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커피를 볶아 보자 #2

일반적인 로스팅 과정

지난번 글에서는 수망 로스팅을 시작하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팁을 소개하였다. 이번 글에서는 홈 로스팅을 시작해서 완료하기까지 겪게 되는 과정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해 보려고 한다.

1. 핸드픽

로스팅 이전의 커피콩을 생두라고 하는데 생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커피 원두의 색깔이 아닌 약간 노란빛과 초록색 빛을 띄고 있다. 그야말로 볶기 전의 날것인 상태이다. 이 생두는 커피  농장에서부터 우리 집까지 다양한 과정을 거쳐서 오게 되는데 일반 과일들이 선과장에서 제품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과 아닌 것으로 구분되어지는 것처럼 생두도 이런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하지만 이 과정이 완벽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생두를 볶기 전 마음에 들지 않는 결점두들을 가려 내는 게 좋다. 요런 나쁜 콩들이 나중에 커피 맛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손으로 가려내기 때문에 핸드픽이라고 한다. 보통은 제대로 자라지 못한 엄청 작은 콩이나 반쯤 썩어서 색깔이 확연하게 이상한 콩들을 가려낸다.

생두는 요렇게 생겼어요

2. 수분 날리기

이제 준비된 콩을 수망에 넣어서 불을 약하게 켜고 수망을 흔들기 시작한다. 커피의 콩은 단단해서 센 불에 바로 볶게 되면 겉은 타고 속은 익지 않는 상태가 되는 경우가 많다. 마치 냉동 만두를 냉동실에서 꺼내어 바로 구우면 겉은 타지만 만두소는 차가운 안타까운 경우라고 할까. 생각만 해도 슬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수분 날리기 과정을 진행한다. 약불에서 서서히 콩을 달궈주는 것이다. 참고로 보통 로스팅을 완료한 원두는 생두의 80% 정도의 무게가 된다. 수분과 껍질이 빠진 무게가 그 정도인 것 같다. 160g 정도의 원두를 생산하고 싶다면 200g 의 생두를 준비하여 볶는다. 수분 날리기는 콩의 색깔이 서서히 변하며 껍질이 날리기 시작할 때까지 진행하며 보통 4~5분 정도 진행한다.

3. 1차 크랙

껍질이 날리며 불꽃놀이를 시작할 때쯤 원두의 온도가 일정 정도 올라왔다고 판단하고 불을 좀 더 세게 해준다. 이때부터 연기의 양이 많아지고 색깔도 급속도로 변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콩의 온도가 200 가까이 올라가면 '퍽퍽' 소리를 내면서 터지기 시작한다. 이를 팝핑이라고도 하고 크랙이라고도 하는데 팝콘 콩을 튀기면 퍽퍽 터지면서 부피가 커지는 것처럼 생두가 원두로 변하기 시작하는 과정이다. 부피가 2배가량 커지고 내부 조직들이 팽창하면서 가스를 분출하기  시작하는 과정이다. 커피의 향과 맛이 변화되기 시작하는 시점이도 한데 1차 팝을 기준으로 신맛은 점점 사라지고 단맛이 점점 올라오게 된다.

커피를 한번 볶아볼까

4. 2차 크랙

계속해서 원두를 볶다 보면 원두의 색깔은 점점 검게 변하고 연기는 점점 더 많이 나게 된다. 1차 팝이 끝나면 약간의 고요함을 유지하다가 원두에서 1차 팝과는 다르게 빠르고 짧은 '타닥타닥' 하는 소리가 나게 된다. 이 과정을 2차 크랙이라고 한다. 보통 볶는 콩의 양이 작거나 불의 세기가 센 경우 1차에서 2차로 바로 넘어가게 되어서 두 과정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일반적으로 2차 팝 직전이나 직후에 로스팅을 종료하게 되는데 그래서 지금이 2차 팝인지 아닌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 보통은 로스팅 시간이나 소리, 냄새, 색깔 등을 보고 로스팅을 마칠 시점을 결정한다.

5. 원두 식히기

로스팅이 완료되면 재빨리 수망에서 원두를 꺼내어 식혀줘야 한다. 원두 내부는 이미 200도가 훨씬 넘는 높은 온도로 달궈져 있기 때문에 원두를 빨리 식혀주지 않으면 금세 타고 만다. 탄맛이 나는 원두를 생산하지 않으려면 원두를 볶는 것 만큼이나 빨리 식혀주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많지 않은 양은 체에 부어서 흔들어 주며 식히고 빨리 식지 않을 경우에는 선풍기 앞에서 식히거나 스프레이로 물을 조금씩 뿌려주기도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DDX2w3xtP28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홈 로스팅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은 단계가 원두 식히기 단계인데 로스팅 완료 후 뜨거운 수망에서 원두를 빨리 꺼내려고 맨손으로 급하게 열다가 화상을 입는다거나 버너를 끄지 않아 또는 방금 끈 버너에 신체가 닿아서 생기는 화상을 조심해야 한다. 원두를 식히려고 베란다 문을 열거나 선풍기를 쏘이면서 미처 정리하지 못한 연기와 체프들이 온 사방에 날리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원두를 식히면서 체프를 날려 보내다 윗집, 아랫집에 걸려서 항의가 들어올 수도 있다. 어떤 과정이든 잘못되면 집에서 로스팅을 하기 싫어지거나 가족들의 반대에 심각하게 부딪힐 수 있을 것이다!

자주 하다 보면 단순한 과정이긴 하지만 연기/냄새와 먼지만으로도 집에서 커피를 볶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부분 사먹는 것보다 맛이 없다! 그러니 급하게 하지 말고 천천히 조금씩 신경 쓰며 잘 해나가는 것이 필요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