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애 만나지 마."
"왜?"
"걔 OO이잖아"
"아...."
사실은 나도 알고 있었다. 나와 까마득하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그녀를 처음 봤을 때, 나는 그녀가 예쁘다고 생각을 했다. 그녀는 아마 웬 아저씨라고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녀와 점점 만남이 많아지고 이제는 더 이상 머나먼 타지에서 서로 가끔 술이나 한잔 하는 사이라고 하기엔 너무 친해져 버린 우리 사이를 고민할 때, 나도 애써 보지 않으려 했던 그런 부분들 말이다.
내 첫 차는 중위를 단 기념으로 중고차 단지에서 속아서 산 500만원짜리 구 아방이였다.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한 나의 하얀색 구아방이 그말을 듣자 문득 떠올랐다.
"좀 물어보고나 살 것이지 쯧... 백만원도 아깝구로..."
수송부의 박상사가 내 차를 보면서 오만상을 다 찌푸리며 말했다. 차에 전혀 문외한인 나는 그저 딜러 말만 들었을 뿐인데 사고이력이 가득하고 예전에 순찰차로 쓰인 이력이 있는 이 차가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삭막한 군생활 중에 나 혼자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사적인 공간이었고, 그녀가 돌아와 준다면 언제든지 달려갈 준비가 되어있다는 그 자유로움만이 구아방이 가지고 있던 가치 였다.
차는 문외한이였지만 엔진오일은 꼬박꼬박 갈아주어야 한다는건 알았어서 간 정비소에 차를 맡기고 커피를 한잔 하고 오자 정비소 아저씨가 수송부 박상사 같은 표정으로 왔다.
"차 바닥... 봤어요?"
"차.. 바닥이요?"
사실 내가 차 바닥에 기어들어갈 일이 뭐가 있겠는가. 정비소 아저씨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폼이 예삿일이 아닌듯 했다.
"어디 바다라도 빠졌나..."
멀어지며 고개를 흔드는 폼이 못볼 꼴이라도 봤다는 투였다. 내 차바닥은 도대체 어떤 상태였을까? 그 뒤로는 관심을 가져본적도 없고 볼 일도 없었다. 구아방은 초급 간부 생활 지도를 한다며 여단장에게 압수를 당하기도 했고(아니 대체 개인차를 왜?) 헤어진 전 여친에게 나는 이제 성인이라며 차를 몰고가 뭔가 허세는 가득했지만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기도 했고 그러다 다시 부대로 돌아와 그 시골까지 전문대 다니던 큰애기와 소개팅을 하고 더덕구이 정식을 먹으러 가는데 쓰기도 했다. 포항과 부산 통영 바다도 같이 다녀왔다.
그리고 동생이 타고나간 어느날 부주의로 골목에서 나오다 다른 차에 치여 폐차비도 안나올 그 운명을 다했다고 전해들었다.
그녀를 만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문득 나는 내가 본적도 없고 끝내 보지도 못했던 아방이의 차바닥이 떠올랐다. 그리고 나는 알지도 못했고 보는 사람들이 말해서 알게 된 전주인이 한 양카튜닝에 대해서도 떠올랐다. 나에겐 의식조차 되지 않던 그 차바닥과 하얀 도색이 긁히면 살짝 나오는 파란 경찰차 도색 따위말이다. 그런 바닥은 나에게 존재하지 않았고 이제와서는 그 실재조차 확인 할 수 없다.
"것봐 내가 그런애들은 꼭 티를 낸다고 그랬지?"
그녀가 황망히 떠나간 뒤 친구는 그럴줄 알았다는 듯이 말했다.
나이를 먹어버린 나는 이제는 사실 차 바닥도 도색도 승차감도 하차감도 너무나 잘알게 되었다. 하지만 나를 태우고 달린 구아방이와 들었던 음악과 달렸던 어린 나날들의 숨결, 가로등 불빛 사이로 외로운 주행을 하며 듣던 Nujabes의 음악들을 가만히 떠올리며 추억한다. 나의 Lady Brown 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