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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류지 Jul 12. 2024

소중한 10초

나는 매일 아침 고요함을 만난다. 

    요즘 세상에서 고요함이란, 누리기 쉽지 않은 것 중 하나이다. 끊이지 않는 휴대폰 알림, 시끌벅적한 거리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소란스러운 나의 마음속. 우리는 온갖 소리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다. 


    최근에 나는 무척이나 오랜만에 '고요함'을 느꼈다. 나의 아침 등굣길, 학교를 잘 가지 않는 요즘은 그저 아침 산책길인 길 위에서이다. 그 길은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8차선의 큰 도로이기에 차가 무지 많이 지나간다. 아침 출근시간에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힘든 오르막길을 지나면 인도에 나무가 한가득 있는 구간이 나타난다. 내가 아침 산책을 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한 곳이다. 그곳에 들어서면, 향긋한 풀내음이 나고 새가 지저귄다. 언젠가 그곳을 지날 때, 여느 때처럼 수많은 차가 쌩쌩 달리다가 갑자기 도로가 휑 비었다. 저 앞 쪽에서 신호가 걸려 차들이 오지 못하고 있던 것이다. 그 순간, 나는 '고요함'을 만났다. 들리는 것은 오직 새의 짹짹거리는 아침 인사, 바람의 지휘에 따라 나뭇잎이 이리저리 춤을 추는 소리, 그리고 이것들과 나를 연결시켜 주는 나의 발소리. 나도 모르게 "아, 좋다!"라고 소리 내어 말했다. 걱정과 불안으로 머릿속이 꽉 찼었던 그때의 내가 아무 생각을 하지 않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10초 후, 다시 자동차들이 경쟁을 하듯 빠르게 쌩쌩 지나갔다. 마치 아주 짧지만 무척이나 좋은 꿈을 꾸고 깨어나 일상이 시작되는 것 같았다. 아무런 꾸밈도 없는 10초가 이리도 아름다울 수가 있는 것일까. 그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어서, 그리고 그것이 주는 행복을 만끽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그렇게 나는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그 고요함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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