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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e M K Jeong Mar 08. 2024

맨땅에 헤딩하기

얼마나 많은 날을 살아간다고, 매번 맨땅에 헤딩이 기본이 되어서 뇌진탕에 걸릴 지경이다. 살면서 얼마나 많이 맨땅만 밟았는지 금, 은, 동, 흙.. 수저 따질 시간이 없었다.

내년이면 조기 연금을 신청할 수 있는 나이가 되는데, 아직도 맨땅에 헤딩하는 것을 즐기며 살고 있다.

낯선 땅에 도착하거나, 새로운 일에 직면하면 첫 번째 증세가 무기력함이다. 여기서, 이 일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머리로 고민만 한다.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인생 낭비 + 후회스러움 200%.

두 번째, 이것저것 찾아가 본다. 거리를 헤매기를 여러 번 그래도 무엇을 해야 할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 비축해 놓은 자산은 조금씩 바닥을 드러내고.. 마음만 조급해진다.

세 번째, 다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를 돌아보면서 계산을 해본다. 우리 대한민국 사람은 무슨 일이든 새롭게 시작하기 전에 스스로가 “내 나이에..”로 시작한다. “내 나이에”를 극복하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 때로는 주변의 도움이 없이는 극복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다. 그게 뭐라고...

나는 ‘살아 있는 동안은 아무것도 포기하지 말아라’ 하신 엄마의 소중한 말씀 덕분에 '내 나이'에 깊이 연연하지 않는다.     

네 번째, 내 나이쯤을 극복하고 나면 그제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무엇을 더 배워야겠고, 무슨 일을 해봐야겠고... 진짜 맨땅에 헤딩하고 싶은 욕구가 발동한다.

물론 부양할 자식이나 부모님이 계시다면, 내 나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할 여유가 없다. 그저 닥치는 대로 해야 한다. ‘닥치는 대로’는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보다 절박하다.

다섯 번째, 주어진 환경에서 무엇이든 해보고 싶은 욕구가 발동할 때가 맨땅의 헤딩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어찌 보면 맨땅에 헤딩이란 낯선 땅에서 혹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느끼는 호기심 반, 생존 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맨땅에 헤딩은 절박함 보다는 조금 나은 처지이니 감사할 일이기도 하다.

나는 요즘 맨땅에 헤딩을 열심히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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