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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카리 Jan 02. 2024

까이포를 먹으러 홍콩에 가자

홍콩의 맛집 화끈한 닭 볶음 + 샤부샤부

얼마 전에 혼자 홍콩에 다녀왔는데 연말에 여자저차 하다 보니 또 홍콩에 가게 됐다. 이번에는 친구들과 같이였다. 저번 여행의 목적은 명확하게 아무것도 안 하기였기 때문에 쌀국수만 뚝딱 해도 좋았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친구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기 때문에 특별히 맛있는 것을 먹어야 했다.


홍콩 가면 뭐 먹어야 하니?라는 물음에 내 주관적 답을 하자면

딤섬은 드시지 마시고(대만, 한국에서 먹어본 맛)

에그타르트, 와플, 운남쌀국수, 토마토국수, 굴전, 뽀자이판은 드셔보라는 것이 간단한 답이다.

요즘 대세라는 베이크하우스 에그타르트 (미안합니다. 찌그러졌…)

또 술은 와인이 무관세이고 또 콜키지가 저렴한 편이기 때문에 상시 지참해서 마시도록 하자

심지어 어떤 와인은 산지보다 싸다(?)


그렇게 많은 맛집이 있지만 나에게 홍콩에 가서 가장 먹고 싶은 게 무엇인가 물어본다면

답은 까이포다.


까이포는 마라 닭 볶음을 먹은 뒤에 거기에 육수를 붓고 훠궈를 만들어 먹는 요리이다.  홍콩의 맛집을 소개하는 프로에서 한 번도 소개가 안되어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얼마 전 전참시에서 먹는 걸 보고 나만의 맛집을 뺏긴 느낌이 들었다.

비쥬얼이 잘 안나오는 음식이다.

ㅜㅜ


그래도 마라 맛이 한국의 마라탕을 상상하고 가면 다소 오산이다. 마라탕 편에서도 말했지만 한국의 마라탕과 중국의 마라탕은 매운 정도는 비슷하지만 바로 마라의 '마' 맛이 다르다. 얼얼하고 마비되는 느낌이 한국에 수입되면서 중화되었다.


까이포는 맵기 조절을 한다 하여도 '마'의 입술이 마비되는 얼얼함, 위까지 화끈거리는 얼얼함이 소화불량을 일으킬 수 있다. (나도 초반엔 그랬다.) 그래도 익숙해 진다면 이 얼얼함이 더욱 맛있게 느끼도록 도와준다.


주문을 하게 된다면 일단 2명일 경우 닭을 반마리만 시키자 (광동발음으로 뿐개)라고 하면 안다. 3명이나 4명이 가더라도 한 마리만 시키자 어차피 닭은 입가심 전체 요리정도이다. 닭만 시키면 훠궈는 안시켜도 이미 세트다.


홍콩의 닭을 자르는 기법은 한국이랑 다르다. 아무래도 중식도를 잘 쓰다 보니 나온 것 같은데 우리처럼 부위별로 자르지 않고 중식도로 크기만 맞추어서 툭툭 뼈까지 함께 잘라버린다. 그래서 뼈가 입에 걸린다. 역시 치킨의 종주국은 한국이 맞다.  한국은 뼈다귀를 쪽쪽 거리다 입에 뭐가 찔릴 일이 없다.


그러고 나서 닭고기를 다 먹었다면 육수를 부어 달라 한다(음꺼이~ 까탕) 하면 알아듣는다. 물론 내 발음이 틀렸어도 대충 빈 냄비 가리키면 알아듣는다. 그리고 훠궈를 시킬 때처럼 토핑을 시키면 된다.

국물응 부어도 비쥬얼 개선이 안된다 ㅠㅠ


샤부샤부와 비슷한 토핑이지만 홍콩의 특색은 피쉬볼이다. 피쉬볼은 국민적인 간식이고 그래서 수준도 높은 편이다. 주성치 대협이 만든 식신이라는 영화에서도 오로지 피쉬볼을 만드는 것으로 승부를 볼정도로 피쉬볼은 홍콩의 상징이다. 일반적인 피쉬볼도 있지만 피시, 쉬림프 페이스트라고 영어로 되어있고 중국어로는 (鱼糕)라고 되어있는 수제 어묵도 추천한다.

요런 덩어리를 한티스푼 정도 넣으면
요런 작은 어묵이 된다.

동그란 반죽 덩어리가 나오는데 질감은 모찌리도후 같은데 같이 주는 스푼으로 떼어서 한 티스푼 정도로 물에 넣으면 즉석 어묵이 된다.  새우로 만든 것은 대나무 용기에 나오는데 전참시에서 이국주가 자기 집에 그 용기가 있다고 할 정도이니 역시 미식가들은 이미 익숙한 모양이다..


그외엔 보통 소고기나 양고기, 생선살을 메인으로 시킨다. 중화권에서 자랑하는 얼린두부, 두부피, 마른두부등도 시켜보자 만두도 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다면 굴이나 전복을 시켜서 넣어도 좋다. 그리고 배추는 와와초이 공심채는 똥초이다. 고기를 많이 먹기 위해선 야채도 먹어줘야 한다.

맛집다운 내공이 느껴지는 인테리어


까이포는 맛이 매우 강렬하기 때문에 와인은 잘 안 어울린다. 소주 역시 맛이 맹물처럼 느껴지고 홍콩에선 비싸다. 오히려 중국의 바이주를 마신다면 강대강으로 서로 극강의 화끈거림을 선사해 준다. 건강은? 건강은 내일 아침에 후회하자


나만의 맛집을 소개하면 또 사람들이 많아지면 어쩌나 걱정도 해봤는데 내가 가던 집은 어차피 항상 풀북킹이어서 뭐 달라져도 크게 지장은 없을 것 같고 까이포집은 홍콩 전역에 저마다 맛으로 무장하고 퍼져있다. 좋은 맛집을 찾아보길 (雞煲를 검색해보자) 가격은 아무래도 조금 각오 해야 한다. 기본 닭+탕만으로도 300HKD 정도 나오고 토핑은 그야말로 시키기 나름이다. 그래도 1인당 500HKD는 각오하고 가자. 여기는 가성비 맛집이 아니라 넉넉하게 즐기러 가는 곳이다.


그럼 나중에 까이포가 또 유명해지기 전에 얼른얼른 드셔보고 아는 척해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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