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마지않는 홍콩
사랑에 빠졌다고 밖엔, 홍콩
봄이 다가올 무렵이 되면 홍콩이 생각난다. 주로 3월 말경 아트바젤 기간에 맞춰 홍콩을 매년 방문하곤 했어서 그 관성이 남아 있는 것 같아. 2020년도 초반에만 해도 올해도 홍콩을 가볼까? 하면서 티켓을 찾아봤던 것 같다.
홍콩을 갈 때마다 금방 다시 돌아올 거라고 생각해서 그 흔한 피크트램 한 번 안타봤지 뭐야. 이렇게나 홍콩을 좋아하다가 언젠가는 살게 되는 거 아닐까? 생각했던 적도 있었고. 이만큼이나 그리워하게 될 줄 알았나 뭐.
이럴 줄 알았음 그 좋아하는 운남국수 한 그릇 더 먹고 올걸, 콘지랑 딤섬들도 다 다른 종류로 배 터지게 맛볼 걸. 관람차고 피크트램이고 그냥 한 번 타볼 걸. 피크트램은 또 노후 문제 때문에 현대적인 모델로 교체되었다면서? 예전에 그 피크트램이 아닌거잖아. 이제와서 그걸 못 타본 게 이렇게 서럽네. 그냥 다 해볼 걸 그랬어. 별 찍어둔 수많은 카페들, 층층이 이어지는 갤러리들과 커다란 규모의 아트바젤 전시장, 반짝이는 빌딩 숲, 오래된 건물들, 열대 우림 같은 공원, 다디단 토스트와 밀크티(+동윤영,동랭차도), 고소한 홍콩 에그 와플까지. 그립고 아쉬운 거 투성이야.
무엇보다 언제 어디서나 친절했던 홍콩 사람들은 모두 안녕한지. 우왕좌왕하며 식당에서 합석 후 현지어만 적힌 메뉴판에 동공지진이 날 때마다 앞에서 옆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알려주고 대신해줬었는지. 그렇게 추천받아서 먹은 것 중에 맛이 없는 것은 하나도 없었어. 그래서 현지인들만 가득한 식당에 들어가는 게 하나도 겁나지 않았지. 그립고 또 그립다 홍콩. 다시 갈 수 있을 때까지 그대로의 홍콩으로 남아 있어 줬으면. 그러기 어렵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그랬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이야. 가끔 홍콩을 그릴 때마다 울컥하는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나. 너무 많은 마음들을 홍콩에 두고 왔나 봐.
*좋아했던 홍콩의 조각들 - 밤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