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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민 Jun 25. 2024

안나 카레니나의 진정한 주인공 레빈

몰입에 대하여

나의 블로그명이자 브런치 스토리 닉네임 레민은 톨스토이의 안나카레니나 주인공 이름을 차용했다.
러시아 문학은 서사가 길도 길지만 등장 이름에서부터 기가 질린다.
도저히 입에 붙지 않는 데다 낯설어서 앞 페이지를 왔다 갔다 하면서 읽게 되는데
그렇게라도 읽으면 다행이다.
안나카레니나가 그 경우.
내가 가진 책으로 1700페이지에 육박하지만 읽을 수 있었던 건 일단 재미다.
방대한 서사임에도 그리 어렵지 않다.
물론 시대적 사회적 개인적 배경이 얽히고 톨스토이의 철학 사상이 스며있으나
안나카레니나만큼은 그럼에도 잘 읽힌다.
(다른 작품은 안 읽고 못 읽어 봐서 잘 모르겠지만)

영화로 계속 리메이크 상영됐어도 정작 영상으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냥 안 보게 됐다.
'소피 마르소'와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영화 포스터를 본 기억이 있다.
<닥터 지바고> 나 <해바라기> 같은 명배우의 임팩트를 못 느껴서였을까?

실은 상상 속 레빈을 내 맘대로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컸을지 모르겠다.
안나카레니나의 주인공은 단연 아름다운 여인 안나 카레니나로 알고 있지만
그건 소설적 스토리에 불과하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로 시작하는 소설.

여기저기 인용되고  패러디화 쉬운 첫 문장이라 오히려 식상할 지경이다.
민음사 번역이 맘에 쏙 드는 것은 아니나 행간의미는 파악되므로.
러브스토리가 얽히고설키는 가운데 심리 묘사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그런 점이 재미의 시작이다.
읽다 보면 그게 다가 아님을 알게 되는 톨스토이의 분신 레빈이라는 캐릭터.

그 레빈 첫 글자에 나의 성 민을 합해 닉네임 레민이 되었다.

레빈은 이 소설의 진정한 주인공으로

톨스토이를 투사한 귀족이자 지주이다.
오늘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익히 아는 안나와 브론스키의 불륜 스토리가 아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
안나 카레니나 3부부터 시작하는 그 유명한 레빈의 풀베기 장면에 대해 말하고 싶다.
'몰입'에 관한 한 그야말로 몰입하며 읽게 되는 감동적인 이야기.
레빈은 지주로서 영지개혁을 꿈꾸지만 마음처럼 발전하지 않는다.
농부들과의 사이에서도 괴리감을 느낀다.
영지의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어느 날 농부들의 풀베기에 참여한다.
농부들과 함께 일하고 싶은 그의 마음이 집약된 부분이다.
생각할 틈이 없을 만큼 고된 일을 하며 시간에 대한 감각을 완전히 잃어버리는 체험.
무의식의 순간에서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아무 생각이 들지 않고,
망각의 순간을 자주 느껴 낫이 저절로 풀을 벴다고 표현한다.
그리고 행복했다고.

그 과정이 장장 열여섯 페이지에 걸쳐 서술되는데 나야말로 그 장면에 빠져 몰입했다.
무아지경 속 느끼는 기쁨이 이런 것이 아닐까?
일이 저절로 되어가는 것, 세상과의 교감, 행복한 순간.
함께 일하던 노인이 자기 형보다 더 좋았다고 말한다.
레빈은 풀베기로 일체감과 유대감을 형성하면서 농부들과의 벽을 허물게 된 것이다.
그의 일에서 커다란 만족과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풀베기를 하며 더 애쓰려는 순간,  남보다 앞서가려고 다른 이와 비교하는  순간 몰입은 깨지고 갑자기 일이 어려워짐을 경험한다.
일에 대해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았을 때  마법처럼 정확하고 시원스레 일이 진행된다.

이 핵심을 안다.


요즘 나에게 가장 필요한 선택과 집중.

그리하여 몰입하는 기로에 섰다.


안나 카레니나 소설적 의의는  톨스토이의 분신 레빈의 의식과 성장 과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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