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와 빵의 상관관계
작업 겸 데이트를 위해 을지로의 한 베이커리에서 남자친구와 만났다. 베이커리에는 프레첼부터 복숭아빵, 에그타르트, 까눌레 등등 종류별로 알록달록 입맛을 돋우는 빵들이 잔뜩 쌓여 있었고, 진열대 앞에서 한참을 서성대야 했다. 고민 끝에 달콤짭짤한 맛의 치즈 프레첼과 하얀 크림이 가득 찬 복숭아 빵을 골랐다. 오래 두고 먹어야 한다며 일부러 큰 빵을 골라놓고 우리는 앉은자리에서 빵을 해치웠다.
일주일에 한 번, 많으면 세 번을 데이트하며 남자친구와 서울 곳곳을 돌아다닌다. 그럴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들르는 곳이 카페인데, 예전에는 식사를 하고 카페를 가서 커피를 마시는 루트였다. 그러다 이제는 아예 빵집에서 만나는 경우가 많아졌다. 주로 먹는 것은 아이스크림이 올라간 프렌치 토스트, 베이글과 크림 치즈, 브런치 세트 같은 메뉴. 통유리로 햇볕이 따뜻하게 들고 감성적인 플레이리스트가 흘러나오는 카페에서 빵을 썰며 기분 좋게 데이트를 시작한다.
건실한 밥순이 파였던 나와 다르게, 남자친구는 디저트(일명 달다구리)를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데이트를 할 때마다 서울 곳곳의 예쁜 빵집에 남자친구를 데려가 맛있는 빵을 먹이는 게 나의 즐거움이 됐다. SNS를 봐도 '서울 빵집' '디저트 맛집' 키워드만 보면 바로 눈길이 간다. 빵의 비주얼을 스캔하고, 위치를 확인하고, 후기를 읽어본 뒤 통과된 맛집들을 지도에 저장한다. 이렇게 검증된 빵집은 다음 데이트 코스로 선정되고, 남자친구의 입에서 '여기 또 오고 싶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대성공이다.
누굴 좋아하면 그만큼 나의 세상이 넓어진다더니, 나의 경우에는 연애를 시작하며 달다구리한 빵의 세계가 활짝 열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