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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카리 Apr 18. 2024

피뽑탈 당해보셨나요?

이직기 4-최종 합격 통보받고 입사 취소


첫 번째 이직을 한 뒤 나는 만 2년을 채 채우지 못하고 적응에 실패했다 그리고 이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이직 회사에서 적응 못한 이유는 아래글 참조 부탁드린다. 그럼 이번엔 이직 중에 겼었던 황당한 일을 적어보려 한다.


https://brunch.co.kr/@intothebluesea/48

이직을 하러 블라인드나 사람인 리멤버 등 각종 취업 사이트를 드나들다가 '피뽑탈'을 겪은 썰을 듣게 되었다. 피뽑탈은 말 그대로 이직할 때 서류 면접 다 통과하고 채용건강검진 가서 피를 뽑고 나서 출근 준비 하던 와중에 회사에서 탈락을 당하는 것이다.


찾아보니 오퍼레터에 사인해서 보냈다면 법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지만 그런 서류도 없다면 회사에서 유감입니다. 한마디면 저런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한다. 정말 구직자 입장에서는 날벼락같은 일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전 글에서 입사할 곳이 정해지기도 전에 멘털이 붕괴되어 회사를 나온 것도 그 때문이다. 나는 '피뽑탈'은 아니었지만 최종합격 후에 다시 탈락하는 '최합탈'을 겪었다.(이게 말이냐 방구냐 합격했지만 탈락이라니) 심지어 다른 합격한 회사들도 다 거절해 놓은 상태였다.


1. 면접 때부터 맘에 너무 든다고 설레발치는 회사는 거르자


다 맞는 말은 아니지만 나는 입사 초반에 의욕이 충만해 있거나 연애 초반에 인스타에 럽스타 축포를 쏘는 것을 보면 속으로 '오래 못 가겠네..' 생각한다. 그리고.. 나의 성급환 일반화의 확증편향은 대부분 맞았던 것 같다.(내 주변도르)


근데 그런 일이 나한테 일어날 줄은 몰랐다. 힘겨운 상사와 매일매일 고난의 자존심 대결을 하며 틈틈이 원서를 쓰고 면접을 보면서 차곡차곡 1차 합격 2차 합격한 회사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또 다른 헤드헌터한테 연락이 왔다. "OO사에서 새로운 법인을 오픈하려 하는데 OO님 경력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럴 리 없다. 헤드헌터들의 말은 70% 걸러 들으면 된다.


그래도 어디 요건이나 보자 하고 열었더니 평소와는 다르게 정말 내 연차, 내 경력, 내 프로젝트들을 원하는 회사였다. 오케이 고!


서류 뒤 한 달, 1차 뒤 한 달 2차 면접뒤 다시 한 달, 면접 끝나고 또 갑자기 상무 한 명이 더 보자고 하는 귀찮게 하는 다른 회사들과는 다르게 이 번 회사는 달랐다 서류를 내자 마자 다음날 연락이 왔다. 헤드헌터도 신나는 목소리였다.


"과장님, OO회사에서 과장님을 너무 마음에 들어 합니다. 놓치기 전에 꼭 붙들고 싶다고 시간 가능 하실 때 화상으로 진행하시죠."


내가 좋다는데 싫을 사람이 몇 있겠느냐마는 조금 더 경계 했어야 했다... 젠장


그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화상 면접을 잡았다. 실무자 몇 명과 상무가 면접관이었다. 사실 면접도 너무 좋은 분위기였다. 상무가 답정너였고 이미 내가 마음에 들었다. 실무진들이 업무 상 확인을 위해 나에게 질문 또는 검증을 하면 상무가 내 대신 답변을 해줬다.


"아 그 프로젝트는 보니까 저 연차때 했는데 당연히 그건 경험이 주니어 레벨이죠!"


"아니 뭐 보니까 영어 실력은 해외에서 근무를 오래 했는데 다 되지 않겠어요?"


등등 아주 나는 그냥 가만히 있으면 내 자소서를 읽은 상무가 대답을 해주는 격이었다. 나는 방긋방긋 웃음만 지으면 됐다.

사실 이러면 안 되는 게 나도 면접관으로서 참여를 해보지만 사람이 급한 상황에서는 첫 번째 면접만 봐도 저 사람이라도 어서 와서 날 도와줬으면 싶다. 그리고 다음 사람이 오면 또 더 좋기도 하고 모든 후보자를 다 보고 사람을 뽑으려다가 프로젝트 성격이 변하기도 한다. 사람일을 앞날을 모르기 때문에 면접 때부터 너무 기대감을 주면 안 된다. 그 사람이 마음에 들수록 더 그렇다.  



2. 다니던 회사도 나오고 합격한 곳 이미 안 간다고 했다고? 그건 니 사정이고


면접이 저랬으니 결과도 뻔했다. 보통 면접이 끝나고 가장 좋은 평가는


"마음에 든다고 하시는데요 후보자가 몇 명 더 있으니 기다려 주세요~"


라는 헤드헌터의 연락이다. 그리고 또 인고의 기다림을 겪으면


"넵 최종 합격입니다." 라거나,


"죄송합니다만, 더 적합한 후보자가 나와서 그렇다고 과장님의 경력이 안 좋은 건 아니니 힘내십셔"다.


이번회사는 면접이 끝나자마자 헤드 헌터가 전화가 왔다.


"과장님~! 너무 좋다고 바로 일하자고 하시네요.. 연봉도 뭐 충분히 고려하라고 들었습니다!"


 서류 제출부터 최종 합격까지 일주일이 걸리지 않았다. 고민을 했다. 다른 곳에서도 최종 합격을 받고 대기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면접 분위기도 너무 좋았고 저렇게까지 나를 원한다면 이곳에서 일하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다른 회사들에게 정중히 못 간다고 통보를 보냈다.

물론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회사에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고민을 한다거나 연봉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붙잡고 있었어야 했다.


그리고... 다니던 회사에도 나간다고 얘기를 했다.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했던 상사도 막상 내가 나간다고 하니 노발대발 난리였다. 뭐가 그렇게 분하고 화가 나는지 인수인계고 어쩌고 난리를 쳤다.


물론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계약서 사인하고 알려야 했다...


물론 지금이야 시간이 지나서 알지만 그 당시에는 이미 3곳의 회사에 최종 합격 상태였기 때문에 내가 낙동강 오리알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회사에 사직을 알리고 다른 회사도 안 간다고 하고 오퍼레터를 기다렸다. 그런데 오퍼레터는 질질 끌며 오지 않았다.

헤드헌터에게 연락을 해보았다.


"아.. 연봉 문제 때문에 잠시 내부 설득진행 중인가 봐요. 걱정 마시고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그렇게 또 며칠이 흘렀다.


"과장님 죄송하지만 채용을 번복한다고 합니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현 회사도 나왔고 합격한 두 개 회사도 날려 보냈는데 당장 다음 달부터 월급이 안 나온다니 까마득했다.


"도대체 무슨 이유인가요?"


"저도 알 수 없습니다. 한번 거기 상무님이랑 통화를 해보시겠어요?.. 그리고 혹시 평판 조회 때 누가 이상한 말을 한건 아닐까요? 그런 말이 있던데.."


나는 분기탱천하고 분노로 씩씩 거리며 연락처를 받았다. 배신을 당해도 이렇게 당할 수는 없었다. 평판조회가 맘에 안 들었으면 최합 전에 탈락을 시켰으면 되는 것 아닌가? 왜 그때는 패스하고 이제 와서 이러는가?


금요일 오후에 전화번호를 받고 월요일에 하기로 했다.


그리고 괜히 나의 평판조회 대응 3인방(미리 만들어두었다. )중 누가 배신을 했을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그럴리는 없다. 내가 아무리 세상을 허투루 살았어도 그들이 나를 배신할 이유는 없다. 왜냐하면 다른 회사들에서는 모두 평판조회도 합격했기 때문이다. (너 때문에 한말 또 하고 지긋지긋하다는 불만은 들었다.)


그리고 또 진정하고 생각해 보나 회사에서 이미 번복을 했는데 내가 항의한다고 그 자리를 다시 또 번복하여 줄 이유도 없을 것이다.


그래.. 내가 바보다.. 내가 너무 순진했다.


그래도 도대체 어디서 평판 조회운운 소리가 나왔는지는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리고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려주고 싶었다.


"네.. OO님 무슨 일인가요?"


무슨 일이긴... 네가 더 잘 알면서


"채용을 번복하셨다고 해서요.. 혹시 무슨 이유가 있을까요?"


"아니요.. 저희가 내부적으로 검토해 본 결과 일단 포지션을 좀 처음부터 재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지금 합격 통보를 받고 회사도 그만두고... 다른 회사들도 그만둬서요."


"네... 참.. 안타깝게 됐습니다."


하나마나한 소리였다. 그래도 알려는 주고 싶었다. 아무리 채용에서 회사가 갑이라지만 중간에 탈락 통보를 하면 되지 이런 식은 안 되는 것이다.  


"평판조회에서 안 좋은 얘기가 나왔다던데 혹시 어떤 내용이었을 까요?"


"그런 사실 없습니다. 평판조회는 좋았습니다."


"네? 헤드헌터님이 평판조회가 문제 있었다고 했는데요?"


"그 사람이 그런 말을 왜 전했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뭐 좋게 잘 마무리했다. 차이고 구구절절 내가 왜 싫었는지 들어서 뭐 하랴...


그렇게 멘붕의 기간을 겪고 다시 처음부터 도전을 해서 지금의 회사에 입사를 해서 잘 다니고 있다. 하지만 저 낙동강 오리알 기간에 느낀 배신감과 두려움 미래에 대한 걱정은 정말 힘들었다. 밤에 잠도 잘 오지 않고 면접에서도 종종 조급함이 드러났다.


피뽑탈이던 최합탈이던 구직자들의 입장에서는 생계가 흔들리는 일인데 최소한 최종합격에는 조금 더 신중하게 진행을 했으면 좋겠다. 나도 면접관으로 또 가끔은 채용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그들을 반면교사 삼아 최대한 신중한 의사표현을 하려고 한다. 그리고 저 회사처럼 지나치게 설레발을 칠 경우 항상 경계해야 한다. 그럼 상무님 뭐 건승 기원합니다. 지금 도 그 회사 갔으면 얼마나 고생했을까 생각하면 무서울 따름이고 현회사 오게 해준 고마운 분(?)인 것이다. ㅋㅋㅋ복 받아라!!! 흥칫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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