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사서로 살아남기를 마무리하고, 어떤 글을 쓸까 많이 고민했었다. 하지만 그것만큼 명확한 주제를 찾기가 쉽지 않아 공백이 길어지고 있었고, 별별 리뷰라도 올릴까 생각하던 중에 친할머니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모든 일을 미룬 채 급하게 가족들과 함께 지방으로 내려갔고, 절차를 마무리한 지 이제 막 일주일이 지났다.
나는 그동안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나 장례식을 경험해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지난 1월에 마지막으로 뵀을 때 할머니는 늘 익숙했던 그 모습이었기에 더 충격이었다. 최근에 힘드시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지만, 안일했던 나는 그저 7월 생신 때 찾아뵐 생각만 하고 있었다.
좀처럼 실감이 나지 않던 죽음은 영정사진을 발견한 후에야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장례식 내내 문득 징조도 없이 툭 눈물이 흐르는 게 범상치 않았다. 사실 그리 다정한 추억이 있던 것도 아니건만 자꾸만 마지막 만남 때 하셨던 말씀이 귓가를 맴돌았다.
"이따 올라가나?"
"네. 이따 낮에 간대요."
"좀 더 있다 가면 안 되나?"
기억하는 한 처음으로 그런 말씀을 하셔서 조금 당황했었다. 그래도 막내 손주이면서도 무뚝뚝하고 살갑지 못했던 내가 그때만큼은 나름 애교스럽게 "그러니까요~ 그럼 좋을 텐데 일 때문에 가야 하나 봐요."라고 대답했던 게 다행이라면 다행인 걸까.
그 후 고작 3개월 만에 모두를 잊고, 얼마 지나지 않아 떠나버리셨다. 당연한 건 없음을 아는데, 머리로는 알아도 알아지지 않는 기분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단축된 장례 절차를 마무리하고, 할머니를 영영 보내드리고, 가족들과 함께 찾은 할머니 댁에 가서야 비로소 참지 못하고 엉엉 울어버렸다.
늘 할머니가 계시던 자리가 텅 빈 것을 보니 진짜 다시는 할머니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뼈저리게 느껴졌다. 장수를 하신 것도 맞고, 병을 앓다 가시지 않아 다행인 것도 맞는데, 그래도 슬픈 건 어쩔 수 없었다.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는 당연한 사실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 감정도 점점 무뎌지고, 결국 기억의 파편 정도로만 남을 것임을 알기에 그러기 전에 글을 쓰기로 했다. 제목처럼 할머니의 마지막을 잊고 싶지 않아 남기는 아주 개인적인 글이다. 이 글을 쓰면서 다음을 또 걱정하게 되지만 그래 봤자 해결할 수 없는 불안임을 안다. 이런 일에 있어서 준비라는 건 가능한 것도,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러니까 지금은 그냥, 내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