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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카리 Apr 11. 2024

부흥-2

내 살을 살라 피어오르는 불길처럼 심화가 타오르던 스무살에 나는 나를 유목하였다.


한 번도 머물러 정주하지 않을 초지를 달리며 거친 숨을 내쉴 때 나는 흡사 새가 된 듯하였다.


마셔도 마셔도 채워지지 않는 탄달로스의 갈증처럼 나는 나와 너에 대한 갈증을 쫓았다.


사마르칸트에서 날을 갈아 넣은 초승달과 호랑이 꼬리를 닮은 나의 시미타를 자부하였다.


내가 저지른 나에 대한 방화는 나와 너를 아울러 태우고 지나갔고 나의 연대의 층에 깊은 재로 기록 됐다.


결국 나의 족속은 우리의 모래언덕, 우리의 초원에서 내몰리고 주륙 당하여 무릎 꿇리어졌다.


우리는 각각 사각의 궤에 실리어 남쪽의 도성과 항구로 좋은 값을 받기 위해 실려 다녔다.


기억이 나지도 않을 세월이 흐른 지금 이제 다시 초원에 발 디딘 나는 세상과 내외하였는데,


이제는 내 키보다 큰 사리사를 겨누고 청동 갑주 안으로 노쇄한 근육을 채워 넣었다.  


한 걸음을 내딛기 위해 열 보를 버티며 나는 나의 종아리로 지면의 존재를 견디어 내었다.


기쁨의 탄성을 내뿜으며 달리던 나의 초원은 이제 1 야아드를 전진하고 다시 원점에서 맞붙게 되었다.


여러 마을에서 하나하나 모아진 제각각이 모인 한벌의 갑주는 나의 용쓰는 소리에 서로가 마찰하였다.


도발의 파르티안 샷을 뜬눈으로 인내하며 사리사 끝의 지평선 소실점 너머로 겨누고 일보를 또 진 한다.


내 곁에서 스러져 갱신된 나의 몸을 가려주는 전우를 추억하며 나는 잠시 숨을 고른다.


지면에 새기어지는 나의 사리와 사욕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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