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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창 Sep 19. 2015

내가 볶은 커피는 왜 맛이 이럴까 #1

홈 로스팅의 변수

홈 로스팅의 결과물로 커피를 내려 마시는 것은 나에겐 참 뿌듯한 일이다. 물론 그 과정이 쉬운 일은 아니고 결과물 또한 전문 로스터가 좋은 로스팅 기계에서 생산해내는 원두의 맛을 따라가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일부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맛볼 수 있는 일괄적인 탄맛 보다는 좀 더 싼값에 맛있는 커피를 맛볼 수 있기에 홈 로스팅을  계속하게 된다.

커피의 맛은 정말 다양한 요소에 의해  좌우되며 홈 로스팅을 몇 번 진행하다 보면 그것을 조절해가며 로스팅을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일반적으로 홈 로스팅은 캠핑용  버너에서 수망을 이용해 볶게 되는데 이 경우 열심히 수망을 흔들어 고르게 볶아낸다고 해도 조절 가능한 / 조절 불가능한 변수가 많다.


1. 버너 불

버너 불은 부탄가스를 이용하는데 부탄 가스의 불 세기는 부탄 가스의 양이나 온도에 따라서 불의 세기가 일정치 않다. 로스팅에서 불을 조절할 수 없다는 것은 정말 치명적인 부분이다. 또한 불 세기가 약해져 다 비우지 못한 부탄가스 깡통이 집에 쌓여 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2. 실내외 온도

보통 수망 로스팅은 연기와 먼지 때문에 부엌에서 쫓겨나 베란다에서 하게 되는데 베란다는 집 실내 공간보다 외부 온도 변화에 민감해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로스팅 시간과 필요한 가스 양이 많이 차이 나게 된다. 로스팅을 마친 후에도 빨리 원두를 식혀야 하는데 겨울이면 베란다 문을 30초만 열어 두어도 거의 콩이 다 식는 반면 여름에는 오히려 실내 온도가 더 낮아 선풍기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베란다 수망 로스팅. 광경이 썩 좋아 보이진 않죠? ㅎㅎ


3. 로스팅 시간

로스팅 시간에 따라서 커피의 맛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말. 로스팅을 할 때는 꼭 스톱워치를 옆에 켜 놓은 상태로 로스팅을 한다. 자신만의 레시피를 위해서는 단계별 로스팅 시간을 기록해두고 계속 일정한 시간으로 볶는 것이 중요하다.


4. 생두의 양

모든 것이  컨트롤된다고 해도 생두의 양이 볶을  때마다 달라지면 그에 따라 로스팅 시간이나 불의 세기도 달라져야 한다. 내 경험상 생두의 그램수와 로스팅 시간의 관계는 선형 그래프는 아닌 것 같다.


5. 생두의 질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재료이다. 생두의 질에 따라서 커피맛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왜 스페셜티, coe 가 존재하겠는가? 다만 단순히 생두의  질뿐만 아니라 원산지에 따른 특성에 따라서도 로스팅 시간이나 방법들이 차이가 난다.


그냥 생각나는 것들만 나열해봐도 커피의 맛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5개나 된다. 이를 모두  컨트롤할 수 있어야 원두의 맛과 상태를  조절할 수 있을 텐데 그러기란 쉽지가 않다. 별도의 로스팅룸에서 온도 변화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며 자동으로 돌아가는 로스터기를 사서 집에 놓고 쓸 수 없진 않은가?  "수제"의 매력이란 매번 조금씩 달라지는 결과물이 아닐까 하는 위로를 하며...


대표적인 홈 로스팅기 제네카페. 요놈 요거라도 하나 있으면 좋겠네!


위에서 나열한 변수들을 조절하기 위해서 사실 나는 수망 로스팅을 그만두고 냄비로 로스팅 도구를 변경하였다. 냄비에서 무엇을 볶는다고 하면 일반적으로 뚜껑을 열어놓은 상태에서 저어주는 장면을 생각하겠지만 로스팅을 위해서 냄비 뚜껑을 닫은 채 냄비를 통째로 2~3초에  한 번씩 흔들어 주는 매우 이상한? 행동을 한다. 열이 빠지지 않고 제대로 콩에 전달하면서도 고르게 볶기 위해서 내린 결론이다. 냄비 로스팅은 뚜껑을 닫고 할 수 있어서 연기와 체프에서 약간  자유로워졌고 그로 인해 집 안에서 로스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가스레인지의 불을 쓸 수 있으니 불의 세기를 어느 정도  컨트롤할 수 있게 되었고 실내 온도도 거의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많은 변수를  컨트롤할 수 있으니 일정한 수준의 커피 생산이 가능해졌다. 다만 직화식인 수망 로스팅에 비해서 향이 좀 약하게 나타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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