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지 Aug 31. 2020

빵 1개에 300원이요?(feat. 빵이 주식인 나라)

빵순이의 행복했던 삶

유럽에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점을 말해보자면 ‘맛있는 빵을 저렴한 가격에’ 사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수없이 빵집 투어를 다녔던 필자(자칭 빵순이)는 4 for 1, 3 for 1이라는 문구를 보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4개에 1유로라고? 1개 4유로가 아니고?

그렇다. 단점이 있다면 어느 마트에나 있는 빵 코너를 쉽게 지나치기 힘들다. 심지어 1개에 2000원 정도 하는 포르투갈식 페스츄리 에그타르트는 3개에 2유로다. 빵 하나에 300원, 즉 4개에 1유로 하는 빵은 사진처럼 기본적인 모양을 띄고 있지만, 크기는 크고 치즈가 들어있어 풍미가 깊다.

묶음 할인이지만 아주 저렴한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물론 유럽에서 대표적인 빵인 크로와상, 뱅 오 쇼콜라 그리고 스콘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앞서 얘기한 우유 편에서 한 분이 이야기해주신 것처럼 유럽은 빵을 만드는데 필요한 주재료인 우유와 버터, 밀가루값이 저렴한 편이기 때문에 한국보다는 빵도 저렴한 편일 수밖에 없다.

평균적으로 개당 1유로 하는 가격이지만 이 역시 묶음 판매로 원하는 빵을 골라 4개에 3유로로 구매 가능하다. 가격도 부담 없는 데다 맛도 끝장나는 빵에 입맛이 길들여져 버려서 한국에서 다시 크로와상이나 뺑 오 쇼콜라는 1개 2000원 넘는 가격에 구매해서 먹는 일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식빵도 예외는 아니다. 3유로의 예산으로 큰 덩어리의 사워도우 빵이나 통밀 브레드 등을 충분히 구매할 수 있다.


일반적인 빵 코너 옆에는 달달한 디저트류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여러 종류의 파운드케이크와 브라우니, 그리고 케이크류, 머핀들도 대부분 맛있는 편이지만 사실은 지나치게 단 것들이 많다. 가끔 단 게 필요할 때면 쇼케이스에 진열된 미니 케이크나 타르트를 5-8유로 정도 가격에 먹을 수 있었다. 모두 대형 마트 안에서 판매되는 것들이지만 작은 가게들과 연계해 이곳에 납품하는 방식으로 밑에 사진에 보이는 빵들은 대부분 ‘홈메이드’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특히 케이크는 유통기한도 짧고 하루에 정해진 수량이 있기 때문에 인기 있는 제품들은 빨리 빠져나가 먹고 싶은 게 있다면 타이밍을 잘 잡는 게 중요하다.


진짜 집에서 만든듯한 사과파이는 입 안에 군침을 돌게 한다. (같이 일하는 동료가 몇 번 어머니가 직접 만들어주신 사과파이를 가져다주어 맛보았는데 모양도 맛도 비슷하다) 어디 마트에나 이 사과파이가 빠지지 않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많이 즐겨먹는 대표적인 빵이라고 짐작해본다.


마트에서 판매되는 공장에서 만든 빵도 빠질 수 없다. 식빵뿐만 아니라 롤케이크, 와플, 머핀, 파운드케이크, 팬케이크 등 선택지가 많아서 고르기가 어렵다. 식빵은 보통 1유로(절반 아님 통으로), 사워도우 식빵은 1.5유로 정도(더 많이 먹을 수 없는 내가 슬퍼지게 만드는 가격)이며 오히려 첨가물이 더 많이 들어간 디저트류 빵이 가격이 높았지만 그래도 2-3유로대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빵들은 경험상 썩지 않는다. 즉 첨가물이 많이 들어있다는 걸 쉽게 느낄 수 있다. 유통기한이 6월까지 였던 와플은 8월이 훌쩍 넘어서까지 멀쩡해 보여 맛을 보았더니 여전히 맛있었고, 덜 달겠지라고 골랐던 당근케이크는 한 입 먹자마자 너무 달아서 미간이 좁혀질 정도였다.




빵을 먹어도 살이 많이 안 찌는 이유

우리나라에선 밥이 주식인 것처럼 빵이 주식인 유럽에서는 고기에도 빵, 샐러드를 먹어도 빵이 빠지지 않는다. 흔히 빵을 먹으면 살이 찐다.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빵을 주식으로 하는 유럽에서는 왜 생각보다 비만인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코로나 판데믹으로 락다운이 시작되고 한동안 찾기 힘들었던 것은 밀가루였다. 그리고 당시 유럽 안에서는 홈베이킹과 천연발효종 만들기가 달고나 커피 만들기처럼 유행했다. 코로나 판데믹으로 각자 집에서 베이킹 실력을 늘렸고, 자기만의 천연발효종을 만들어내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할 것 없이 매분 초마다 직접 구워낸 빵 사진을 올렸다.

락다운 이후로 치솟은 베이킹관련 검색량(구글)


https://www.euronews.com/2020/04/18/why-are-so-many-of-you-baking-bread-during-the-coronavirus-lockdown


빵을 주식으로 먹는 유럽에서는 빵 반죽에 천연발효종을 넣고 통밀 또는 호밀을 섞어 만든 빵(사워도우 브레드:Sourdough bread)을 주로 먹는데 달지 않고 신맛을 내며 담백한 맛이다. 천연발효종은 말 그대로 대표적인 발효식품이다. 유럽에서는 천연발효 빵과 다른종루의 발효 음식(치즈, 요구르트)을 먹어 살이 쉽게 찌지 않고 많은 양을 먹지 않는다. 또한 신맛을 내는 산 성분은 빵의 글루텐 조직을 연화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빵을 먹으면 소화가 잘 안 되는 사람들도 천연발효 빵을 먹으면 속이 편안하고 소화가 잘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https://mnews.joins.com/article/23616366#home

우리나라에도 한때 천연발효종의 열풍이 불면서 사워도우는 사람들에게 많이 익숙해졌다. 그러나 담백한 빵보다는 여전히 달고 부드러운 식감의 빵이 더 인기 있는 편이다. 유럽에서 1년 가까이 지내면서 빵과 다른 음식을 함께 먹다 보니 일반적인 부드러운 식빵보다는 사워도우 식빵을 주로 먹었고, 담백한 맛의 빵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물론 크로와상, 스콘, 뺑 오 쇼콜라도 참 많이 먹었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최근에는 프로틴 빵, 버터와 계란을 넣지 않은 비건 빵, 그리고 글루텐프리 빵 등 더 건강한 빵 열풍이 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젠 빵이 간식과 주식의 경계를 나누지 않는 추세이고 더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여기저기서 모색하고 있는 듯해서 앞으로는 더 건강한 빵을 어디서나 맛보게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간식이 아닌 식사대용의 빵. 빵순이는 참 행복했고, 앞으로도 더 건강하게 행복할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유럽의 색다른 통조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