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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한장의여행 HOTEL

아비뇽 라 미항드 La Mirande

by 헤이븐
프렌치 고전미의 정석과도 같았던, 아비뇽 호텔 라 미항드 La Mirande © All rights reserved

친한 친구들은 이미 알고 있지만. 나는 정말이지 호텔을 좋아한다. 출장을 떠날 때마다 호텔은 하여튼 어지간히도 챙겼다. 물론 예산의 압박도 있기는 했지만 소개해도 좋을만한 호텔들을 가려내고, 그 호텔들에 일일이 연락해서 머물러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내고. 그렇게 하다보니 하루에 하나씩 호텔을 옮기는 스케줄을 만들어야 할 때도 있어서 힘들긴 했지만 새로운 호텔에 머무는 경험이 고생을 상쇄시키곤 했다. 그렇게나 좋았던 호텔 이야기를 짧게 써야 한다는 건 늘 불만이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넘쳐나는데 왜 한 페이지로 끝내야 하냐고! 호텔이 여행의 이유인 사람도 (나야나) 있는 건데. 무튼 그래야 한다면 거기에 맞출 수밖에. 나는 힘이 없으니까. 나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백개지만 그걸 반의 반의 반의 반만 해야 한다고 하니까 뭐 별 수 있나. 호텔만큼은 TMI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그렇지만 일 덕분에 여행지들의 다양한 호텔을 경험할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이었다...내돈내산 불가능이니깐…)


아무리 피곤해도 예쁜 호텔 구석구석을 구경하다 보면 시차 적응으로 잠을 한두 시간 자는 둥 마는 둥 하는 스케줄 속에서도 정신이 번쩍 차려지고는 했다. 다른 일로 프랑스 아비뇽 이야기를 하다가 이 호텔이 생각나서 기억과 사진을 그러모았다. 나에게 아비뇽 여행의 하이라이트를 꼽으라면 단연 라 미항드 호텔이라고 할 수 있다. 아비뇽 교황청 바로 옆이라는 위치, 1300년대 지어졌다는 건물의 역사, 공간을 곰곰이 살펴볼수록 돋보이는 기품 넘치는 디테일까지 반할 구석이 넘쳐나는 데다가 난생처음 소셜다이닝을 경험했던 곳이기도 하다. 여러 나라에서 이 호텔을 방문한 사람들과 프랑스 가정집 주방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에서 테이블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셰프가 눈앞에서 만들어 주는 음식을 먹었다. 그리고 식사 마지막엔 기념일인 부부에게 깜짝 이벤트를 여는 타이밍이 있었는데, 시크의 정점이던 셰프가 라비앙 로즈를 불러줬어. 내 기념일도 아닌데 내가 눈물이 날 뻔했지 뭐야. 여하튼 꿈꾸는 것 같은 시간이었네. 남프랑스 마지막 여행지가 아비뇽이었는데 마무리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생각을 했지. 우연히 로비에서 마주친 호텔의 오너분(멋진 노신사셨다!)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고 이야기해줬던 것도 기억나. 떠나는 날에 파리행 기차를 위해 새벽같이 출발해야 해서 조식을 먹을 수 없었는데, 그걸 알고는 기차 안에서 먹으라고 도시락도 싸줬었어. 세상에 생각할수록 꿈을 꾼 것이었나 싶네. 다시 가고 싶다아... 호텔 다니다가 가산 탕진하고 싶다....(안됨)

시간이 축적된 공간을 다듬어 완성한 클래식한 분위기는 인위적으론 만들 수 없는 거라 © All rights reserved
호텔만 가면 안 찍던 거울 셀카도 괜히 한 번 찍어보게 된다. 나만 그런가? © All rights reserved
아담한 책상, 패턴을 맞춘 커튼과 벽면, 고풍스러운 의자와 테이블, 창틀과 몰딩마저 모두 탐난다. © All rights reserved
내가 사진 찍는 걸 발견하고는 괜히 와서 구경해보던 아가. 그러고 보니 여기 바닥도 너무 예뻤네 © All rights reserved
바도 이런 분위기다. 어떻게 안 좋아하겠어. 내가 술만 잘 마셨어도... © All rights reserved
어느 구석이든 맘에 들지 않는 구석이 없어 사진을 많이도 찍었다. © All rights reserved
아마도 로비 공간.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들어서자마자 반한 이유가 모두 설명된다. © All rights reserved
소셜 다이닝을 즐겼던 공간. 셰프가 부른 라비앙로즈 동영상 못찾아서 슬픔ㅠ ©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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