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고민이 하나 생겼다. 나이 먹는 건 어쩔 수 없다지만 나이와 더불어 나에게 찾아온 나잇살 때문이다. 난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5kg가 늘었다. 처음엔 내가 뭘 많이 먹어서 그런 줄 알았다. 그래서 커피도 맥주도 다 끊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십견으로 수영과 필라테스는 잠시 쉬는 중이라 먹는 것을 줄이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부인과 진료를 받았다. 다름아닌 갱년기 검사였고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그런데 폐경이 곧 이라는 말보다도 더 충격적인 의사의 말.
“요즘 한 5kg 늘었죠?”
‘어머, 이 분 의사야 점쟁이야?’
놀란 나에게 의사가 한 마디 더 붙인다.
“그거 나잇살이에요.”
나이가 들면 어련히 생기는 거겠거니 했지만 ‘나잇살’이란 실제 존재를 듣고 보니 신기했다. 가뜩이나 무너진 가슴에 의사는 마지막 비수를 꽂았다.
“나잇살은 운동해도 잘 안 빠져요”
‘뜨아~~’
제대로 현타를 맞은 그 날 나는 하루종일 우울했다. 배만 볼록 나온 체형. 50~60대 아줌마들의 전형적인 그 몸매가 내가 선 거울 앞에도 있었다. 원래 타고나기를 살이 많이 찌는 채질도 아닌데다 임신 중에도 배는 작은 편이었다. 그런데도 나잇살은 그런 걸 다 무시했다.
하루는 드라마를 보는 데 여주의 대사 한 마디가 나를 흔들었다.
“나잇살은 게으름을 먹고 사는 거야”
철저한 자기 관리를 안 한 탓이라는 얘기로 들렸다. 운동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나였기에 철저한 자기 관리에 실패했음은 인정! 그렇다고 이렇게 무자비하게 공격해오는 건 반칙 아닌가?
아이와 남편에게 매일 놀림을 받는 수모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면 일어나야 했다. 나잇살이 나잇값도 아닐뿐더러 나잇살로 게을러 보이는 건 더 싫었다. 걷든 뛰든 뭐든 해야 했다. 이대로 두면 무릎까지 아플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관리에 들어가보자 했더니 이번엔 추위와 폭설이 내 발목을 묶었다. 하지만 나잇살이 이겼다. 나를 아파트 커뮤니티에 있는 런닝머신 위에 세워 놓은 것이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로 이사온 지 6년이 훨씬 지나서야 첫 방문. 이젠 더 이상 ‘동안이시네요’ 라는 말에도 현혹되지 않기로 했다. 마스크에 숨겨진 무턱이 비웃을 것이기에. 코로나로 사라진 3년의 시간 만큼 노후도 급격이 당겨진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