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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민 Oct 22. 2024

<구토/ 말>, 사르트르

사르트르의 산문

장 폴 사르트르는 1905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해병 장교였고 어머니는 명문 슈바이처 집안 출신이었다.
그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아버지는 전쟁 후유증으로 사망하고
이후 어머니가 재혼하기 전까지 외갓집에서 유복하게 자란다.
방대한 책으로 둘러싸인 외할아버지 서재를 드나들며 자연스럽게 책과 가까워진다.

책을 암송하고 독일어 학자였던 외할아버지와 시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초등학교 입학 전
이미 모험 소설을 습작한다.

어릴 때 앓았던 병 때문에 오른쪽 시력을 거의 잃어 사시가 되고
천재에게도 외모에 대한 열등감으로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느냐 하는 것이 사르트르에게는 중요한 문제가 된다.

열여덟 살 때 명문 고등사범학교에 입학하면서 철학서를 섭렵하고 자유분방한 토론으로
밤을 지새우는 등 학교생활을 보낸다.
스물두 살에 대학교수  자격시험을 보지만 탈락하고 이 무렵 운명의 여인
시몬 드 보부아르 만난다.
세 살 아래 그녀 역시 철학교사 자격시험 준비생이었다.
이내 연인이 된 둘은 의기투합해 1927년 계약 결혼을 한다.
즉 서로의 자유를 구속하지 않고 동료 관계를 맺는 것으로 법률이나
사회 규범에 얽매이지 않기로 한 것이다.
사르트르가 제안한 서로 다른 상대와 일시적인 연애도 허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1929년 교수 시험에 합격하고 병역이 끝난 2년 후 고등학교 철학교사가 된다.
그는 바람둥이였다.
여러 여성들과 평생 연애를 하며  보부아르의 제자인 열여덟 살 소녀에게 사랑을 느끼는 등 보부아르와 그녀 사이 삼각관계가 형성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상상력 연구로 '환각'을 체험한다고 의사 친구에게 부탁해 마약주사를 맞은 후
그 부작용으로 환각 증상에 오래 시달린다.

집필에 몰두하면서 소설 <구토>를 출간하지만 출판 거절을 당해 자살까지 생각한다.
이듬해 출판이 결정되었고 1938년 갈리마르사에서 출판되면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이 무렵부터 그가 쓰는 평론과 단편소설이 여러 매체에 실림으로써
열망하던 작가의 길을 걷게 된다.

내가 사르트르의 <구토/말>을 읽은 지는 10년도 넘었다.
벽돌 책이긴 하나 의외로 가독성이 좋아 흥미롭게 읽던 기억이 난다.

이번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을 읽다가 오랜만에 사르트르의 <구토/말>을  꺼내 보았다.
당시 나는 소설 <구토>보다 <말>을 먼저 읽고 사르트르에 대해 알게 된 것 같다.
<말>은 1부 읽기와 2부 쓰기로 나뉜다.
자전 소설 내지 산문으로 읽혔으며 무엇보다 외할아버지의 방대한 서재에서
장난감 대신 책으로 놀았던 그에게 매료되었다.

'나의 인생이 시작된 것은 책 속에서였다.'라는 문장과 '책을 읽을 줄 모르던 때부터
그 책들을 존경했다'라는 그 마음을 경외한다.
혼자서 글을 깨치며 서가에 빽빽하게 들어찬 책의 오솔길, 우리 집의 번영이
그것들에 달려 있다는 것을 느꼈다는 사르트르다.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라든지 외갓집에 대한 묘사와 그곳에서 일하던 하인과의 일화를 보며
새삼 대가들의 글은 회고록을 기반하는 것이란 생각도 든다.
외가는 어린 시절의 낙원이었다고 추억한다.

196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되지만 서구권 작가들에 치우진 공정성 결여와
개인적 영예를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한다.

끝도 없는 사르트르의 읽고 쓰기 포함한 <말 <말> <말>,
<구토>에 이를 지경이다.
그럼에도 다시 읽는다.
길게 오래 붙들고 있을 수는 없다.

지금 내게는 끝내 주게 재미있는 소설이 있기 때문에.
사르트르는 매일매일 30쪽씩만 읽다 덮을 예정이다.

계획이 있다는 건 없는 것보다 좋은 현상, 나는 풍요로운 가을을 맞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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