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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정이 Dec 29. 2020

두 자매가 버스를 기다린 이유

무엇이 그토록 반가웠을까?

"버스 온다~!"

두 자매는 폴짝폴짝 뛰며 다가오는 버스를 반기고 있었다.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매우 쌀쌀해졌다. 찬바람을 맞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퇴근길, 버스 정류장 옆에서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중 문득 버스 정류장에 있던 두 자매가 눈에 들어왔다. 나이는 대략 예닐곱 정도로 보이는 두 자매는 버스가 다가 오자 폴짝폴짝 뛰며 버스가 다가옴을 외치고 있었다.


"어디를 가려고 버스를 저렇게 반갑게 기다리고 있는 걸까?"

최근에 버스기사님들은 정류장에 잘 멈춰주는 것 같지만 어릴 적 버스기사님들은 손을 들어 격하게 반기지 않으면 아무렇지 않은 듯 버스 정류장을 스쳐 지나가곤 했었다. 그런 기억이 남아있었기에 버스를 타기 위해 그러려나 하며 고개를 돌려 다시 신호등을 바라보았다. 정류장에 멈춰 선 버스에서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내리기 시작하였고 그 사람들 역시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한 기다림의 무리에 합류하였다.


'애들이 버스는 잘 탓으려나?'

고개를 돌려 정류장을 바라봤을 때 버스에서 내리는 한 사람과 그들을 반기는 두 자매의 모습을 다시 한번 접할 수 있었다.


"아빠다! 아빠다!"

아이들은 여전히 폴짝폴짝 뛰며 아빠를 외쳤고 버스에서 내린 남자는 아이들을 한 명씩 한 명씩 안아주며 인사를 하고 있었다. 짧은 인사 후 양손에 두 자매의 손을 꼭 잡은 남자는 천천히 횡단보도 쪽으로 다가왔다.


'아... 아빠를 기다리고 있었구나'

세상 반갑게 버스가 오는 걸 보고 있던 자매는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아빠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어느새 횡단보도 신호는 바뀌었고 길을 건너는 와중에도 뒤에선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빠, 내일 뭐할까? 자전거 타러 가자"

"응? 자전거 어제도 탓잖아."

"그래도 또 타고 싶어. 아니면 어디 놀러 갈까?"

그 나이 또래 아이들과의 너무도 평범한 대화들이 오고 가고 있었고 자연스레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그들의 목소리도 점차 멀어져만 갔다.


잠깐이었지만 스쳐간 그들의 모습은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리게 해 주었다. 지금처럼 모두가 휴대폰을 갖고 있지 않던, 평소 퇴근 시간쯤이면 자연스럽게 집 앞에 나가 기다리던 시절도 있었고 외출하는 부모님께 맛있는 걸 사달라 했던 날엔 집에서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도 기뻐서 문 앞으로 달려가 맞이하던 때가 있었다. 시간은 자연스레 흘러 언제부턴가 서로의 귀가가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버리기도 했고, 세상의 전부였던 부모 외에도 기다리게 되는 사람, 혹은 신경 써야 하는 일들이 많아지게 될수록 그런 기다림의 기쁨과 모습들은 흐려져만 갔다.


버스에서 내려 아이들을 안아주던 남자의 표정은 멀리서 보았지만 행복해 보였다.

그 순간 무엇보다도 소중한 아이들이 있었고 함께 걸으며 꼭 잡은 두 손은 세상 무엇보다도 따뜻하지 않았을까.



#Photo by LexScop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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