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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hni May 06. 2024

등기부등본을 확인하게 만드는 책

<새들의 집>

 장르물에서 ‘집’을 소재로 한 공포는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데, 그 이유는 집이라는 공간이 보통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 공간에 무언가 이질적인 사건이 발생할 때 우리는 두려움을 느낀다. 이러한 ‘하우스 호러’ 장르는 비단 꼭 귀신이 출현하지는 않더라도 현실적인 공포를 주기 충분하다. 아울러, 집이라는 소재는 우리의 의식주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사회고발적인 측면도 담기가 용이한 소재다.     


 현이랑 작가의 <새들의 집>은 부동산을 통한 재산증식과 그에 얽힌 미스테리를 다룬 책이다. 작가가 직접 육아를 하면서 겪은 일을 읽는 것처럼 책은 술술 잘 읽힌다. 부동산은 월급쟁이에게 있어 비교적 빨리 부를 형성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에서도 주인공 은주 씨가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 바로 ‘갭 투자’이다. 간단히 말해서 대출을 받아 집을 구매하고 그 집의 가격이 오르면 되파는 방법이다. 주변에 대형 백화점이 생긴다던지 하는 호재가 있으면 집의 가치가 상승하여 집을 매매할 때 쏠쏠한 차액을 남기게 되지만, 역으로 집값이 떨어지면 세입자에게 돌려줄 전세금이 모자르게 된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초월시라는 도시로 이사한 은주 씨는 자녀 지안을 어떻게 양육할 것인지가 항상 걱정인 평범한 엄마다. 그녀는 혜경이라는 전 직장 동료를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가 부동산 재테크에 눈을 뜨게 된다. 집을 여러 채 사놓고 그것이 오르면 되파는 방식에 대해서 은주는 ‘투기’가 아닐까 걱정하지만 역시 전 직장 동료였던 민정은 ‘내가 하면 투자고 남이 하면 투기다’라고 답변한다. 그 비슷한 맥락으로 은주가 부동산에 대해 배우려고 갔던 학원에서도 강사는 ‘돈 앞에서 도덕은 필요없다. 우리는 나쁜 놈이 아니다’라고 항변한다.     


 여기가 바로 긴장이 발생하는 지점이다. 뭔가 문제가 있다고 마음의 양심은 이야기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돈이고 남들도 다 하는 일을 왜 나라고 하지 못하는가라는 생각에 그 마음의 양심을 저버리는 순간. 돈과 양심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이 맞춰져 있다가 돈 쪽으로 롤러코스터가 질주하는 순간에 탐욕에 불이 붙고 분수에 맞지 않는 모험을 벌이게 된다. 은주 씨도 양동이라는 건설사가 초월시로 본사 이전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부지런히 집을 다수 계약한다. 은주는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느라고 생활비가 모자르게 되는데 이도 대출을 통해 해결하려고 하는 지경에 이른다.

이미지 출처 : YES24

 자본을 증식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나의 최대 이익을 위해서는 남의 어려운 사정을 봐줘서는 안된다. 경제력이 무너지면 사람 취급도 받지 못하는 세상에서 각자도생하려면 피도 눈물도 없이 자신의 자본을 움켜쥐어야 한다는 의식이 우리 사회에는 만연해 있음을 책은 보여준다.     


 하지만 폭탄이 터지는 장은 후반부 9장인데, 작가가 쌓아올린 긴장이 한 번에 터지는 장이다. 건설사가 본사를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취소하자 부동산 가격은 폭락을 한다. 은주는 집을 팔아보려고 하지만 소식을 접한 이들은 당연히 비싼 가격으로 아파트를 사려고 하지 않는다. 결국 그녀는 그동안 모아온 집들을 초급매로 팔 수밖에 없게 된다. 다행히 은주 씨 가족이 명주시에 남겨놓은 단독주택이 팔리는 바람에 큰 손해없이 그녀의 부동산 재테크 해프닝은 마무리된다.     


 그런데 만약 은주 씨에게 그런 최후의 보루가 없었다면? 수많은 집을 산 이후에 그 집들 각각의 세입자들 전세금을 보전해 주지 못하는 상황에 이른다면? 소설 중에도 집문서가 한 가득인 사람의 자살 사건이 있었는데 그런 일이 은주 씨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그런 절박한 상황으로 몰아갔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의 파국을 막기 위해 작가가 완급을 조절한 느낌... 극중에 나오는 검은 우비 미스테리도 독립된 스토리가 아니라 결국 전세금과 연관된 미스테리였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다. 또한 소설 중에 등장하는 무수히 많은 죽음의 이미지들이 다 봉합이 안되고 결말에 이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책은 부동산에 관심이 있는 독자가 읽으면 유용할 것 같다. 전세계약이나 매매를 처음하는 초보자에게는 유용한 부동산 용어들도 각주로 들어있다. 책이 잘 팔리면 출판사에서 부동산 전문가와 함께 코멘터리 유튜브나 주석 책을 만들어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부동산에서 주의할 사항을 소설로 풀어나간 책이 뜻밖흥행을 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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