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뭐 어때 Aug 30. 2024

부모님께  송금할 때 나만 갈등해?

나만 쓰레기야? 어쩔 수 없지 뭐. 사실인걸.

얼마를 보낼까?

엄마에게 송금하려고 인터넷뱅킹을 열었다. 자주 쓰는 계좌에 엄마의 계좌가 있다. 자주 쓰지도 않으면서 자주 쓰게 될 줄 알고, 아니 가끔 어쩌다 보내면서 계좌 찾기 귀찮아서 저장해 놨다.

정기적으로 용돈을 보내지 않아도 부모님의 생활이 된다는 건  감사한 상황이다. 감사보다는 당연시하면서  명절 및 특이사항 발생 시 가끔 이용하는 편이다. 이번 특이사항은  동생의 수술이다. 장천공으로 응급수술을 받았다. 별로 애틋함은 없는 사이지만 생각하면 어딘가 한쪽이 쪼그라들면서  애잔함이 드는 그런 사이다. 망할 놈의 핏줄. 천륜. 뭐 그런 데서 파생되는 의무감 비슷한 감정이다. 병원에 가지 않았다.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힘드니까 오지 말라했다. 난 곧이곧대로 듣고 가지 않았다. 병원에 있을 때 누군가 자꾸 찾아오는 것도 귀찮은 일일 수 있으니 환자 말대로 해야 한다며 정당화했다. 느껴지겠지만 가기 싫었다. 몸은 안 가도 돈은 가야 하는 세상이다. 몸이 못 갈수록 더더욱. 사람노릇은 돈이 한다는 말은 잔인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누나로서 노릇은 해야겠기에. 결혼을 하지 않은 동생 간호를 엄마가 해야 하니 엄마에게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평생 온 식구 간호만 하는 우리 엄마는 전생에 나이팅게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엄마의 지친 얼굴이 떠올라 마음이 또 저민다. 그 욱신거림은 인터넷 뱅킹 화면에서 멈춰 섰다.

자주 쓰는 계좌에서 불러온 계좌번호 아래  금액 입력란에서 손가락이 갈등한다. 결국  앞자리 숫자를 바꿨다. 낮은 숫자로. 뭐 좋은 누나도 아니었겠지만 좋은 동생도 아니었으니 서로 퉁치고 그 정도면 된다 싶은  금액을 송금했다. 기준은 나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서운할 수도 있지만 별 수 없다.




그 타이밍에  알림음이 울린다. 다음 달 학원비 결제를 요청하는 카카오톡 결제 url이다. 갈등하며 보낸 금액의 몇 배가 되는 을 몇 번의 클릭과 지문인식으로 수초만에 결제했다. 자식에게는 아낌없이, 부모에게는 아껴가며 살고 있다. 나쁜 년.


돈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과 같구나. 거꾸로 흐르려니 힘이 든다. 나쁜 년.


생각이 얽히기 시작하면 피곤해지니 미안해 않기로 했다. 내 자식도 그럴 것이고 우리네 부모님들도 그러했을 것이니 나 또한 자연스러운 거라고 우기는 중이다. 면피용 발상으로 버티며 산다.



돈은 뭐 하러 보냈어?
너 아플 때 해준 것도 없는데...
미안하고 고마워.


엄마에게서 카톡이 왔다. 엄마는 사람을 미안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과연...

다음번 송금 땐 갈등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타목시펜과 신지로이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