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카리 Oct 22. 2023

빙의 중독 (2)

1화 요약 대학동창 연준과 여자친구 소희는 지훈이 점점 폭력적이고 금전적인 문제가 생기는 것을 지켜본다. 

https://brunch.co.kr/@intothebluesea/110



대학교 동창 연준


오랜만에 지훈이에게 연락이 왔다. 낮술이나 하자는 게 심상치 않았다. 낮에도 하는 24시간 감자탕집에서 이미 많이 마신 듯 빈병들이 놓여있었다.


"지훈아 야 무슨 대낮부터 술이냐?"


"연준아 X발 나 소희랑 깨졌다. 아 맞다 저번에 빌려간 돈 갚아야지"


"어 고맙다. 근데 무슨 소리야? 깨졌어?"


"아, 자자... 돈부터 보내고... 이체.... 했다. 남은 돈은 내가 다음 월급 때 갚을게"


"응 천천히 갚아 왜 헤어졌어?"


"하.. 그냥 우리 집 어려워진 게 문제지 여자애들 다 그렇지 뭐..."


"소희가 그럴 애 같지는 않았는데.."


"야 X발 딱 나 돈 떨어지니까 딴 새끼 생긴 것 같더라"


지훈이는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정말 쏟아붓는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술을 털어 넣었다. 나도 맞춘다고 마셨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지훈이는 자작해서 혼자 마시기 시작했다. 


"야 X발 연준아 니 폰존 줘 봐라 소희 이년이 내 폰은 차단했다."


"왜 헤어졌다며"


"아니 X발 내가 미안하다고 사과하려고 그래 마지막에 너무 잘못한 게 많아서 좀 줘바아아 X발"


"하.. 알았다. 여기"


지훈이는 내 폰을 가져다더니 전화를 걸었다. 지훈이가 차분한 목소리로 전화를 해서 조금 마음이 놓였다. 통화 내용을 들으니 지훈이가 소희를 때린 것 같았다. 그래도 때린 건 너무 심한 게 아닌가 한 생각이 들었다. 전화 내용이 점점 거칠어졌다. 이제는 더 이상 대화라 부를 수 없는 욕설과 고성이 다였다. 


"어 X발 끊어? 시발 X년이? 그 X발놈이랑 같이 있지? 어?"


"손님 다른 손님들이 너무 시끄럽다고 하셔서요."


종업원이 공손한 태도로 다가왔다. 


"에이 X발? 전화도 못하냐? 지금 내가"


지훈이는 갑자기 내 전화기를 던졌다.


"손님 다른 손님들에게 방해가 되니 나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가 주시죠?"


종업원이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나는 깨진 핸드폰을 들고 지훈이를 달래서 나왔다. 


"지훈아 괜찮아?"


"어 X발 미안하다. 우리 소주 한잔만 더하자 하아..."


"그래..."


지훈이와 근처 편의점에 가서 컵라면에 소주를 마셨다. 지훈이는 계속 소희를 욕하면서 술을 쏟아부었다. 몇 번이고 소주병을 떨어트려 주워서 치웠다. 그러더니 편의점 테이블에 엎어져 잤다. 친구라면 당연히 친구의 옆을 지켜주고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가는 것이라 들었다. 집안이 힘들고 여자친구도 떠나 힘들어하는 친구를 보니 더 처연한 마음이 들었다. 


"지훈아 이제 가야지 곧 해 뜨겠다."


......


"지훈아? 일어나 봐."


.....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싫은 티를 팍팍 내며 주변을 청소하고 있었다. 내일 출근이 걱정되었다. 어떻게든 깨워서 데리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아 결국 뺨을 몇 대 때리고 눈을 뜬 지훈이에게 몇 차례 욕을 먹었다. 그래도 일으켜 꾸역꾸역 근처 모텔을 잡아 들어갔다. 이 시간에 각자 집에 가는 것보다 모텔에서 자고 가는 게 나을 거라 생각이 들어서다. 침대 위에 지훈이를 눕혀놓고 나는 대충 양치만 하고 잠들었다. 


"흐흐흐 내가 그만하라고 했지?"


"계속 그렇게 하면 X발 다 같이 죽는 거야...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된 거야..."


잠결에 지훈이가 누군가와 대화하는 소리를 들었다. 또 누구랑 통화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훈아 일어났어?"


.....


"X발 내가 다 생각.@#$@##"


어슴프레 지훈이가 현관문에서 누군가랑 대화를 하는 모습을 본 것도 같았지만 비몽사몽 잠들고 말았다. 아침에 일어나니 지훈이는 없었다.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아서 먼저 일어나서 갔나 보다 하고 나도 대충 씻고 출근했다. 회사에서 하루종일 힘들었지만 힘든 친구 옆에 있어 줬다는 생각에 힘을 좀 더 내보기로 했다. 


지훈 아버지


"안녕하세요? 강동지구대입니다. 오늘 실종 신고 하셨죠?"


"네.. 어제저녁에 나간 아들이 오후가 되어도 안 들어와서요..."


"일단은 연락 안 되신 시간이 얼마 안 되니 조금 더 기다려 보시고 혹시 예전에도 이렇게 집을 나가신 적이 있나요?"


"아니요... 술 먹고 좀 늦게 들어온 적은 있어도 이렇게 연락이 안 된 것은 처음입니다."


"네. 일단은 조금 더 기다려보시고요... 저희는 다른 지구대에 뭐 들어온 게 있나 알아보겠습니다."


요즘 들어 점점 지훈이가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투자를 잘못했다며 우울해하더니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 얼마간 돈을 빌려주자 한동안 잠잠해졌다. 점점 빌려달라는 액수가 많아졌다. 가끔은 빌려간 돈을 조금 갚기도 했다. 워낙 어릴 때부터 알아서 잘 커온 아이였기 때문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날 대부업체에서 찾아왔다. 정중하게 돈을 갚아야 된다고 지금 갚지 않으면 지훈이에게 생길 불이익을 알려주러 왔다고 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일단 급한 돈을 변제해 준 뒤에 지훈이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지훈이는 내가 지훈이가 대부업체를 쓴다는 사실을 안 것에 대해 크게 놀랐다. 투자를 잘못해서 빚이 생겼다고 했다. 남자가 사회생활을 하고 투자를 하다 보면 그런 일도 있는 거라고 하지만 대부업에는 손대지 말라고 달랬다. 그 뒤론 한동안 잠잠하게 지냈다. 


하지만 그 뒤로 퇴근하면 방에 처박혀 게임만 하거나 어디선가 나가서 밤을 새우고 들어오는 일이 잦아졌다. 계속해서 돈을 달라고만 하였다. 언성이 높아지고 다툼이 생겼다. 돈을 더 빌리려면 신용등급을 보여달라고 하니 화를 내며 집을 뛰쳐나갔다.  너무 심했나 라는 생각이 들 무렵 전화벨이 울렸다. 


"안녕하세요? 강동지구대입니다. 부천 지구대에서 어제 주취자를 보호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네? 부천이요?"


"네 부천에 주취자분이 이름이 박지훈 님이시고요. 어제 오셨는데 지갑도 핸드폰도 없고 신분증도 없으시고요"


"아.. 네... 저희 애가 왜 부천까지..."


"뭐 이런 분들이 자주 있으세요. 예전에는 이런 일이 없으셨나요?"


"네... 어디 다친 곳은 없나요?"


"네... 다친 곳은 없다고 하고요.. 부천 경찰서로 가셔서 데리고 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부천으로 가는 동안 많은 생각이 들었다. 대체 어쩌다 이지경이 된 것일까? 혹시 사기를 당하거나 범죄에 연루된 것일까? 갖가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부천엔 무슨 일로 왔냐?"


노숙자 같은 몰골로 인계받은 지훈이에게 물어봤다. 


"몰라요... 기억이 안 나요"


"어제 친구 만나러 간다며 누구 만났는데?"


"연준이요..."


"어디서 만났는데?"


"사당에서 만났어요...."


"사당에서 만났는데 부천은 왜 온 거야?"


"몰라요... 기억이 안 나요"


"연준이 한테 전화해봐라"


"핸드폰을 잃어버려서  전화번호를 몰라요..."


"핸드폰은 어디서 잃어버렸어?"


"모르겠어요 기억이 안 나요"


"너 어제 어디 이상한 술집 가서 약 탄 술 마셨어? 어떻게 하나도 기억이 안 나?"


"모르겠어요 머리가 너무 아파요..."


"회사에는 얘기했어?"


"아니요.. 핸드폰을 잃어버려서,, 회사 전화번호를 몰라요..."


"일단 집에 가서 쉬고 얘기하자"


집에 오는 길에 해장국을 사맥였다. 꾸역꾸역 해장국을 먹는 모습이 속이 미어지는 듯이 아팠다. 집에 오더니 씻고 잠들었다. 일을 다녀오니 방 안에서 또 게임을 하고 있었다. 


"핸드폰은 살렸냐?"


"네..."


"회사에서는 뭐래?"


"결근 처리 하고요... 내일 나와서 얘기하재요"


"그래.. 연준이는 뭐래냐?"


"연락 안 해봤어요."


"연준이도 뭔 일 있으면 어쩌려고 그러냐!"


"제가 알아서 할게요"


"연준이한테 전화해 봐 걔는 뭘 기억할 수도 있잖아"


"하.... 제가 알아서 할게요"


더 이상 대화가 되지 않았다. 벽에다 얘기하는 느낌이 들었다. 얼마 전에 의료보험 통지서가 지역가입자로 전환되었다는 우편물을 열어보았다. 회사를 그만둔 모양인 것 같았다.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것인지 다 큰 자식을 어릴 때처럼 회초리로 때릴 수도 없고 답답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100번째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