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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류지 Jul 27. 2022

명상

나는 참 생각이 많다. 그 생각 대부분이 걱정과 고민들로 가득 차 있다. 가끔 생각이 너무 많을 때는 머리가 깨질 듯 아프기도 하다. 그럴 때는 세상 모든 걱정이 파도처럼 나를 덮치는 것 같다.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한 번 나의 마음으로 온 걱정거리는 쉽게 사라져 주지 않는다. 


최근 들어 책을 많이 읽고 있다. 특히 자기 계발서에 빠졌다. 그런데 이러한 부류의 책을 보면 걱정이 많아 힘든 것은 나만의 얘기가 아니었다.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수많은 걱정과 고민으로 불안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았다. 이때 많은 책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해결 방안 중 하나가 바로 명상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나는 처음으로 '명상'이라는 단어를 들었다. 담임선생님께서 하루 한 번씩 단체로 명상을 시키셨다. 그때는 그저 다들 눈을 감길래 나도 따라 눈을 감고 지루함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얼른 수업이 끝나 친구들이랑 수다 떨며 집으로 가고 싶다.' 생각하며. 그래서 성인이 되기 전까지 나에게 명상은 그저 눈을 감으며 멍을 때리는 시간으로 생각이 되었다. 

 대학생 때까지도 '명상'이라는 단어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학부 때에도 무척 걱정과 고민이 많았었는데 그때는 그것을 공부라는 것으로 덮었다. 수학책을 읽고 있으면 다른 생각은 안 하게 되어서 그 걱정과 고민들을 잠시 잠재울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외의 시간, 지하철을 타고 학교로 가는 길, 밥 먹는 시간 그리고 아침에 눈을 뜨는 그 순간마저 불안하고 초조했다. 잠재웠던 걱정들이 이때다! 싶어서 막 올라왔나 보다. 여하튼 그래서 나는 그때 인생 공부는 잠시 미루고 수학 공부에 전념했다. 

 그리고 1년 전 대학원에 입학하고 내 주변 환경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리고 나의 생활도 아주 바뀌었다. 생각이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더 많아졌다. 나는 더 불안해지고 초조해졌다. 하지만 이제 그것을 공부로 덮을 열정과 힘도 없는 것 같았다. 이전처럼 옆에 가족들, 친한 친구들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제는 이 감정들을 나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그리고.. 난 그것을 결국 해결하지 못해 지난 1년간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난 요즘 인생을 공부한다. 책으로. 책을 읽으면 정말 유명하고 대단한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이 해주는 인생 조언을 들을 수 있다. 이만큼 좋은 공부가 어디 있나 싶다. 그들이 알려준 명상이라는 해결책. 사실 처음에는 '그렇구나.' 하면서 넘겼다. 자기 계발서를 정말 '읽기'만 한 것이다. 나의 삶에 적용하지 못했다. 그러니 책을 읽으나 마나 한 느낌이었다. 이것을 깨닫고 책에 대한 나의 태도를 바꿔보기로 했다. 밑줄을 긋기도 하고 마음에 와닿는 문장은 따라 적으며 기록했다. 그랬더니 참 신기하게도 책이 말하는 조언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내 인생에 적용하려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최근에 드디어 '명상'이라는 것을 해보았다. 


 오늘 아침 6시, 나는 알람을 듣고 일어나 세수를 하고 따뜻한 물을 한 컵 마신 뒤, 창문을 활짝 열고 바닥에 앉았다. 처음에는 유튜브에 있는 명상 영상을 틀고 그들의 가이드를 따라갈까 싶기도 했는데 그래도 왜인지 나 스스로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냥 가사가 없는 잔잔한 음악만을 틀었다. 허리를 곧게 펴지만 크게 힘을 주지는 않는다. 천천히 숨을 마시고 내뱉는다. 오늘도 일어나는 순간, 많은 생각이 나를 덮쳐왔다. 나는 그것들을 억지로 잠재우려 하지 않는다. 내 생각들을 하나하나 깊게 살펴보았다. 어제 읽은 팀 페리스의  '타이탄의 도구들'이라는 책에서 그러더라. 명상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을 '관찰'하는 것이라고. 그 말을 되새기며 나도 그러려고 한다. 내가 내 마음이 가진 생각들을 천천히 들어주는 것 같다. 참 신기하더라. 그랬더니 자연스럽게 마음이 가라앉고 조금 평온해졌음을 느낀다. 


 우리는 항상 남의 말을 잘 듣는 것을 중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자신의 마음속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은 것 아닐까. 그저 지긋지긋한 걱정 그리고 골치 아픈 고민이라고만 생각하면서. 나는 정말 그랬던 것 같다. 


 책에서는 명상을 하며 자기 암시를 하라고도 한다. '나는 잘하고 있어. 나는 대단한 사람이야. 나는 오늘을 아주 멋지게 잘 살 거야!'와 같은 말들. 처음에는 조금 오글거리고 어색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아직 해보지 않았는데 내일 아침에는 나 스스로에게 이렇게 좋은 말들도 해줄까 한다. 요즘 명상을 하는 다음 날 아침이 무척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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