려웠다.
거대한 공포라는 족쇄가 날 인생의 경로 한 지점에 멈춰 세웠다.
절망 뿐 이었다.
무엇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어느 것 하나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돈을 벌어야겠기에 벌고는 있었지만, 꿈을 벌수는 없었다. 살아야겠기에 살고는 있었지만, 꿈을 꾸며 살 수는 없었다.
과연 서른의 난, 이 불안을 이겨내고 잘 살 수 있을까?
어느 덧 십년이 흘러 서른아홉이 되었다.
스물아홉의 고민은 어린아이 떼쓰기 정도로 느껴질 만큼 지난 십년간의 삶은 한 편의 느와르 영화처럼 휘몰아치는 사건의 연속이었다. 새드영화처럼 매 장면이 슬픔과 고통으로 얼룩졌다. 우울증을 앓았고, 사기를 당했고,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했고, 그럼에도 살아냈고 이겨냈다.
그리하여 지금은, 거대한 꿈을 가져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꿈같은 소리 집어치우고 - 보다 적극적으로 현실을 살아내고 있다. 정확히 말해 현실 가운데 실현 가능한 꿈을 찾고 있다. 꿈 찾기는 여전히 진행형이지만, 스물아홉 그 시절의 강박이나 불안과는 멀어졌다.
대신, 서른아홉의 난 체념을 했다.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것을 억지로 붙잡고 있어봤자 나만 불행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좋아하지만 잘 할 수 없는 일을 놓아 주었다. 더 이상 내가 그 일의 주인공이 될 수는 없지만, 관객이 되는 것으로 마음을 정리했다. 가질 수 없고, 내가 바꿀 수 없는 현실을 단념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