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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민 Nov 15. 2023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11개월만의 일이다. 

여기까지 읽는다면, 부모님 금슬이 좋으셨나보다라고 생각하겠지만 두 분은 이십여년 전에 헤어지셨다.


그리고 시아버지, 시어머니의 일이다. 나는 '시-'자를 붙여서 부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시-로 시작하는 단어들에 붙은 부정적 프레임이 싫고,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 같다. 물론 나는 나의 부모님에게도, 남편의 부모님에게도 살가운 딸, 살가운 며느리는 아니다. 그럼에도 나와 두분의 거리는 멀지 않았기에 아버지, 어머니로 부름에 거리낌이 없다. 


너무나 평범한 일요일이었다. 날은 따뜻하고 벚꽃이 막 피어나는 때라 공원에 산책을 갔다가 다녀오는 길에 우연히 발견한 30년 전통의 갈비집에서 고기 한상 차림을 먹고 부른 배를 두드리며 집에오다, 오래된 빵집에서 소보로빵과 크림빵을 하나 간식으로 집어오며 소소하게 즐거워하는 그런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중이었다. 빵을 한입 먹으려고 할 때 전화가 왔다. 아버지와 같이 사시는 분이었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헤어지고 나서 세번정도 같이 사시는 분이 달라졌다. 내가 남편과 결혼하고 나서도 한번 달라졌다. 그분을 표현하는 단어로는 아버지와 같이 사시는 분, 그 이상은 하기가 좀 어렵다. 아무튼, 전화로 하시는 말씀이 아버지가 머리가 아파서 먼저 집에 갔는데 집에 도착해보니 쓰러져계셨다고 했고 119에 실려 갔다고 했다. 남편이 전화를 하는 동안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서 바로 병원에 갈 준비를 했다. 3월 어느 일요일의 일이었다. 




1년 전 4월 어느 금요일.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아이처럼 울먹이는 목소리로 남편은, 어머니가 심정지로 쓰러져서 병원에 갔고 응급실에 갔다고 했다. 남편 직장에서 어머니가 계신 곳 까지는 차로 1시간이 넘게 걸렸다. 나도 바로 조퇴하고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아무리해도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왜 이렇게 부모님과 멀리 살았을까 싶은 순간이었다. 


도착한 병원은 언제 생겼는지도 모르는 대학병원이었고 시설이 참 좋았다. 먼저 도착해계신 외삼촌과 외숙모를 만났는데, 우리가 도착하니 그제서야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말해주었다. 운전해서 오는 길에 사고날까봐 미리 말씀을 안해주셨다고 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니? 이렇게 아무런 예고없이 사람이 죽는다고? 


동네에서 인기가 많았던 어머니는, 그날도 친구분들과 함께 계셨다. 오전에 마트에 가서 겉절이와 총각김치 재료를 사오셨고, 함께 김치를 담그셨다고 한다. 출출한 김에 계란후라이를 해 먹으려고 일어섰다가 갑자기 쓰러지셨다고 했다. 친구분께서 바로 119를 불렀고, 응급실에도 바로 갔고 심폐소생술도 오래 했지만 '다행히'를 붙일 수 있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후의 모든 일은 비극 그 자체였다. 


하나뿐인 아들, 딸같은 아들, 오랜 공부를 끝내고 이제 고지에 다다른 아들은 누워계신 어머니 앞에서 한없이 무너졌다. 어머니는 그냥 자고있는 사람 같았다. 고통스러워보이지 않았고, 무너지는 우리의 마음을 모르시는지 편안해보이시기까지 했다. 차가워진 어머니의 얼굴을 감싸안고 남편은 한동안 많이 울었다. 그 모습이 안타까워 눈물이 나고, 어머니가 안쓰러워 눈물이 났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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