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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nny May 19. 2020

명품 브랜드에서 인턴 하기 ㅡ 보테가베네타

보테가베네타 비하인드 스토리와 제품 소개

“명품 브랜드에서 인턴 하는 건 어때?”

보테가베네타 인턴을 할 때도, 인턴 종료 후에도 주변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참 많이 받았었다.


그래서 나의 브런치 첫 주제는,

보테가베네타 인턴십 비하인드 스토리와 현재 패션계에서 가장 핫한 보테가베네타의 제품 소개!











2018년 이탈리아 럭셔리 가죽 브랜드 보테가베네타는 브랜드를 17년 동안 이끌었던 수석 디자이너 토마스 마이어를 떠나보내고 젊은 영국 디자이너, 다니엘 리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했다. 

다니엘 리는 브랜드에서 본격적으로 2019 Pre-Fall (Pre-fall: S/S 와 F/W 사이 시즌) 컬렉션을 처음 선보였고 이 컬렉션은 2019년 5월에 한국에 본격 론칭했다. 이를 시작으로 다니엘 리가 이끄는 뉴 보테가베네타는 현재 패션계에서 가장 화제성 있는, 전 세계의 트렌드 흐름을 이끄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나는 2019년 4월에 보테가베네타 머천다이징팀에서 인턴을 시작했다. 운이 좋게도 내가 인턴으로 들어갔었을 때는 딱 보테가베네타에서 다니엘 리의 첫 번째 컬렉션인 19PF 컬렉션을 론칭할 준비를 하고 있던 시기였다. 브랜드가 새로운 변신을 시작하던 시기에 인턴십을 했기 때문에 그때의 기억을 살려 보테가 베네타 인턴십 비하인드 스토리 + 다니엘 리가 이끄는 뉴 보테가 베네타의 아이코닉한 아이템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Bottega Veneta 19 PreFall collection




Daniel Lee


2018년 다니엘 리의 보테가베네타 19PF 컬렉션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하이패션 업계에선 꽤나 화제였다. 당시는 셀린(CELINE) 구 디자이너 피비필로가 떠나고 에디슬리먼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들어오면서 셀린 스타일이 확 바뀌었던 시기였다. “미니멀리즘, 놈코어, 오버사이즈” 같은 기존 셀린의 키워드는 모두 부재한, 에디슬리먼 본인이 늘 추구하는 “스키니, 락펑크, 글램룩”을 셀린이란 레이블 아래에서 선보이자 셀린팬들은 혼란스러운 채 갈 곳을 잃은 상태였다.


그런데 어쩐지 보테가베네타에 새로들어온 다니엘리라는 낯선 디자이너에게 느껴지는 셀린의 향기. 갈 곳 잃은 올드셀린 덕후들의 눈은 새롭게 등장한 새로운 보테가베네타, 뉴 보테가로 향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다니엘 리는 셀린의 피비필로 밑에서 7년간 Ready-To-Wear (기성복) 디렉터로 일한 피비필로의 수제자였다. 에디슬리먼의 셀린이 기존의 아카이브를 모두 무시한 채 에디슬리먼의 독자적인 노선의 디자인이 가득한 컬렉션을 선보이면 선보일수록 보테가베네타를 향한 관심도는 더 높아졌다.


2015년 구찌가 알렉산드로 미켈레라는 무명 디자이너에 의해 브랜드 스타일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건 많은 이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리뉴얼된 구찌는 2016년부터 유래 없는 성장을 기록하며 한동안 패션 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브랜드가 되며 눈부신 성장을 이룩했다. 뿐만 아니라 발렌시아가를 스트릿 스타일로 브랜드를 탈바꿈시킨 뎀나 바살리아, 크리스찬 디올 최초의 여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상업적인 감각이 뛰어난 디자이너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브랜드에 기록적인 매출 성장을 안겨줬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하나가 브랜드의 매출을 좌지우지하는 세상.

그래서 나 같은 옷 덕후를 포함한 패션 에디터, 전문가들은 2019년 보테가베네타의 브랜드 리뉴얼과 함께 엄청난 성장을 점쳤었다. 예상대로 보테가는 2019년부터 가장 핫한 브랜드로 떠올랐고 지난 1년간 파우치, 카세트백, 메쉬힐, 아르코백, 숄더 파우치 등의 수많은 히트 아이템을 탄생시켰다.







Bottega Veneta The Pouch 일명 만두백


2019년 탄생한 보테가 베네타의

“The Pouch”

인스타그램에서 패션 계정 좀 팔로우한 사람이라면 모르기가 힘든 보테가베네타의 더 파우치. 1년 전 론칭했을 때 대박이 터지며 다니엘 리가 이끄는 뉴 보테가베네타의 첫 번째 히트템이 되었다. 국내에서 일명 만두백으로 불리며 수많은 인플루언서, 연예인들이 들고 나와 유명해졌다.


작년 내가 인턴을 처음 시작했을 땐 이 파우치가 론칭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는데 이 가방의 인기 때문에 오피스 전체가 정신이 없었던 기억이 있다. 재고는 없고, 예약은 쌓여만 가고 ‘없어서 못판다’의 정도를 넘어서자 이례적으로 본사에서 없던 재고까지 끌어다 줄 정도였고 오피스에서는 파우치는 보기도, 듣기도 싫다는 우스개소리가 나올 정도로 인기가 어마무시했다.

 

인턴 때 내 업무 중 하나는 당시 이탈리아에서 국내에 들어오는 보테가베네타 제품 배송 추적을 하는 것이었다. 파우치 같은 경우는 예약 리스트가 엄청 길어 급하게 들어와야 하는 중요 아이템이라 스타일 넘버를 따로 관리를 했다. 그런데 내가 엑셀 파일에서  화장품 같은걸 넣는 그냥 '파우치’를 이 ‘The pouch’로 착각하면서 전혀 다른 두 개의 스타일 넘버를 섞는 바람에 물류팀에 혼동을 주는 어이없는 실수를 하기도 했었다. 정말 다행히 금방 발견되어 해결됐지만. 

파우치의 가격은 스트랩이 달린 미니 파우치가 170만 원부터 시작해서 사진에서 보이는 미디엄 사이즈는 보통 320만 원에서 400만 원선이다.



(왼) , (오) 두번째 The Pouch Mini





Large Sized Shoulder Pouch
Bottega Veneta Shoulder Pouch

"Sholder Pouch"

올해 초 발매된 숄더 파우치.

뉴 보테가베네타의 특징 중 하나가 기존의 아이템에 디테일만 바꾼 디자인이 계속해서 출시된다는 점인데 요즘엔 이런 크로스나 클러치가 아닌 어깨에 끼워 매는 숄더백 형태가 가장 트렌디한 백 형태여서 그런지 기존 파우치에 핸들을 달아 호보백 같은 모양의 숄더 파우치가 나왔다.

350만 원에서 460만 원.




Bottega Veneta Chain Pouch

"Chain Pouch"

 이건 기존의 파우치에 체인을 단 체인파우치다. 보테가베네타에서 체인 목걸이 팔찌 등의 악세사리가 많이 나오면서 체인 악세사리가 작년에 유행했었는데 이번에는 그 체인을 가방에 달았다. 기존의 파우치는 대애충 옆구리에 낄랑 말랑 껴주는 게 간지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클러치 형태는 손이 자유롭지 않아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었다면 그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다른 브랜드에서 많이들 나오는 흔한 얇은 체인백들과는 다르게 크고 볼드한 금색 체인이기 때문에 너무 포멀하지도, 캐주얼하지도 않은 느낌이 난다.

450만원.






Bottega Veneta Sponge


아, 이건 샘플을 처음 보자마자 포켓몬스터 덩쿠리를 닮았다고 생각한 파우치도 있었다.

무려 1100만원이다.








Bottega Veneta Cassette Bag

인트레치아토의 변신,

"Cassette Bag"

2019년 보테가베네타의 두 번째 히트 아이템은 카세트백이다. 보테가베네타는 인트레치아토(가죽을 엮은 위빙 모양)으로 유명한 브랜드인데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다니엘 리가 높게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가 올드해보였던 기존의 인트레치아토를 트렌디하고 젊은 감성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카세트백은 그 대표 예라고 할 수 있다. 카세트백은 형태는 기존의 보테가베네타 브랜드에서도 있던 디자인이지만 정말 신기하게도 인트레치아토 위빙 스케일만 크게해서 만들었을 뿐인데 올드한 느낌은 모두 사라지고 굉장히 젊고 트렌디한 가방이 되었다. 김나영의 최애 백이라나 뭐라나.

240만원.


Bottega Veneta Padded Cassette Bag

"Padded Cassette Bag"

그리고 기존 카세트백 형태를 패딩처럼 도톰하게 만들어 19F/W에서 처음 나왔던 패디드 카세트백(Padded Cassette Bag) 가운데 사진 속 회색빛 도는 플라스터 컬러와 하늘색 패디드 카세트백은 인턴 하면서 봤던 제품들 중 가장 예쁘다 생각했던 가방이다. 패딩 부분이 정말 말랑 도톰해서 촉감도 좋고, 단순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삼각 모양의 버클은 이 가방의 화룡점정이다. 내 원픽이다.

350만원.









Bottega Veneta Large sized Arco bag
세번째 사진 왼쪽은 드롭백, 오른쪽이 아르코백.

"Arco Bag"

2019 PF 컬렉션 때 보테가베네타에서 주력으로 밀었던 가방인데 의외로 파우치의 그림자에 가려졌던 아르코백. 작년 다시 불어온 빅백 유행과 함께 브랜드에서 아르코의 라지 사이즈를 굉장히 밀었었는데 여성들에겐 너무 크고 가격의 압박 때문인지 고객들은 스몰/미니 사이즈를 더 선호했다. 나도 두 개 다 메봤는데 실용성과 별개로 확실히 큰 사이즈의 아르코백이 주는 분위기와 압도감이 있다.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만 보자면 사실 스몰, 미디엄 사이즈보다 라지 사이즈가 아르코백의 디자인이 빛을 발하고 아르코백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크기라고 생각한다.  아르코백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를 최대치로 보여줄 수 있는 사이즈는 무조건 라지 사이즈. 애초에 다니엘 리도 아르코백을 큰 사이즈를 밀었는지 19PF 룩북을 보면 모두 라지 사이즈를 들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선택은 조금 달랐다는 슬픈 얘기. 이렇게 소비자를 예측해야 하는 머천다이징의 길은 어렵다.

하지만 남자인 경우 라지 사이즈를 들었을 때 너무 커 보이지도 않고 수납도 용이하고 상대적으로 무게의 제약도 적으니 아르코백만의 분위기를 그대로 낼 수 있는 라지 사이즈를 선택해도 좋을 것 같다.  



Bottage Veneta Arco bag & intrecciato Arco bag

아르코백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데 원래는 인트레치아토가 아닌 왼쪽 사진 같이 플랫한 가죽 형태만 제작이 됐었다고 한다. 그런데 다니엘 리가 디자인 품평 시간에 왼쪽 형태의 아르코백 보고는 즉석에서 가위를 들고 가죽 가방을 잘라 가죽을 꿰어 인트레치아토(위빙) 형태로 만들어 보여줬고 그렇게 탄생한 게  인트레치아토 아르코 백이다(오른쪽 사진).  이 가방 안을  보면 가죽의 결과 마감된 부분이 무심하면서도 섬세하게 마무리되었는데 이런 디테일을 통해 가죽 브랜드 보테가베네타의 가죽 세공 스킬을 마구 느낄 수 있다.

크기와 인트레치아토 여부, 소재에 따라 400만 원에서 620만 원.











Bottega Veneta Mesh chain heels

"Mesh Chain Heels"

인턴 시절 가방뿐만 아니라 신발 중에도 없어서 못 파는 아이템들이 몇 가지 있었다. 이 글엔 소개하지 않은 아몬드 펌프스와 함께 정말 핫했던 그물 신발, 메쉬 체인 힐이다. 2019년부터 보테가베네타에서 스퀘어 토 신발을 꾸준히 만들고 있는데 이 신발은 작년에 처음 나와 지금까지도 인기가 있는 신발이다. 뉴 보테가베네타의 구두 밑창엔 거의 대부분 아래 사진 처럼 미끄럼 방지 고무 밑창이 덧대어져 있어 보기와는 다르게 편하다고 한다(안 신어봐서 나는 모름).

150만원.


Square Heels with Rubber Sole










Bottega Veneta Lido Sandals

"Lido Sandals"

다니엘 리가 인트레치아토 응용에 맛을 들인 건지 신발에 마저 인트레치아토를 넣어 탄생시킨 시킨 리도 샌들. 스퀘어 토와 인트레치아토. 보테가베네타의 두 가지 시그니처가 다 들어간 신발이다. 발 볼도 넓고 고무 밑창도 달려있어 굽 높이와 얇은 굽에 비해 편하다고 한다.

160만원.










예전에는 명품 브랜드 하면 보통 사람들이 가방이나 신발에만 관심을 보였는데 요즘엔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통해 럭셔리 제품들이 많이 노출되면서 RTW(Ready-To-Wear: 기성복), 즉 옷을 향한 관심도도 많이 높아졌다.

명품 브랜드는 어쩔 수 없이 가방, 신발, SLG (Small Leather Goods)가 차지하는 매출 비율이 상당수인데 뉴 보테가베네타는 다른 명품 브랜드에 비해 유난히 관심받는 RTW 제품이 많다. 아마 피비 필로가 이끌던 셀린이 가방 못지않게 RTW에 강한 브랜드였고 다니엘 리가 셀린에서 RTW 디렉터로 있었던 만큼 올드 셀린을 그리워하는 고객층이 보테가베네타를 찾으며 더 인기를 끄는 것 같다.

그중에서 내가 뽑은 보테가베네타의 아이코닉한 RTW 두 제품.


Bottega Veneta 2019 Pre Fall Men's & Women's Intrecciato Knit

가방에 있던 디테일을 옷에 넣은

"인트레치아토 니트"

다니엘리는 천재가 분명한게 인트레치아토를 크게 늘려 가방뿐만 아니라 옷에까지 붙이기 시작했다. 그것도 딱 한 줄만 떼다 붙였다. 다음해에 보테가 인턴을 할지도 몰랐던 2018년 가을, 보그 런웨이에 뜬 보테가베네타 2019 PF 컬렉션을 처음 봤었는데 그때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피스가 이 니트였다. 보테가베네타의 시그니처인 위빙 디테일을 옷에 넣을 생각을 하다니! 이건 디자인의 혁명이야.

그런데 나중에 인턴을 하게 되고 19PF 컬렉션 트레이닝을 받던 때였다. 바잉을 담당하는 머천다이저분에 의하면  내가 가장 기대하던 RTW 피스였던 카멜색 남자 니트(왼쪽 사진)가 사진에서 모델이 입은 모습은 정말 멋있지만 가슴에 있는 위빙이 일반 남자가 입으면 브라자 찬 느낌이라 한국엔 바잉을 안 했다고 했다....... 슬펐지만 납득할 수 밖에 없는 이유였다.








Bottega Veneta 2020 S/S

이런 피드백 때문인지 인트레치아토 니트가 19FW, 20SS 시즌엔 더 벌키하게 보완되어 다시 나왔다. 이제 브라자 같지는 않겠다. 아마 보테가베네타 시그니처템으로 다음 시즌에도 계속해서 이렇게 인트레치아토를 넣은 니트나 상의 종류가 나올 것 같다.








Bottega Veneta 2020 Resort

"Triangle Belted style"

다니엘 리가 보테가베네타 RTW에서 밀고 있는 시그니처로 사용하고 있는 디테일이 몇 가지 있다.

하나는 남성복 안감 주머니에 있는 삼각형 모양의 포켓 디테일 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이 삼각 버클이다. 삼각형 버클이 달린 벨트는 따로 구매할 수도 있지만 옷과 세트로 대부분 나온다. 정말 별거 아닌 거 같은 작은 디테일이지만 저 삼각형 모양의 벨트가 유무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분위기가 있다. 삼격형 벨트가 달려있는 점프수트, 자켓, 바지 다 정말 찰떡이다.

이게 바로 아마 많은 사람들이 다니엘 리 디자인에 열광하는 이유가 아닐까. 누구나 생각할 법 하지만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이런 디테일이 만드는 뉴 보테가베네타만의 분위기.


Bottega Veneta Triangle-Belted Jacket


Bottega Veneta’ Signature Pocket Details

















 명품 브랜드 인턴 시절의 TMI


보테가 베네타 인턴 채용 당시 면접을 볼 때 면접관으로 있었던 사수 분과 팀장인 상무님이 내가 봤던 그 어떤 면접 중에서도 나를 가장 따뜻하고 관심 있게 맞이해줬던 기억이 있다. 그 이전에 봤던 다른 유명 명품 브랜드 인턴 면접은 압박이 심해 더 긴장해서 어버버 거렸었는데 (그 결과로 당연히 떨어졌다.) 보테가베네타 면접에선 화기애애한 덕분에 긴장을 풀고 편하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나올 수 있었다. 그게 내가 느꼈던 보테가베네타 회사에 대한 첫 느낌이었다.


내가 멍청이였음을 확인한 인턴기간이 끝나고 나중에 같이 일했던 다른 머천다이저분께 Internship Reference를 부탁해 받았었는데 그걸 통해 인턴 포지션 지원자 중 보테가베네타의 디자이너가 바뀐 걸 알고 있던 사람은 내가 유일했다는 걸 알았다. 물론 다른 지원자들이 자소서에 언급 안한걸 수도 있지만. 아무튼 내가 보테가 베네타에 가지고 있던 관심을 높게 쳐주셔서 그랬던 건지 서류에서 나를 좋게봐줬단 느낌을 면접 때 많이 받았고 그 분위기가 면접 때도 좋은 영향을 미쳤고 난 그렇게 보테가베네타의 성공한 덕후가 되어 인턴을 할 수 있었다.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보테가베네타에서 경험은 작년 한 해 나에게 아주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다. 일단 중학교 때부터 꾸준히 관심 있었던 하이패션 산업에 직접적으로 뛰어들어 일할 수 있던 점이 크게 다가왔다. 게다가 새로운 보테가베네타는 나도 관심 있게 지켜보던 중이었고 당시 가장 핫하게 떠오를 준비를 하는 브랜드였기 때문에 (‘떠오른’이라고 하기엔 패션에 정말 관심이 많은 사람들만 뉴 보테가의 변화를 캐치하고 관심 있게 지켜보는 상태였다) 인턴 나부랭이기는 했지만 패션 트렌드의 최첨단을 달리는, 현재 패션 씬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는 브랜드에서 일할 수 있단 사실이 굉장히 행복했다.

무엇보다도 나는 2009년 중학교 때부터 하이패션에 관심이 많아 늘 하이패션 업계나 브랜드에 대해 찾아보는 게 나의 취미 아닌 취미였고 그 관심이 커져 그래서 의류학을 전공으로 선택을 했다. 하지만 대학에 가보니 나만큼 하이패션에 관심 있는 친구도 잘 없고 에디터 할게 아닌 이상 럭셔리 패션에 대한 관심도는 크게 쓸모가 없었다. 그런데 보테가 베네타 머천다이징 팀에서는 나의 이런 작은 취미가 모두 패션 시장을 파악하는 중요한 정보였고 ㅡ예를 들면 디올이 그라치아 치우리로 디자이너가 바뀌고 매출이 얼마나 뛰었는지, 셀린이 에디슬리먼으로 디자이너가 바뀐 뒤 매출 행보가 어떻게 될지 같은 정보들ㅡ  이는 모두 경쟁사 조사나 머천다이징 업무와 연관되어 럭셔리 브랜드 머천다이저가 갖춰야 하는 자질로 요구되는 것들이었다. 거기서 느끼는 희열이 정말 컸다. 내 하이패션에 관한 관심이 쓸만한 곳을 드디어 찾은 느낌이라 굉장히 벅찬 마음이었다.


사실 인턴을 하는 동안 스스로 생각해봐도 실수도 많이 하고 정말 서툰 쩌리여서 이 글을 같이 일하던 분들이 본다면 정말 부끄러울 것 같지만, 다행히 인턴 이후 지금은 좀 나은 일꾼으로 성장한 거 같다. 아무튼 보테가에서의 인턴은 나의 큰 행운이었고 좋은 이력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내가 앞으로 패션계에 처음 발을 내딛으며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해준 경험이었다.








인턴을 마친지는 꽤 됐지만 이젠 보테가베네타의 팬으로서 보테가베네타 코리아와 보테가베네타 브랜드 자체가 2020년 한 해 더 큰 성장을 이루길 바라며 늘 응원하고 있다. 그리고 이 글을 일고 있는 분들이 혹쉬 명품 가방 구매를 고민하고 있다면 보테가베네타를 선택지로 고려해보는 게 어떨지. 보테가 베네타의 가죽 퀄리티는 명품 브랜드 중에서도 상위권으로 꼽히는 데다 현재 가장 트렌디한 브랜드이긴 하지만 디자인들이 워낙 미니멀하기 때문에 오래 들어도 질리지 않고 유행 타지 않을 디자인들이라 후회 없을 거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고 난 뒤 보테가 베네타에 더욱 관심이 생겼다면 브랜드 공식 계정인 @bottegaveneta 인스타도 좋지만 다니엘 리의 뉴 보테가 베네타의 예쁜 아웃핏들은 모아놓는 계정 @newbottega 추가적으로 팔로우하는 걸 추천드린다.


@newbottega



그럼 이만 애정을 듬뿍 담아 (구)인턴 나부랭이가 쓴 보테가베네타 글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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