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26
그냥 그런날이 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아무것도 안하면 안되는 날. 아무데도 가기 싫은데 아무데라도 가지 않으면 우울감에 빠져버릴것 같은 날. 그런날 더 깊게 생각하지말고 밭에 가기.
분명히 지난 번에 다 뽑았는데 또 자라있는 잡초들. 그래 차라리 짜잘한거보다 좀 자라있는게 뽑기도 쉽겠지. 땡볕에 밭일하는거 아니라지만 어쩔 수 없다. 내가 하고 싶을 때 내가 해야할 때 해야한다.
보통 잡초는 그냥 뽑기만 해도 뿌리가 햇볕에 노출되면 금방 마르기때문에 뽑은 그 자리에 놔둬도 되지만 나는 잡초를 싹 치워야 뽑은 느낌이 나서 뽑은 잡초는 밭 구석 한 귀퉁이에 모아둔다. 어머니는수분이 날아가는 것을 막고 거름도 되러고 작물 옆에 빙 둘러서 얹어놓기도 한다.
어느새 절반! 이때만해도 티도 안나고 이거 오늘 안에 할 수 있는건가 생각했다. 그리고 이때쯤 너무 힘들어서 아버지에게 하소연했다.
나도 좀 도와주라고!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도와주라고!
그리고는 해가 산 뒤로 넘어가 그늘이 지기 시작하자 덥지 않아서 후다닥 할 수 있었다. 사실 잡초.. 뽑아도 되고 안뽑아도 되고 예초기 없이 이렇게 손으로 뽑는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뽑는 이유는 우리는 밭에 자주 가는 편이 아니고, 작물을 잘 키우지도 못하기에 잡초라도 뽑지 않으면 우리가 밭에 오는지 안오는지 다른 사람이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최소한 할 수 있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고구마밭 잡초 뽑기. 옆 고랑과 차이가 한 눈에 확연히 보인다. 잡초 뽑은 날은 집에 와서 샤워하고 누워서 눈을 감으면 앞에 잡초가 아른아른거릴 정도ㅎ
주말부터 어제까지 비가 와서 작물도 잘 자랐겠지만 잡초도 잘 자랐을 것이다. 내일 밭에 가 볼 수 있을런지, 시간을 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