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카리 May 21. 2024

Lady Frangipani

추앙의 추억

회사에서 얻어준 원룸은 지하철 역에서도 걸어서 30분 정도 걸어가야 했다. 한적한 주택가에 있는 원룸만 다닥다닥 있는 아파트였다. 처음 관리인을 따라 방문앞에 섰을때 나무문 앞에 있는 육중한 철창문이 낯설었다. 관리인은 깡마른 아저씨였는데 나에게 뭐라뭐라 말을 하면서 연신 웃었다. 안타깝게도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하나도 없었다. 대충 공과금 얘기 겠거니 생각하고 주는 종이들을 받아들고 철창 문과 현관 문의 열쇠를 받아들었다.


방은 매우 작았지만 한국의 방세를 비교해 보면 나름 괜찮아 보였다. 창가에 작은 싱글 매트리스 침대가 있고 작은 책상이 딱 붙어 있었다. 나름 인덕션이 있는 작은 부엌과 샤워 부스 안에는 세탁기 까지 갖추어져 있었다. 짐이랄 것도 없는 가방에서 옷가지 몇개를 정리하고 노트북을 꽂으니 안정감이 들었다. 인터넷이 안되서 안되는 중국어로 관리인 아저씨와 한참을 입씨름을 한 끝에 노트북도 연결이 되었다.


집은 나름 작은 운하 같은 수로를 끼고 정면에는 쇼핑몰이 있는 입지가 좋아 보이는 곳이었다. 쇼핑몰은 주말이라 문닫은듯 보였는데 며칠 지나자 그냥 가게 전체가 뭔가 입주를 안한 텅빈 건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빈 건물에는 저녁마다 양꼬치와 볶음밥 리어카가 와서 야식을 팔았고 몇번 용기를 낸 끝에 퇴근길에는 이제 익숙하게 들러서 양꼬치에 맥주를 마시거나 볶음밥을 포장해 와서 한국 라면과 같이 먹었다.


윤영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궁금했다. 허유산에서 망고빙수를 먹으며 들은 바로는 그녀는 한국 회사에서 단기파견의 형태로 보냈고 시내 프랑스 조계지쪽에 방을 얻어 살고 있다고 했다. 그녀도 나처럼 낯선 천장과 낯선 이불을 덮고 잠이 잘 안올까? 그녀도 낯선 생수, 낯선 음식에 어려워 할까? 궁금했다. 그녀가 자주자주 연락하기로 하자던 문자를 몇번이고 다시 보면서 답장을 하지는 못했다.


[오빠 혹시 토요일에 시간되요?]


퇴근하고 다운받은 드라마를 보고 있는 중에 윤영에게 문자가 왔다. 아는 사람 한명도 없는 상해에서 회사를 나가지 않는 내가 할 일이 있을리가 없었다. 하지만 너무 절박한 내 심정이 들어날까봐 잠시 태연한척 했다. 하지만 이미 드라마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계속 핸드폰을 들고 문자를 읽고 또 읽었다. 뭐라고 답을 해야 절박하지 않아 보이면서도 너무 흥미가 업어 보이지도 않을까 고민고민 하며 문자를 썼다 지웠다 했다.


[토요일? 이번주? 아직 약속은 없는데?]


.....


[토요일에 중국사람들이랑 익스팻들 모임이 있는데 저만 한국인이거든요... 혹시 오빠 시간 되면 같이 갈 수 있을까요?]  


[아 그래 무슨 모임인데? 내가 껴도 되는 모임일까? ]


[네 뭐 그냥 중국 사는 외국인들끼리 삼림공원에서 양꼬치 구워먹고 맥주 마시고 한다고 해요. 친구 데려와도 된다고 했어요.]


토요일.... 오늘 부터 4일 뒤 나는 이 기나긴 날들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부흥-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