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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우 Mar 22. 2024

씨발적인 층간소음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퇴사 2개월 차, 집에 거주하는 시간이 많아져서일까.

아니면 얼마 전 개념 없는 윗집이 이사를 와서일까.

다시 귀가 트이기 시작했다.

물론 태생 자체가 소음에 예민한 사람인 나는 작은 소음에도 크게 기분이 변한다.

남들보다 민감한 만큼 그에 대한 방지로 시간대별 방안까지 마련해 놓는 편이다.

예를 들면 낮에는 운동을 가거나 산책을 나가고 밤에는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을 끼는 식으로.


그런데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건 이 씨발놈의 '발망치' 소리다.

거의 대부분 못배워쳐 먹은 무의식에서 시작한 체중을 실은 그 개 같은 소리.

고요한 수면 위에 쾅하고 떨어지는 돌은 파문도 크다.


한 달 전 새벽, 선잠에 든 지 30분이 채 되지 않아 천장이 울리는 진동에 깼다.

그 이후 자그마치 4시간 동안 그 소음에 시달렸다.

어렴풋이 들리는 여자의 웃음소리, 물건을 아무렇게나 던지는 소리, 그리고 씨발놈의 발망치 소리.

참다못해 새벽 5시가 다 될 때쯤 관리인에게 문자를 남겼다.

다음 날,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당일에 이사를 와 친구들을 초대해서 생긴 소란이며 윗집에서 아주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근데 이 씨발년은 새벽에는 당연히 조용히 해야 된다는 걸 모르나?

일단 한 번은 봐준다는 생각으로 넘어갔다.


나는 이곳에서 4년째 살고 있다.

나 같은 사회초년생은 서울에서 이만한 조건에 이만한 원룸을 구하기 힘들다.

동네도 조용하고 관리도 잘된다.

6평 남짓의 작은 방이니까 움직일만한 동선도 많지 않다.

아마도 과거 모텔로 사용하던 건물을 개조한 게 아닌가 추측된다.

근처에는 회사가 많으니 다들 거의 퇴근 후 거주 시간이 주인 사람들일테다.

근데 씨발, 그게 아닐 수도 있다.


내가 회사를 다닐 때만 해도 이렇게 예민하지 않았다.

가끔 개망할년놈들과 직간접적으로 부딪히긴 했지만 거의 금방 해결이 되었다.

나는 덩치도 건장하고 말발도 센 사람이니까.


한 번은 퇴근 후 너무 피곤해 까무룩 잠에 들었는데 옆집의 전화통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이렇게까지 큰 소음이 넘어온 적은 없는데 뭐지?

잠에서 깨니 아주 예민해졌고 주의의 의미로 발로 벽을 세게 몇 번 쳤다.

즉각 옆집에서 달려 나오는 소리가 들렸고 쾅쾅 노크 소리가 났다.

나는 문을 열고 바로 욕지거리를 뱉었다.

작고 다부진 한 남성이 씩씩거리며 대응했으나 이내 사과를 하고 돌아갔다.

그는 그 이후로 한 번도 소음을 낸 적 없이 조용히 이사를 갔다.


그곳에 정체 모를 여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이사 왔다.

대부분 조용했지만 밤 12시만 넘어가면 드르륵 침대 수납칸을 여는 소리가 들렸고

옷장 문을 십 수번씩이나 여는 소리가 들렸다. 

(이곳은 씨발 옆집의 옷장과 벽이 붙어있어서 부주의하면 팅팅 하는 소리가 난다.)

그러고 우당탕 30분 정도가 지나면 복도를 지나는 또각또각 구두 소리가 들린다.

밤일하는 사람인가? 몇 번 주의를 주려고 나가려다 여성인 거 같아서 참았다.

벽을 한 번 발로 쾅쾅 차면 조심하는 소리가 났으니 이 정도면 참을 만했다.


지금 이 집으로 이사 온 새끼는 폐렴에 걸린 게 틀림없다.

퇴근 시간만 빼면 대개 조용한 사람인데 꼭 새벽만 되면 콜록콜록 기침을 해댄다.

아침 6시에 청소기를 돌리는 씨발놈이기도 하고

얼마 전 위층 어딘가에서 밤 12시쯤 계속 망치 소리가 나자 크게 고함을 지르던 십새끼기도 하다.

발망치 소리도 꽤나 나는 걸 보면 못배워쳐 먹은 새끼인 것은 확실하다.

벽을 쿵 치니 맞받아 쿵 치는 걸 봐선 조만간 손을 한 번 봐줘야 할 거 같다.


그리고 또 다른 방향의 옆집은 얼마 전에 이사 왔다.

이 새끼는 다 좋은데 의자 드르륵 끄는 소리를 꼭 내곤 한다.

병신인가? 벽을 쾅 차면 조용해진다.


생각해 보니 벽간소음만큼이나 층간소음에 대한 일화도 있다.

처음 이사를 왔을 때 몇 주 지나자 윗집의 발망치 소리가 거슬려 아주 정중한 쪽지를 붙였다.

그날 저녁, 그 사람이 우리 집 문을 두드렸고

아주 정중하게 본인 또한 발망치 소리에 큰 스트레스를 느껴 주의하는 사람이니

소음의 주체는 본인이 아닐 것이니 오해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개같은 한국 건축 시스템 상 그 옆집이거나 그 윗집의 소음이 전달될 수도 있으니 나도 사과했다.

층간소음 가해 의심자들은 진지하게 명심해라.

당신들은 무조건 숙이는 자세와 논리적 설명 무장만이 죽음으로부터 살길이다.


8개월 전쯤 그 집으로 다른 사람이 이사 왔다.

또 육중한 발망치 소리가 들리길래 관리인에게 주의를 부탁했고

그 또한 직접 내려와 빵을 건네면서 조심하겠다고 사과했다.

아주 작고 통통한 인간이었다.

이러니 이딴 소리가 나지.

빵은 받지 않았고 제발 자는 시간만큼은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 이후로도 제법 쿵쿵 거리는 소리가 났지만 그냥 참았다.


그리고 바로 지금, 이 시점.

아마도 추정이 힘든 이 위층 어딘가의 육중한 발망치 소리.

그 이전부터 존재하던 것인지, 아니면 또 내가 모르는 어떤 이사가 있었을지도.

이곳은 장기거주자보다는 단기 거주가 많은 건 확실하다.

그리고 내가 사는 2층 바로 위인 3층에는 일을 하지 않는 나 같은 개백수들이 명백히 많다는 것도.


퇴사 후 대부분의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니 생각보다 많은 소음이 낮에 있었다.

윗집인지 대각선집인지 도저히 판단이 안될 만큼 온갖 발망치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했다.

네이버 블로그를 보고 고무망치를 구매해 몰딩 이곳저곳을 쾅쾅 쳤다.

그 과정에서 몰딩 몇 개가 깨지기도 했다.

이게 효과가 없는 것 같아 온 집이 울릴 만큼 손등으로 천장을 두드려대기도 했다.

이 씨발년아!!!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소음은 사소하지만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층간/벽간소음 살인 사례가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이해가 된다.


그리고 얼마 전 관리인에게 전화가 왔다.

새벽 5시의 소동 이후 윗집에서는 아주 주의를 하고 있는 상태이니 천장을 두드리지 말아 달라고.

그럼 시간을 가리지 않는 이 씨발 개같은 발망치 소리는 도대체 어디서 나는 것인가.

그는 이미 내 부탁으로 세 차례나 3층 전체에 주의 문자를 날린 상태였다.

그렇다.

대중의 익명 속 '나는 아니'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진 못 배워 쳐먹은 새끼들이 여전하다는 뜻이다.

발뒤꿈치를 톱으로 잘라내야 되는 이 저열하고 저능한 인간들.

그래도 관리인이 부탁을 했으니 보복은 멈췄다.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까지도 발망치 소리가 난다.

정말 백번 양보할 테니 이 개새끼들아 잠자는 순간만큼은 깨우지 마라...

하루에도 수십 번 살인충동이 들고 내 개인적인 무드까지 죄다 망치는 이 개같은 소리.

정말 누군가의 하늘은 누군가의 바닥이 맞다.


하- 이 쳐죽일 씨발새끼들... 나지막이 뱉으며 결심한다.

꼭 큰돈을 벌어서 탑층이나 단독주택으로 이사 나가고야 만다.

내 비트코인 떡상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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