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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위기의 중년 남성 탈출서

by 박은실

최근에 읽은 책입니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교수의 책입니다.

이 책은 중년남성뿐 아니라 여성에게도 유익하리라는 생각에 추천합니다.

결혼생활에 불만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삶에 지쳐 '재미'를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찾으라고 권합니다. 일단 재미있습니다. 문체도 좋고 가끔 감성을 건드리는 문장에 가슴속이 촉촉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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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페이지에 밑줄을 그은 이유는 요즘 자꾸만 기억력이 쇠퇴해지기 때문입니다.

"세세한 것에 대한 기억력이 감퇴할수록 추상화와 통찰의 능력은 늘어나게 되어 있다"니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이란 말입니까. 거기에 "직관과 지혜는 논리적 판단과 합리적 설명이 빠져나간 자리를 메워준다."질 않습니까?

깜빡깜빡해서 냉장고 문을 열고 왜 열었는지 잊어버리고 한참을 그 앞에 서있던 사람은 퍽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절대 노여워하거나 슬퍼하지 말기를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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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쪽

빨리 도착해서 빨리 밥 먹고 돌아오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남자들에게 여행이란, 목적지에서 밥 해 먹는 시간뿐이다. 준비 과정은 여행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여자들에게 여행은 준비할 때부터 시작된다. 여행지를 선택하고, 장을 보고, 여행지에서 입을 옷을 사는 것도 당연히 여행에 포함된다. 가는 길, 돌아오는 길도 여행에 포함된다.

----(중략)----

과정을 즐기지 못하면 항상 불안하다. 타인의 완성된 결과와 내 미숙한 결과를 비교하기 때문이다.

이 땅의 사내들이 불안해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살면서 한 번도 과정을 즐기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중략)----

이런 '결과 지향적 삶'에는 어떠한 즐거움도 없다.


292쪽

대나무의 마디는 속이 비어 있는 그 가느다란 나무를 20~30미터까지 올라가게 한다. 마디가 촘촘하고 튼튼한 대나무는 웬만해선 부러지지도 않는다. 마디가 있는 삶은 천천히, 그리고 의미 있게 흘러간다. 기억할 일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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