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나는...
어느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갔는데 당시 면접관이 과장 명찰을 달고 내게 이런 질문을 했었어.
"특정 직원과 트러블이 생긴다면 어떻게 해결할 거죠?"
"부당한 업무 지시를 강요한다면 어떻게 대처하실 건가요?"
요즘도 이런 질문을 하는가 의문을 가지며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자꾸 부딪히는 그 사람과 내가 업무적으로 부딪히는지 감정적으로 싸우는 건지 일단 냉정하게 판단해보겠습니다. 그 후에 전자라면 개선의 여지가 있음을 알고 상사라면 내가 따라갈지 후배라면 설득할지 정하겠습니다."
여기까지 말하자 과장이 다시 물었다.
"누구나 사람인데 감정적으로 싸우게 되면 어떻게 해결하실 건가요?"
과장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다. 지금의 질문은 압박 질문도 아니고 날 맘에 들어하지 않는 질문도 아니라는 것을.
3초간 생각한 후 이렇게 말했다.
"감정적으로 싸운다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기에 혼자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싸운 후에 담아두지 않고 풀면서 그 사람 입장을 억지로라도 생각해 볼 겁니다. 만약 그게 안된다면 거기서 그만두고 포기합니다. 너무 화가 났을 때는 그 누구의 말도 충고도 소용없고 시간이 흘러야 해결될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과장님이 말하길 바랬던 예상 질문이 적중한 듯 내게 날아왔다.
"00 씨는 그런 스트레스 상황을 평소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내가 그 질문에 뭐라고 대답했을까?
"힘든 순간이나 화가 날 때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합니다 바로 글쓰기죠."
과장은 의외라는 반응이 표정에서 묻어난다.
난 이때다 싶어 반문했다.
"글쓰기를 하면 뭐가 좋은 줄 아십니까? 바로 자기 성찰을 하기 쉽습니다. 쉬운 말로 부정적 감정이 해소가 되고요 글자가 흘러가는 대로 마음을 표현하다 보면 어느새 몰입하게 되고 그 가운데 순수한 즐거움을 느끼기에 스트레스가 흩어져 버리죠."
과장님이 마지막 질문인듯한 뉘앙스로 말했다.
"글을 쓰신다면 어떤 글을 쓰시고 업무에 어떤 도움이 되나요?"
"쓰고 싶은 장르는 소설이지만 현재까지는 라디오 사연부터 월간지 응모, 공모전 수필, 시를 쓰곤 합니다. 라디오 사연을 쓰면 생활의 모든 일들이 소재가 되어 맘껏 DJ에 털어놓고 스트레스 아무리 받아도 다 풀어낼 수 있어요. 또, 선물도 받고요. 월간지 응모는 짧고 간결하게 써야 하기 때문에 글을 다듬는 능력이 길러지는데 이게 말을 할 때도 자연스레 묻어나게 되어 조리 있게 말하게 되면 회사 생활에 분명 도움이 됩니다. 공모전 글은 상금이 걸려있기에 퇴고를 엄청 많이 하면서 배운 능력은 훌륭한 보고서 작성에 도움이 됩니다."
면접의 결과가 궁금하다고?
문자가 한통 왔더라고.
[채용면접에 응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블라블라.. 더 좋은 인연으로 함께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살면서 더 좋은 인연을 만나지 못한대도 나는 글쓰기를 죽을 때까지 해보고 싶어. 삶이 혹은 사람이 날 힘들게 해도 일이 고되고 현실이 암울해도 돈이 되지 않는대도 배신을 당한대도 손가락이 모두 부러진대도 사랑하는 사람이 혹여 내 곁을 떠나간대도 늘 곁에 두고 함께 써 내려가고 싶어.
장황한 이유를 일일이 설명은 못하겠어. 그냥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나는 작가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거부할 수 없는 숙명 같은 게 또렷이 느껴지기도 해.
훗날 글밥을 먹으며 행복하게 지내는 일상을 내가 누려도 될까? 아니 반드시 이루어 누리고 말겠어.
"야! 너도 글 쓰고 작가 되어 행복할 수 있어!"
아 행복하다 지금이.
누구도 방해하지 못하는 우주공간에서 허락된 유일한 나의 글 쓰는 안식처 5평 방구석에서 나는 살아있어.
나도 어디서 보고 베껴 쓰는 말인데..
"내가 좋은 사실을 하나 말해줄게. 어디에 있는지 누구인지 여자인지 남자인지 어떤 글을 쓰고 있는지 모르지만 오늘 밤 빛나는 별들은 모두 글 쓰는 너를 위해 빛나고 있는 것이래."
"그럼 언젠가 글밥 먹으면서 작품으로 만나자.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