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서 보았듯 그 때까지도 딱히 뭘 해야 할지 모르고 살았으니 고3때와 다를 바가 없고, 그나마 경험해본 것을 토대로 생각해 보니 영업/마케팅이 맞겠다 싶어, 게다가 그 분야는 전공무관이 많으니 도전하게 되었다.
하나 둘 불합격이 쌓이면서 자괴감에 빠지는 삶을 살던 중 학교에서 하는 취업박람회에 친구 손에 끌려 가게 되었다. 딱히 뭘해야겠다는 생각이 없으니 이름 들어본 기업들만 기웃 기웃거리던 와중, 뒤에서 들리는 소리
'야 저기 가면 USB 준대'...
오! 나 USB 필요한대 가봐야 지 하면서 간 곳이 나의 첫 직장이 된 종합상사였다.
임시완이 주연했던 드라마 ‘미생’ 의 배경이 된 바로 그 회사.
취업박람회에 온 인사담당자의 말을 아무리 들어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고 당최 종합상사란 곳이 뭐하는 곳인지도 모르겠어서 USB 만 주세요 하고 인적사항을 써 놓고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어느 날, 누구나 알던 대기업의 인성검사에서 떨어졌다는 문자를 받은 날이다. 또다시 자괴감에 빠져 교정을 걷고 있는 중 갑자기 비도 추적추적 내리는데 바지속에서 띠링 소리가 났다. 그 때 취업박람회에 연락처 적고 왔던 종합상사에서 채용오픈한다고 문자였다.
시간도 없으니 이전에 써 놓았던 자소서를 짜집기해서 제출했는데 그게 어찌저찌 하여 결국 최종면접까지 합격 후 첫 커리어는 종합상사의 해외영업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불과 몇 개월 전만해도 ‘종합상사’가 뭔 지도 몰랐는데 이렇게 커리어를 시작해도 되나라고 하며 회사에 출근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