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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민 Aug 02. 2024

도시와 소설가

동네 순례

나도 그녀도 지금 보다 젊었을 때 우리는 자주 만났다.
물론 도서관에서 작가와 독자로 그리하여 작품으로.
중앙일보에 매주 연재 하던 시대 반영한 그녀의 에세이를 재미있게 읽던 기억이 난다

잊고 있다가 책장 구석에서 발견한 그녀의 소설집.
봉천동의 그녀, 소설가 조경란이다.
작품의 배경과 에세이에서 자주 언급되는 주거 지역이
봉천동인 까닭에 나는 그녀가 새삼 친근했던가?
나와도 인연이 깊은 서울의 변두리 봉천동은 내 어릴 적 동심의 향연이다.
어느 한편 그녀가 앉아서 어떤 글이든 읽고 쓰고 했을 카페라든가,
음악이 잔잔히 깔려 분위기 그만인 장소가 당시 달동네엔 없었겠지만.
시장통을 지나 오르고 올라도 가파름의 끝이 보이지 않던 언덕 끝자락 집에
고모 고모부와 육 남매의 사촌들이 살고 있었다.
동생과 나는 주말마다 서울 시내 흩어져 사는 친척집에 놀러 다니곤 했다.
그들이 남대문에 있는 우리 집으로 오기도 했지만
나는 버스를 타고 주말여행 같은 도시 순례를 즐기는 일이 더 좋았다.

방학이면 그렇게 봉천동 용산 해방촌 보광동 반포 등지로 과제물을 챙겨 동생과 집을 나섰다.
서울이 고향이고 친가 외가 모두 서울에 있어 각각의 동네가 나에겐 도시화 돼 남았다.
시골이 없는 우리 자매에게 그렇게라도 떠나게 해 준 아버지 모습이 그림자처럼 떠오른다.

김훈의 일산처럼 조경란의 봉천동처럼 내가 사는 도시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항상 잠재 돼 있던 공간에 대한 관심과 애착을 꺼낸다.

소설은 이렇게 무언가를 시도하게 한다.
'식빵 굽는 시간'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읽으며
매일 아침 파리(?)로 달려가 고소한 크라상과 금방 나 온 식빵을 사며 행복해한다.
운동하기 싫은 날이면 하루키를 생각하고 달리는 것(실은 헬스장 러닝)처럼
재료는 어디까지나 사실인 소설이 그래서 좋다.

그 옛날 부천시 원미동에는 소설가 양귀자가 살았다.
작가는 더 이상 그곳에 머무르지 않는다.
책이 잘 팔려 그랬는지 경기도의 동선이 보다 효율적이 못됐던 건지 그녀는 훌쩍 서울특별시 평창동으로 날아갔다.
그때 나는 이해할 수 없으나 약간의 허전함을 느꼈던 것 같다.
이제는 원미동 시인과 고만고만한 슈퍼집 주인장의 모습과 조숙했던
그 꼬마의 얼굴을 볼 수 없겠구나 생각하니 좀 허전했었나?
삶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이웃들의 진한 냄새가 문득 그립곤 했다.

뜨거운 계절이 지나면  버스 타고 창 밖 내다보며 도시 순례를 해보리라.

어느 동네든 이야기가 살아 숨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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