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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빈 May 05. 2021

가족 인터뷰 1_아들

열 살 아들의 어린이날


오늘의 소중한 기억이 점차 흐려져, 장차 사라질 그날에 부쩍 자란 네가 오늘을 기억해주길 바라며.



(인터뷰의 모든 내용은 존댓말로 진행합니다. 선녹음 후 타이핑은 제 생각이 더해질 수 있어 녹음기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인터뷰 즉시 받아 적었습니다.)





Q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1) 저요? 잠깐만요. 네.

저는 조세희이고요. 초등학교 3학년 XX초에 다니고 있습니다. 3학년 X반이고 학원은 태권도입니다.





Q2) 오늘은 무슨 날인가요?


A2) 오늘은 5월 5일 어린이날입니다.





Q3) '어린이날'은 무슨 날인지, 무엇을 하는 날인지 설명할 수 있나요?


A3) 생각하는 시간이 좀 필요해...

어린이날은 아이들이 명절 중에서 많이 좋아하는 날 중에 하나입니다.

어린이날은 애들이 어디를 놀러 가는 날입니다.





Q4) 조세희 군은 오늘 무엇을 했나요?


A4) 엄마가 푸시 팝을 사줬고, 그리고 또 어린이 대공원에 갔습니다. 그리고 게임도 했습니다.





Q5) 푸시 팝 말고, 또 무슨 선물을 받았나요?


A5) 사랑을 받았습니다.





Q6) 코로나 이후 가족들이 다 같이 야외로 나간 게 정말 오랜만인데, 코로나 이전에 놀러 나갔을 때와 오늘 나갔던 것에 차이가 있나요?


A6) 음... 별로 차이가 없습니다.





Q7) 코로나 이후에 많은 변화가 있는데, 마스크 끼고 야외로 나가는 것이 불편하지 않은가요?


A7) 별로 안 불편합니다.





Q8) 지금 10살인데, 혹시 지금까지 지나온 어린이날 중 기억나는 게 있나요?


A8) 이전에 어린이날은 잘 생각이 안 납니다.





Q9) 작년 어린이날에 받은 선물은 기억이 나나요?


A9) (어깨 으쓱) 뭐였지? 잘 모르겠습니다.





Q10) 그럼 오늘 받은 선물도 내년에 물어보면 기억이 안 날까요?


A10) 당연하죠.

아니요! 당연히 기억이 나죠. 푸시 팝이랑 사랑을 줬는데요.





Q11) 내년 어린이날에 바라는 것이 있나요?


A11) 내년 어린이날에는 롯데월드를 가면 좋겠습니다.





Q12) 어린이의 입장에서, 오늘 좋았점과 안 좋았던 점을 얘기해주세요.


A12) 오늘 좋았던 점은 동물들과 밖에서 뛰어놀았던 것이고, 안 좋은 점은 배가 너무 아팠습니다.





Q13)네, 그러면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10살 조세희 군이 엄마와 아빠에게 바라는 점이 있을까요?


A13) 바라는 점은 음... 살을 좀 더 빼고 그리고... 아니 살을 좀 더 빼고 지워봐. 지웠어? (네)

바라는 점이라... 좀 더 애들 말을 잘 들으면 좋겠습니다.





Q14) 애들 말을 잘 듣는다는 건 어떤 건가요?


A14) 뭐랄까, 어디 가자 하면 '나중에~' 뭐 그런 걸 안 하는 것입니다.





Q15) 네, 감사합니다. 오늘 인터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어린이날 축하하고요. 내년 어린이날엔 꼭 마스크 벗고 롯데월드로 갔으면 좋겠네요.


A15) 네~











인터뷰 결과 지금까지 지나온 어린이날 중 하나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 충격이었고,

생각해보니 나도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내년 어린이날은 어떻게 보내야 서로에게 더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지 앞으로 1년간 잘 생각해봐야겠다고 느끼는 시간이었다.



지난날 몇만 원씩 투자해 사줬던 카봇 장난감과 닌텐도 게임칩을 기억하지 못해서 역시 가격은 그다지 중요치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고, 3천 원짜리 푸시 팝을 내년까지 기억해준다면 오늘은 너무너무 가성비 좋은 어린이날이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어쨌든 더 어린 세희에게 물어봐 매년 기록했으면 좋았을 가족 인터뷰는 오늘을 시작으로 종종 남겨야겠다.

내년엔 꼭 롯데월드를 가야겠고, 푸시 팝과 사랑을 받았다는 세희가 그토록 바라는 애들 말을 잘 들어주는 엄마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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