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andfpark Nov 30. 2022

내 얼굴이 해외 기사에 올라갔다

평범한 INFP의 말레이시아 슈스 간접 체험기

유명세와는 상당히 거리가 먼 팔자를 가진 평범한 INFP 중 한 명으로서, 올해 초 나에게 벌어졌던 기상천외하고도 파란만장했던 한 가지 사건을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올해 2월, 웹예능PD로 일하던 회사에서 첫 말레이시아 출장을 떠나게 되었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 자가격리 없는 입국을 위해 여행사에 여러 차례 문의를 해야 했기에 몇 번이고 캐리어를 펼쳤다 접었다 했지만, 결국에는 트래블 버블로 랑카위에 일주일간 머무른 뒤 수도인 쿠알라룸푸르로 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인천에서 랑카위까지 직행하는 비행편은 없었기 때문에 쿠알라룸푸르 공항까지 가서 랑카위 공항으로 간 뒤, 일주일 후 다시 쿠알라룸푸르로 가는 루트였다.



갑작스럽게 정해진 출장이었지만 코로나로 하늘길이 막힌 지 어언 1년, 해외로 떠나고 싶어 근질근질하던 차에 즐거운 마음으로 출장길에 올랐다. 공항에 도착해 첫 발을 내딛는 순간, 추운 한국의 공기와 다르게 훅 끼쳐오는 습하고 더운 공기에 우리는 환호성을 질렀다. 첫 해외 출장이었기 때문에 걱정도 많았지만 일단은 말레이시아에 왔다는 게 실감이 나는 순간이었다.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한 첫날, 랑카위로 가기 전 16시간의 무시무시한 경유 시간을 대비해 공항 내의 ‘사마 사마(Sama-sama) 호텔’에 하룻밤 묵기로 결정했다. 대충 짐 정리를 하고, 호텔에 있는 벽 TV를 틀었더니 콘텐츠를 만들며 자주 봤던 말레이시아의 유명 배우들이 나오는 드라마가 나왔다.



그날 TV에 나온 배우들은 한하 킴(Hun Haqeem), 아닉 수하에(Aniq Suhair)였는데, ‘말레이시아 남자 배우 이상형 월드컵’ 콘텐츠를 만들 때 실제로 말레이시아 시청자들에게 추천을 받아 리스트에 넣었던 분들이었다. 진짜 이분들이 말레이시아에서 유명하구나!(?) 하는 마음에 신기해하며 다 같이 TV를 시청했다.



이때는 몰랐다. 이 순간이 내 인생에 둘도 없을 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이어질 줄은…





다음날 랑카위로 이동해 며칠간 머물 숙소에 체크인을 한 뒤, 대표님들의 친구이자 랑카위 현지에 사는 팬 분이 숙소로 가져다준 ‘나시 끄다(Nasi Kedah, 밥에 치킨과 매운 소스를 올려먹는 음식)’와 ‘떼 아이스(말레이시아식 아이스티)’를 먹는 브이로그를 촬영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인스타그램 DM을 확인한 동기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ㅇㅇ씨(나)가 지금 기사에 나왔다는데요…?’



이건 무슨 소리지? 정신없이 음식을 먹다가 머리를 한 방 얻어맞은 듯했다. 기사가 났다고? 내가? 왜?



직접 확인해보니 진짜 내가 말레이시아의 연예뉴스 기사에 떡하니 올라가 있었다. 제목은 대략 <한국의 여성 팬이 배우 한하 킴에게 입덕하다> 비슷한 느낌. 알고 보니 내가 전날 호텔방 TV로 배우 한하 킴이 나오는 장면을 보며 ‘와, 잘생겼다’, ‘목소리도 잘생겼어요’라고 감탄하는 모습을 대표님이 찍어 회사 틱톡 계정에 업로드했고, 그게 서서히 바이럴이 되더니 말레이시아 연예뉴스 ‘Kisah Donia’에 기사화된 것.




 기사 내용 중 일부. 해석하자면 ‘한하 킴에게 푹 빠진 우리 팀원. 그는 목소리도 잘생겼다’인데…



TV 속 잘생긴 연예인을 보면서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 저렇게 기사 소제목으로 떡하니 올라가다니! 민망함과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열애설 난 연예인 소식이나 보던 연예뉴스에, 그것도 해외 기사에 내 얼굴이 떡하니 올라가 있는 게 얼마나 낯설던지.



주로 풍경 사진만 올리던 내 인스타 계정에 팔로워가 1,000명 가까이 늘었고, 실제로 이후 출장을 다니면서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하거나 같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어느 정도였냐면 혼자 탄 말레이시아 택시의 기사분, 공항에서 짐을 검사하던 직원이 나를 알아보고 인사하는 수준이었다. SNS의 파급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몸으로 느낀 순간이 아니었을지...



안 그래도 조회수가 쭉쭉 오르던 틱톡 영상은 기사의 파급력에 힘입어 더 바이럴 되었고, 100만에 근접한 조회수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겨우 말레이시아 출장 2일 차에 벌어진 일이었다.



왜 이게 현지에서 이렇게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는지 생각해보면 보통 K-POP, K-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흥하면서 보통 한국의 남자 아이돌이나 남자 배우를 말레이시아 여자 팬들이 좋아하는 게 일반적인데, 반대로 말레이시아 연예인에게 한국 여자 팬이 열광(?)하는 게 현지 사람들에게 신선하게 느껴진 듯했다. 비단 이 한 가지 이유 때문은 아니었겠지만.



배우 한하 킴이 요즘 말레이시아에서 한창 뜨고 있는 뉴 라이징 스타라는 점, 연출이라고는 1도 느껴지지 않는 일반인의 찐 감탄 모먼트라는 점도 한몫했을 것이다. 어쨌든 이 사건은 회사 입장에서도 현지에서 핫한 반응을 이끌어냈으니 좋고, 나에게도 당황스럽지만 기분 좋은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 틱톡 영상이 불러올 파장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고, 새로운 만남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