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충청 산골의 어느 농원에서 왔어. 트럭에 실려 우리 산에 도착했을 때 태어난지 일년쯤 지난 녀석들이 옹기종기 모여 허리에는 조그만 리본을 하나씩 달고 있었지. 마치 유치원 입학식에 엄마 손잡고 따라온 코흘리개처럼. 나는 그 아이들을 하나씩 정성스레 햇빛이 즐겨찾는 평평한 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었어.
그리고나서 3년 정도 지났나봐. 에고.. 이제는 훌쩍 커버린 녀석들에게 어린 시절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거야. 이제는 자기도 어른이 되었다고 큰 소리쳐. 그 징표로 봄에는 아름다운 매화꽃을 선보이고 여름이 끝날 무렵엔 탁구공처럼 커다란 매실을 주렁주렁 달고 있지.
지금은 겨울, 나는 녀석들이 생장을 멈추고 고요히 겨울잠에 빠져있을 줄 알았어. 근데 웬걸! 오늘 산에 올라보니 윗가지가 적색과 청색으로 길게 하늘을 향해 뻗어오르고 있지 뭐야.
아 그렇구나! 이 녀석들은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있었구먼. 겨울잠에 빠지지도 휴식을 즐기고 있지도 않고 있던 거지. 한겨울에도 적청색 생장을 뜨거운 열정으로 지속하고 있었다니!
나는 겨울 동안에 그들이 편히 쉬며 햇살이 따스한 봄에 다시 기운찬 활동을 시작하길 바랬는데, 녀석들은 잠시라도 쉬는 건 사치라 생각했나 봐. 이제 그들에겐 새로운 별명이 필요해 보여. "열정나무" 혹은 "충성나무"
저 아이들은 올 여름 또 얼마나 튼실한 매실을 나에게 선사할꼬! 자뭇 기대심이 자라며 감사하는 마음 또한 커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