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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연 May 31. 2024

[Review]책) 슬픔에 이름 붙이기

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들이 많아진다면?


 이 책의 추천인, 옮긴이의 말을 보면서  아이유 노래 '스트로베리 문' 가사 중 ‘바람을 새로 질러’가 떠올랐다. 노래 가사, 유튜브, 드라마나 영화 등 다양한 곳에서 생겨나는 신조어, 단어, 문장 같은 것들이 참 많을 텐데 저 가사도 새롭게 생겨난 문장이어서 한동안 기억에 남았다.  그런데 책으로 새롭게 생겨난 단어들, 감정을 더욱더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이런 책은 처음 봤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다고 보고 싶었다. 


 다만 이런 나의 단순한 생각과 다르게 이 책의 단어들은 어려웠다. 그 이유는 내가 처음 보는 단어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익숙한 영어가 아닌 단어들이 많아서 처음에는 마치 사전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아 이래서는 안돼.’라는 생각이 들었다. 딱딱하게 읽는다면 내가 이걸 통해 느낄 수 있는 게 제한적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자주, 여러 번 읽었다. 그만큼 단어들을 조금 더 친숙하게 받아들이는 게 먼저라고 보았다. 


 그렇게 조금씩 자주, 여러 번 읽다 보니 '아. 이런 감정은 이런 단어들로 표현되었구나'가 눈에 들어왔다. 사실 나도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이 무엇일지 고민했던 적이 많은데 그런 것들을 차차 보여주는 책인 것 같았다. 


 책의 많은 단어 중에서 기억에 남은 단어를 몇개 공유하려고 한다. 


1) justing (저스팅)

 한 가지만 바꾸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혼잣말을 하는 습관을 의미하는 단어라고 한다. '단지'라는 뜻의 Just와 Jousting이라는 시합과 함께 합쳐진 단어인데 just가 익숙한 단어여서 기억에 남았다. 저 시합은 말을 탄 사람들이 창을 들고 가고 각자의 창 끝을 적절하게 갖다 대면서 승리하는 시합인데 뾰족한 창 끝이 한순간의 타이밍으로 잘 맞아야 하기 때문에 이런 단어가 생긴 것 같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갖는 후회, 아쉬움, 슬픔 등이 있기 때문에 이 단어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2) leidenfreude(라이덴프로이데)

 이 책의 단어들은 읽다 보면 해리 포터에 나오는 마법의 주문 같은 이름들이 떠올랐는데 이 단어도 그중 하나이다. 독일어 Lciden(고통)과 Freude(기쁨)이 합쳐진 단어인데 나쁜 일이 일어났을 때 스스로에 대한 기대가 일시적으로 낮아지면서 느껴지는 역설적인 안도감이라고 한다. 이 감정은 내가 느껴본 적이 있기 때문에 선택한 단어인데 어떤 상황이었는지 잘 기억에 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나는 분명 이런 감정을 경험한 적이 있고 이렇게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가 있다는 것을 신기하게 봤다. 그리고 이 책의 재미를 느끼게 된 순간이었다. 


3)present-tense (프레즌트 텐스) 

 present(현재)+ tense(긴장 상태)가 합쳐진 단어이다. 내가 이 순간에 존재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긴장상태를 뜻하는 단어이다. 내가 느끼는 이 실체 없는 긴장감을 서퍼가 파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처럼 설명하는 단어가 있는 게 신기해서 기억에 남았다. 


 이 책이 점점 재미있어졌을 때는 바로 내가 느꼈던 감정을 표현한 단어가 있다는 것, 그런데 내가 언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정확하게 다 기억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오히려 더 재미있었다. 내가 만약 단어 하나하나를 보면서 감정과 관련된 모든 상황을 다 기억했으면 많이 피곤했을 것 같은데 책을 읽으면서 '아, 이 감정 뭔지 아는데. 언제 느꼈지?' 하면서 떠올려 보는 시간들이 재밌었다. 


 내 말로 설명하지 못하는 감정을 책에서 대신 풀어 헤쳐준 것 같기도 하고, 공감이 잘 안되는 단어는 '이게 대체 뭔 말이야.'하고 여러 번 읽었던 순간도 기억에 남는다. 표현의 무한함을 단어에서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책이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그럼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떠오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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