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최종적 목표는 엔지니어를 전문적으로 채용하는 기업 내 채용담당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한 나에게 잊지 못할 기억이 하나 있는데, 바로 한국에서 열린 엔지니어 신입사원 채용회의 멤버로 발탁이 된 것이다. 2018년, 나는 아직 입사한 지 4개월쯤 된 풋내기 신입사원이었다. 그런 내게 부장님, 인사팀 선배들과 함께 한국으로 신입사원 채용회에 다녀오라는 것은 큰 기대감과 부담감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그렇게 나는 서울로 우리 회사만 단독으로 열린 면접회에 면접관으로 참가하였다. 1년 전인 2017년에 대학생 신분으로 같은 자리에서 면접자로 참가했던 내가 1년이 지난 후 면접관으로 자리하게 된 것이다. 일본 취업 시장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던 터라 큰 기대감에 부푼 채 서울로 향했다.
호텔에 짐만 둔 채 한국에서 일본계 헤드헌터 업체와 회의를 가졌다. 우리가 공개한 공고 요강의 모집인원은 0~2명이었다. 즉,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을 시, 채용을 하지 않겠다는 공고였다. 그럼에도 1차 서류전형에 지원한 사람은 100명에 가까운 숫자였다. 일본 취업 시장에 대한 관심이 그대로 전해졌다. 그러나 주어진 약 12시간의 시간 동안 최종까지 3번의 면접을 치러야 하는 일정으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인원은 고작 10명 안팎이었다. 서류전형은 헤드헌터사의 비대면 면담으로 이루어졌고 20명 내외의 최종 서류가 우리 손에 넘겨졌다. 헤드헌터 업체와의 회의를 마치고 면접회에 참여할 사원들끼리 모여 늦은 밤까지 또다시 회의를 거쳤다.
다음 날, 아침 7시부터 면접 준비를 하고 8시 면접이 시작되었다. 하루 동안 최종면접을 포함하여 총 3번의 면접이 이루어지는 힘든 일정의 면접이었다. 1차 면접에서는 기본적인 면접이 이루어졌다. 학교에서는 어떤 것을 공부했는지, 일본으로 왜 오고자 하는지, 언제까지 일본에 있을 것인지에 관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지금까지 팀원과 의견 차이가 있었던 경험과 그를 어떻게 극복했나요?
면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질문이다. 쉬우면서도 어려운 것 같은 이 질문에 일본어로 바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 질문으로 회사의 일원으로서 그리고 엔지니어로서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가는지를 판단했다. 이렇게 면접자의 기본적인 생각 방식과 목표의식을 확인한 후 합격자들에 한해서 2차 기술면접으로 이어졌다.
기술면접에서는 지금까지 대학교에서 혹은 개인적으로 개발했던 내용들을 토대로 기초적인 기술 지식을 이야기했다. 코딩 테스트가 있거나 그렇진 않았지만 관심 있는 기술분야로는 무엇이 있는지, 혹시 나중에 개발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와 같은 질문이 오고 갔다.
기술면접을 통과한 후에야 마지막 면접에 임할 수 있다. 마지막 면접은 일본의 사장과 1대 1로 스카이프 면접이 진행되었다. 최종면접에 참가하게 된 지원자는 3명이었다. 스카이프 면접은 마이크 너머로 대화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높은 일본어 능력을 필요로 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날카로운 질문이 오가고 결과는 0명 합격이었다. 아무도 합격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한 지원자는 일본어 실력이 아쉬우니 2달 정도 일본어 공부를 더 해서 최종면접을 한 번 더 보기로 결정이 났다. 며칠을 면접만을 생각했는데 합격자가 0명이라니 힘이 빠졌다. 한 명의 사원을 뽑기까지 얼마나 신중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 많은 인원이 비행기를 타고 외국까지 간 만큼 기대도 높았고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참담한 현실로 합격자는 없었다.
일본 기업은 스펙을 보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정말로 그럴까? 물론 한국의 취업시장에 떠다니는 소문처럼 대학교별로 등급을 정해 점수를 매기지는 않겠지만, 분명한 건 일본 회사에서도 그만의 기준으로 평가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마트에서 사과를 사려고 할 때 두 개의 사과가 있다고 하자. 하나는 국내에서 생산된 사과지만 흉작으로 인해 값이 비싼 사과,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어딘가에서 생산된 사과지만 풍년으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사과. 같은 맛의 사과라고 한다면 당연히 저렴한 사과를 구매할 것이다. 그러나 이에는 '똑같이 질 좋은 사과'라는 중요한 전제가 붙는다. 마찬가지로 아무렴 일본의 신입 엔지니어가 부족하여 해외 취업 시장에 눈을 돌리는 추세였다고 할지라도 그 전제로서는 우수한 인재여야 한다는 것이다.
구직자가 아닌 면접자로 바라본 해외취업시장에서의 엔지니어 채용은 나의 생각보다 훨씬 많은 투자비용이 들었다. 단순하게 직원들이 비행기표값만으로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비행기 삯, 숙박 등의 출장비용과 더불어 한국에서 채용 홍보와 면접회 장소 등을 제공하는 헤드헌팅 기업 비용 그리고 합격자가 나왔을 경우 비자발급비 등을 포함한 도항 비용 등 확답되지 않은 채용 기회를 위한 기회비용이 꽤 컸기 때문이다. 즉, 회사는 그만큼 현명하고 신중하게 채용을 하고 싶어 했다. 그만큼 기대치도 높아져있었고, 일본에서 채용하는 신입 엔지니어보다 출중하고 창의적인 인재를 원했다. 같은 질의 사과라는 전제처럼, 일본에서 기회비용 없이 현지에서 사원을 채용하는 것과 우리를 채용했을 때 더 메리트가 있다는 전체가 필요하단 것이다. 그 기회비용만큼 일본 회사 또한 훌륭한 인재를 기대하기 마련이다.
진부한 이야기겠지만 일본의 엔지니어 취업시장도 그다지 다를 것 없다. 결국은 남들과 비교했을 때 왜 나여야 하는지 나를 어필하는 것이 전부이다. 단, 한국에 비해 경쟁률이 낮다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승률이 높아진다는 의미에서 자신만의 어필 포인트를 정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를 얻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일본 취업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한국 취업시장에서 중요시되는 것들과 살짝 우선순위만 다를 뿐 전체적인 맥락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과는 다르게 자격증, 일본어를 제외한 시험 점수, 학벌, 학점은 크게 좌지우지되지 않지만, 그동안의 경험, 문제 해결 능력, 팀원들과의 협동능력 등을 높게 본다. 실제로 일본의 중고등학교 과정에서 부활동이라고 불리는 동아리 활동을 굉장히 중요시하고 거기서 배운 것들을 입사 시에도 많이 어필한다. 비교적으로 학업에 열중하는 한국사회에서 자란 내겐 조금은 낯선 문화로 다가왔다. 그러나 일본에서의 스펙은 바로 그것이었다. 학업보다도 경험에서 나온 자신만의 이야기 말이다.
스펙을 보지 않는다는 일본이라지만, 스펙을 보는 곳이다. 기업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일본 기업이 자격증, 학점, 학벌보다도 경험에서 오는 문제 해결 능력을 중요하게 보는 경향이 많다. 엔트리시트와 자기소개서를 쓰기에 앞서서 지금까지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해왔던 사소한 것들을 적어보자. 엔지니어를 꿈꾼다면 엔지니어를 하고자 마음먹었던 계기나 요즘 관심 있는 기술과 그에 대한 생각도 함께 정리해두자. 그를 바탕으로 엔트리시트를 작성하고 면접을 준비하면 훨씬 편리하게 써 내려갈 수 있다. 나를 어필하기 위해 자신만의 특별한 경험은 무엇이 있는지 시간을 가지고 차근차근 써 내려가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