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잘러가 되는법 일잘러 아니여도 사는법
예전에 일 잘하고 인간성이 파탄난 사람과 힘들게 지낸 적이 있다. 고민을 들어주던 지인이 '사실 회사는 일하는 곳인데, 일만 잘하면 되는 거야, 회사는 일하러 오는 곳이지 동아리나 자선단체가 아니잖아?'라는 말을 했을 때 받아치지 못하고 '그.. 건 그렇지..'라고 받았다. 물론 지금은 나도 머리가 굵어질 대로 굵어져 소시오패스가 조직을 어떻게 망치는지 직원들의 가정과 인생을 인질로 잡고 일하면 어떤 결과가 오는지 할 말이 많지만 오늘은 일잘러란 누구고 내가 일잘러가 되는 법은 무엇인가? 그리고 내가 일잘러가 되지 못한다면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내 직장 생활을 통해 경험한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해 본다.
회사마다 다르고 조직마다 다르고 또 회사가 공기업이냐 대기업이냐 제조업이냐 IT냐 세일즈냐 지원이냐 등등 수없이 많은 경우의 수가 있지만 일반적인 회사에서 일잘러란 '성과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그중에서도 '새로운 성과'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일잘러라는 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정을 할 것이다.
물론 '아뇨? 우리 팀은 아부 잘하고 줄 잘 서는 놈이 일잘러라고 인정받던데요?'라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경우는 조직이 건강하지 않아 조직이 내야 할 성과의 종류와 성과를 일궈야 할 대상이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회사의 목표와 고객을 향해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이상한 곳으로(흔히 윗사람의 사적인 곳) 성과의 대상이 잘못 설정된 것일 뿐 그 일잘러는 눈치 빠르게 자기들만의 성과를 내는 중이다 그것이 뭐가 됐든 말이다.
다양한 조직에서 관찰해 본 결과 일잘러들의 특징은 일을 잘 쳐내고 성과가 될 일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들이었다. 직장인들은 대부분 일이 많다. 물론 일이 없는 사람들도 있다. 회사에서 잘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은 일을 찾아서 하고 열심히 하기 때문에 항상 일이 많다. 일이 없고 회사에서 욕심도 없는 일부 루팡 그리고 정말 직장 생활 신의 영역에 다다라서 맨날 놀면서 천재적인 성과를 내는 극히 일부의 사람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경우에는 모두 다 잘하기 위해 노력을 한다. 다 같이 일을 열심히 하는데 누구는 일잘러가 되고 누구는 열심히 일하고도 찬밥이 되는 것일까?
내가 만난 일잘러들은 많은 업무와 업무의 결과로 나오는 성과를 일궈낼 줄 알았다. 그중에서도 조직의 새로운 성과가 될 업무를 잘 찾았다. 그리고 그것을 해내는 추진력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시의적절하게 보고와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이해관계자들에게 공표하고 인정받는다. 어떤 사람이 나는 밤새 열심히 일을 하고 성과도 많이 내는데 인정을 못 받는다면 이중에 몇 단계가 빠진 것이다. 돌려 말했지만 한마디로 내 윗사람이 그 윗사람에게 성과를 인정받을 일을 찾아서 하고 그것에 대해 내 것으로 공표하고, 또 확실하게 티를 내라는 것이다.
다시 정리하자면
1. 조직에 필요한 성과를 캐치하고 그것을 달성할 일을 찾아낸다.
2.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은 기본이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 성과를 달성한다.
3. 달성한 성과에 대해 발표하고 그 과정을 통해 성과를 홍보하여 모두의 인정을 받는다.
직장인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본인이 일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본인의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면 안타깝지만 나는 일잘러가 아닌 것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내 상사가 인정하는 성과가 아니거나 내가 그것에 대해 적절하게 티를 못 내고 있는 것이다. 혹은 애초에 성과를 낼만한 일이 주어지지 않는다.
성과 평가가 끝나고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 들고 선배가 술을 마시면서 나를 위로했던 말이 떠오른다.
"너도 잘했어, 성과 결과가 안 나온 게 네가 일을 못한다는 말이 아냐 힘내, 밭을 받아서 일하는데 누구는 소위 말하는 기름진 밭을 주고, 너에게는 돌밭만 주는데 성과 똑같이 나오겠냐? 힘내라"
이 말을 듣고 열심히 일을 하다가 다시 몇 년 뒤엔 일잘러가 돌밭을 받길래 선배에게 이건 상황이 변한 거냐 물었다. 선배가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올해는 목표가 돌밭 신규 개간이야.. 아직도 모르니?"
그렇다. 업무 능력이 달렸거나 조직의 원하는 성과를 착각했다면 나의 노오력으로 극복이 된다. 그렇지만 아예 성과 나올 길조차 이미 사전에 정해져 있다면?
그렇다면 내가 일잘러가 되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우선은 조직에서 원하는 성과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눈을 길러야 한다. 모든 회사에서는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가 조직의 목표가 되고 조직의 목표를 개인이 나눠 받는다. 나에게 부여된 목표 중 회사의 목표와 일치하는 일 그중에서도 나의 상사가 윗 상사에게 보고할 거리를 찾는 법이 비상한 사람들이 일잘러였다.
그렇지만 이런 먹을거리를 찾더라도 내가 능력이 안된다면 도루묵이다. 이 능력은 업무능력은 두말할 것도 없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나의 역량을 배분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성과를 내는 업무가 떨어졌을 때 이미 가지고 있는 업무만으로도 매일 야근 중이라면 내가 성과를 위해 투자할 여력을 남겨두지 못한 것이다. 일에도 낄낄빠빠가 있다. 그래서 회사생활 좀 한다는 선배들이 누누이 말하는 힘줄 시기와 뺄시기를 아는 법 그리고 그것을 위한 힘의 배분이 중요하다. 힘 빼라는 말이 어깨 뽕빼라는 말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일잘러가 되기 위해 보고서 작성법을 배우고 영어를 배우고 프레젠테이션 학원에 다닌다. 전문적인 업무 기술이 필요한 곳이면 업무기술을 연마하기도 한다. 그것들을 통해 내가 일잘러가 된다면 좋다. 노력을 투입해서, 성과를 얻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다만 문제는 성과가 객관적으로 측정되지 않는다. 다들 직장 생활하다 보면 느껴봤을 것이다. 객관적인 성과를 두고도 '어려운 일을 했으니까.', '이번에 고과를 줘야 쟤가 승진하니까.', 또는 아예 성과에 대해 나와 상사의 시각이 다르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성과 날 곳을 점지받는 사람이 되는 것은 또 차원이 다른 얘기이다. 노력으로도 힘줄곳 뺄 곳을 구분해야 하는데 항상 빼기만 하게 된다면?
절이 싫으면 내가 변하거나 절을 떠나거나
직장생활 연차가 많이 쌓이면 수없이 듣는다. 너를 인정해 주지 않아? 그럼 떠나 회사가 이렇게 나를 몰라준다. 상사가 이런 빌런이다.라는 글을 보면 항상 결론은 그런 곳에 있는 당신이 제일 문제다로 귀결된다. 물론 이직이 착착 되고 발령이 내 뜻대로 나면 좋다. 하지만 절을 떠날 수 없을 땐? 절을 바꿀 수는 없다. 있다고 하더라도 조직과 개인이 부딪히면 내가 조직을 바꾸는 노력보다 나를 바꾸는 노력이 훨씬 공수가 덜 든다.(이게 부조리에 대한 말이 아니다. 업무에 대한이야기이다. )
그것도 다 안된다면 어떻게 할까?
그렇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했거나, 원래 일잘러이다가 요 근래에 좀 안 되는 사람들이야 절을 바꾸던 나를 바꾸던 이판사판으로 덤벼서 기어이 일잘러가 되어 임원의 그날까지 혹은 문가가 되어 사업을 차릴 때까지 승승장구 하면 된다. 그런데 이를 어쩌랴 나는 조직이 원하는 (방향이 잘 맞든 안 맞든) 성과를 창출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이직을 할 만한 커리어를 쌓지도 못했다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일잘러 얘기만 하다 보니 일못러? 혹은 일은 잘하는데 성과를 못하는 사람 얘기를 못했다. 다음 화에 적어봐야겠다.... 힘 뺄 곳과 줄 곳을 구분 못하면 안 된다 했는데... 직장생활 헛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