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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정이 Dec 27. 2020

내 삶의 포인트

프로필을 고민하던 이야기

"메신저 프로필 좀 설정해 놔요~ 뒷모습이나 옆모습 같은 걸로~"

"이름이 있더라도 누군지는 쉽게 알아볼 수 있어야죠"

재택근무가 늘어난 시기에 회사 사람과 대화를 하던 중 우연히 메신저 프로필에 대한 지적을 받았다.


이제는 휴대폰을 갖고 있는 온 국민이 쓴다고 해도 무방할 카카오톡을 사용한지도 오래되었지만 프로필 사진은 여전히 기본 형태로 되어있었다. 물론 프로필에 사진을 넣어 보려고 시도도 해봤지만 '에이 굳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기본 화면으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어차피 아는 사람들과 연락하는 수단인데 본인 사진이 없더라도 굳이 이게 내가 아닌지 모를 리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생각보다 이런저런 노출을 꺼려하여 프로필 역시도 무미건조한 기본형 상태로 두고 지냈었다.


일반적으로 타인에게 연락을 할 때 과거에는 전화 통화를 사용했었고, 휴대폰이 일상화된 이후엔 문자를 주고받았으며, 스마트폰이 삶이 되어버린 지금은 문자보다 메신저를 통해서 연락을 주고받는다. 간단히 전화번호를 저장하고 메신저를 켜면 그 사람의 연락처가 업데이트가 되고, 자연스레 프로필을 설정해 놓았으면 누군지 단번에 알아볼 수 있게 된 그런 세상이 되었다.


배경화면, 나의 상태 표시, 요즘 듣는 음악 등 프로필을 꾸밀 수 있는 요소는 다양하게 존재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과거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을 올려놓거나, 카페에 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카페에 찍은 사진, 혹은 친구들과의 사진, 어딘가를 배경으로 잘 나온 자기 사진 등등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지만 이런 프로필을 통해서 어떤 사람인지를 간단히 알 수가 있었다. 물론 이런 사진만으로 단순히 누구인지 그 사람을 정의할 수는 없겠지만 그곳에 드러난 모습 또한 그 사람의 삶의 한 부분이었을 것이다.


'내 삶의 포인트는 어디였을까?'

프로필에 올릴만한 사진이 뭐가 있을까 하며 오래된 휴대폰의 사진 폴더를 열고 과거부터 하나씩 들여다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휴대폰 속의 사진들은 온통 일과 관련된 사진들 그런 것들이 대부분이었고 가끔씩 나오는 본인의 모습들, 풍경들, 지금은 잊혀진 과거의 인연 등이 몇 가지 나오고 다양한 사진들이 들어있진 않았다.  천천히 스크롤을 움직이며 과거부터의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생각보다 쓸만한 사진이 없다는 게 한편으로는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최근 몇 년간의 삶 속에서 내 삶의 포인트는 어디였을까? 분명 여기저기 여행도 다녀왔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또 많은 일들을 했을 것이다. 물론 사진으로 남겨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잊히는 기억들은 아닐 테지만 그런 사진들이 있었다면 스스로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지 않았을까.


물론 이런 몇 장의 사진으로 스스로를 표현하겠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현실은 그렇지 않더라도 SNS를 통해서 보이는 몇 장의 행복한 사진들은 그 사람을 나타내는 전부가 될 수 없는 일이었고 그 이면에는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짧은 하루를 보내며 단순히 메신저 프로필을 변경해보려고 시작한 사진의 탐색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삶에 대한 회상과 의문을 함께 가져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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