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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심심 소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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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심 Apr 06. 2021

피자가 슬펐다.

2021.04.05

08:40

출근을 하려는데 어제 저녁 그대로 둔 싱크대 속 설거지가 눈에 거슬렸다... 

역시 아침에 설거지는 무리수였다. 올해 첫 지각을 했다.

11:40~15:30

점심시간.

수돗가 벚꽃나무 아래서 사진 찍는 아이들을 본다. 

작년 이맘 때는 원격수업으로 학교가 텅 비어 벚꽃나무는 혼자였다. 그래도 올해는 벚꽃나무가 외롭지 않네.

수행평가, 업무 관련 예산 기안, 수업 4시간, 방과 후... 

16:30

행정실에서 피자를 가져왔다. 포테이토 피자, 쉬림프 피자.

목요일 모친상을 당한 J계장이 답례로 교무실마다 피자를 돌렸다.

점심 무렵 계단에서 전화를 하는 J계장을 보았다. 슬픔을 감춘 건지 약간 밝아 보기기까지 했다.

일 년에 한두 번 호흡이 안 될 정도로 울다가 깰 때가 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다음 날 당신의 '없음'을 감당하지 못해 우는 꿈이다. 

혼자 남겨진다는 것. 혼자라는 것이 때로는 공포일 때가 있다.

꿈에서는 아버지가 주로 돌아가신다. 철들어서 아버지가 존경스러워졌다. 그러나 아직까지 살갑지는 못하다.

 어머니를 여읜 누군가의 슬픔이 꾸덕꾸덕 채 마르지도 않았는데... 우리들은 간간히 웃으며 피자를 먹었다. 

18:30

일주일에 한 번 중년의 콩쥐가 된다. 약수터에 물 길러 가야 하니까.

물이 채워지는 동안  숫자를 세며 일몰을 보았다. 

20:00

양갱이 와 '당신에게' 길을  산책했다. KBS 클래식 라디오 '세상의 모든 음악'을 들으면서.

00:30

사실 심심 소읍 매거진 일기를 쓰다 여러 편 지웠다. 이렇게 쓰는 게 맞는 걸까..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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