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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하LeeHa Jul 18. 2021

얄밉지 않은 자기자랑과 착각의 정석!

당당하라! 잘난척이 아니다.

내가 진행하는 도서관 에세이 수업의 수강생 한 분은 이미 브런치 작가로 활동 중이다. 브런치 작가명 뽀닥님, 어린이들을 위한 학습만화를 그리셨던 만화가이다.


짧은 글과 찰떡처럼 어울리는 귀여운 그림 10개로 이미 브런치 북도 한 권을 만드신 분이었다. 조금 더 긴 글을 자유자재로 쓰시면서 선명한 캐릭터에 어울리는 메시지들을 담아내시려는 마음에 수업에 참여하신 것 같았다.


첫 번째 과제 후 원고를 보며 피드백 드린 문장들을 그냥 흘려듣고 지나치셔도 됐을 텐데 뽀닥님은 그러지 않았다. 전부 다 수정해서 브런치에도 올리셨다.


그 글은 <스타벅스 커피 마시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부자!>라는 제목을 달고 세상에 나왔다. 제목도 좋았지만 그 제목을 탄탄하게 뒷받침하는 내용이 많은 분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뽀닥님의 글은 바로 다음 메인에 걸려서 조회 수 폭발이 일어났다. 당시 10명 남짓의 구독자가 현재 거의 400명이 되었으니 뽀닥님의 글과 그림이 얼마나 흡입력이 있는지는 확실히 증명이 된 셈이다.


그런 그녀가 얼마 전에 있었던 <브런치 밀리 공모전>에 응모를 한 모양이었다. 그 후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올린 글은 <브런치 밀리 공모전! 내가 떨어지다니!>였다. 제목을 보자마자 빵 터졌다. 정말 많이 웃었다. 뽀닥님의 글과 그림을 이미 다 보아서 그녀의 성향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심정으로 이 글을 쓰셨을지 짐작이 되어서였다.


'이렇게 얄밉지 않게 하는 자기 자랑과 착각이라니. 자기 자랑과 착각도 사랑스러울 수 있구나.'


그동안 나는 각종 동화 공모전에 떨어질 때마다 '나의 부족함'만을 들여다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녀처럼 '설마, 혹시, 내가?'라고 생각했다가 떨어지고 나서 '이런, 역시, 칫'이라고 불만을 토로한 적도 없었다. '그저 내가 못나서 그래. 내 실력은 아직도 많이 모자라.' 그렇게 여기며 반성하기 바빴다.


그런데 글 쓴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그녀는 당찼다. 공모전 당시 '황금똥 꿈'을 꾸었기에 더 기대를 했다는 그녀는 비록 탈락되긴 했지만 그 사실로 멋진 글과 그림 한편을 펼쳐 보였다.


뽀닥 작가님의 글과 그림.




실망하는 그녀를 응원하는 차원으로. 또 잘 되면 '내 지분(?)'도 조금 있다는 것을 엉큼스럽게 환기시켜 줄 요량으로 댓글을 썼다.


그랬더니 그녀가 나를 '황금똥'으로 불러주었다. 이런 반전 드라마 같은 사람을 봤나? 나는 '똥'이 될 마음은 전혀 없었지만, 순식간에 '똥'이 되어버렸다. '황금똥.'으로






그 후에도 뽀닥님은 이런 문장이 들어간 원고를 가져 오셨다.


"나도 에세이 작가로 등단해 천만 작가가 되어 부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원고 읽다가 나도 모르게 그녀의 문장에 밑줄 긋고 별표를 치고 말았다. 나는 한 번도 해본 적도 없는 생각, 농담으로라도 입밖에 꺼내 본 적도 없는 생각을 그녀의 글 속에서 만난 날. 얼마나 통쾌하고 즐겁던지 큰 웃음이 절로 터졌다.



뽀닥님, 천만 작가가 꼭 되어 주세요!!!



'원하는 것이 있다면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표현해 볼 수도 있어야겠구나.'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도 전혀 얄밉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지금, 뭐래?'하는 반감 같은 것도 들지 않았다. 나뿐만 아닌 에세이 반 수강생 모두가 그렇게 여겼을 것이다.(직접 물어보지는 않았으나 그랬을 것 같다^^)


호감과 비호감은 한 끗 차이다. 글쓴이가 '자기자랑'에 진짜 목매는 사람인지, 읽는 독자와 한바탕 웃고 추억을 쌓으려는 마음이 큰 사람인지. 글의 뉘앙스에서 알 수 있다.


글은 때론 글쓴이조차 잘 인식하지 못하는 본 모습을 곧이곧대로 드러내 준다. 감추려고 해도 감춰지지 않는 부분이 행간에 묻어 나오고 단어와 단어 사이에서 언뜻 언뜻 비친다. 물론 글쓴이가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해도 독자가 오해의 눈길을 버리지 않고 바라보면 의도는 왜곡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타인의 글'을 '나의 글' 읽는 마음으로 애정을 가지고 바라본다면 꼬투리 잡을 일보다는 웃고 즐거워할 일, 그 속에서 뭔가 깨달음을 얻고 배울 일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만화가이자 에세이스트인 뽀닥님이 천만 작가가 되면 정말 좋겠다. 꼭 그렇게 되어서 나도 잘 키워 달라고 부탁드렸다.^^ 에세이에 그림도 무료로 그려주신다고 했다. (내가 강요했지만 말씀만으로도 감사하다~)


에세이 수업에서 19명의 사연 하나하나를 꼼꼼히 읽는다. 우리 모두 명문장을 뽑아내지 못하면 어떠한가! 쓰는 순간 즐겁고 서로의 글을 보며 울다 웃다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글쓰기는 보람된 것 아닐까?


매 순간마다 수강생분들과 내가 동시에 자라나는 소리가 들린다.


무럭무럭무럭!!!



(이 글을 작가의 서랍에 넣어두고 발행 못한 사이, 10주간의 수업은 끝이 났고 뽀닥님과 수강생분들은 후속 글쓰기 모임에서도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우리 모두의 성장을 응원합니다.)






얄밉지 않은 자기 자랑의 1인자, 뽀닥님의 브런치!!!


https://brunch.co.kr/@greentomato555#artic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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