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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다쟁이 제이 Mar 18. 2020

첫 신혼집의 기억

200318

결혼 후 두 번째 집으로의 이사를 보름가량 앞둔 시점에서

지금 현재 2년째 살고 있는, 첫 신혼집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자 한다.


각각 광화문과 서대문이 직장인 우리 부부는 연애시절 각자의 오피스텔에 살 적부터 공덕 주민이었다. 나 3년, 남편 1년. 둘이 300m 거리. 

그렇기에 신혼집 역시 공덕으로 정하는데 아무런 이견이 없었는데,

근처 아파트 두세 곳 중 고민하다

동일 면적 타 아파트 대비 넓은 거실과 거실·부엌 일체형 구조, 그리고 탑층의 쾌적한 전망에 반해 지금 집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24평 확장형 아파트
이 집의 큰 장점인 탁트인 전망과 남산타워뷰


장점이 많은 집이지만, 그럼에도 처음 집 모양새는 다소 심란했다.

7년 차 아파트. 입주 후 별다른 관리를 거치지 않아 그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내부. 촌스러운 무늬 벽지에, 그마저도 에어컨 구멍을 가리기 위해 아무렇게나 덧붙인 자국. 노랗다 못해 아주 샛노란 오크색 마감. 예쁜 신혼집 꿈에 부풀어있던 내 눈에 거슬릴 수밖에 없는 모양새들.


전셋집이라 고치기도 제한적이고 또 비용 부담도 있던 우리는 자비로 벽지만 새로 하기로 했다.

 (물론 집주인에게 일정 부분 비용분담을 제안해보았으나 가차 없이 거절당했다. ^^; )



도배 후 한결 깨끗해진 집 내부


전문 인테리어 컨설턴트와의 상담과 추천을 통해 적절한 배색과 조합을 고민할 줄 알았지만, 실상은 '자, 여기 책자 있으니 알아서 고르세요'.

별다른 고민 없이 도배집을 방문했던 우리는 제한된 선택지안에서 적당히 골랐는데, 지금 보면 옐로우오크의 마감재와 매치하기엔 좀 더 연한 톤이 나았을텐데-싶다.


그렇게 도배를 마치고 하나씩 가구와 가전을 배치하고, 결혼식을 올리고, 함께 신혼생활을 하며 모양새를 잡아가면서 현재는 아래와 같은 집이 되었다.



거실의 모습


거실의 메인 아이템인 소파는 과감하게 블루 컬러로. 일반적인 블랙, 브라운이 아닌 비비드한 컬러의 소파가 내 로망이었다. 스크래칭 좋아하는 고양이가 함께 사는 만큼 소재면에서 많은 고민을 했는데, 결국 긁힘에 강한 신소재의 아쿠아릭 소파를 두는 걸로.


맞은편엔 집의 오크톤 마감재에 맞추어 베이지대리석&오크 조합의 본톤 거실장을 두고 그위에 TV를 올려놓는 걸로. 그간 만족스럽게 잘 쓴 거실장은 다음 이사 갈 집의 컨셉에 맞지 않아 다른 이에게 넘기고 가려한다.



거실 창가의 모습


거실의 내 최애 공간 창가. 특별히 클로즈업 사진으로.

최근(지난 11월) 테이블과 의자를 새로 사서 거실 창쪽에 놓았다. 볕이 잘 드는 자리라 더욱 맘에 든다.

내 놀이공간이자 종종 자리를 옮겨 TV 보며 쓰는 간이식탁 용도로 아주 잘 쓰고 있다.

테이블 맞은편은 베란다로 통하는 문으로, 베란다는 창고용도로 쓰이고 있다.



주방의 모습


다이닝 공간이 별도로 없는 주방이라 식탁 없이 아일랜드에 높은 의자를 두어 쓰고 있다.

별다른 장식 없는 우리 주방의 포인트는 유리병으로 통일한 오일병과 소스병. 매번 채워놓는 게 일거리이긴 해도, 가지런히 정렬된 모습에 볼 때마다 뿌듯하다.


그간 차려먹은 밥상샷도 추가



침실의 모습.



핑크핑크한 신혼 침실.

주문 제작한 호두나무(월넛) 프레임과 협탁에 미국서 직구한 시몬스블랙 카트리나 유로탑 매트리스, 그리고 블루그레이톤의 알레르망 침구를 놓았다. 벽지가 핑크색이지만 짙은 가구 컬러와 차분한 톤의 침구를 매치해 과해 보이지 않는 듯하다. :)

장식적 요소를 더할 겸 꽃 그림 2점과 여인초 화분, 단스탠드 조명도 두었더니 한층 분위기가 아늑해졌다.



현관. 그리고 거실로 이어지는 짧은 복도


나머지 방들은 현관 쪽에 위치해있다.

방앞에 거실과 이어지는 짧은 복도에는 그림액자를 두어 현관서 들어오며 바로 보이게끔 하였다.



드레스룸과 세탁실


중간방. 방 전체를 드레스룸으로 쓰고 있다.

양쪽 벽에 11자로 행거를 두어 옷을 정리하고, 계절이 다른 옷들은 다른 방의 옷장과 리빙박스에 정리해 넣었다.

거울 옆으로는 세탁실로 통하는 베란다 창이 있어 동선이 무척 편리하지만, 약간 춥다는 단점이 있다.




작은방

 

취미방으 쓰고 있는 작은방.

주로 남편 게임과 내 악기레슨용으로 쓰는데, 남편은 왜인지 이방을 자기 방이라 부르며 남다른 애착을 보인다. ㅎㅎ

이방엔 남편이 자취 적부터 쓰던 책상에 책장 하나를 놓는 걸로. 처음엔 책상을 창을 보게 두었었는데, 열린 방문으로 게임하는 남편 뒤통수를 보고 있자니 영 맘에 안 들어-_- 방향을 바꿔보았다. 공간은 더 차지하지만 이쪽이 맘에 든다.




거실 욕실


집 평면도에선 욕실이 두 개로 되어있지만, 분양 당시 안방의 것을 창고로 고쳐놓아 실제론 거실 욕실 하나다.

나중에 집 내놓을 땐 이게 큰 단점으로 작용하더라. (난 별 불편 없이 잘 썼는데...)

거실 욕실은 욕조형으로, 몸 담그는 목욕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에게 제격이었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음료 마시고 놀며 기분 내기에 딱. ㅎㅎ



여기까지가 첫 신혼집의 다소 늦은 소개.

이사 갈 날 다되어서 소개하는 것이 너무 아이러니하다. ㅎㅎ


그토록 기다리고 고대했던 다음 집으로의 이사지만

막상 갈 준비를 하자니 지금 집이 괜히 더 애틋하고 아쉬워진다. 참 정도 많이 들었고 애정도 듬뿍 쏟은 집이었는데. 첫 신혼 2년. 이 집에서의 기억을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거다. 잊을 수 없을 거다.


집은 공간 그 이상의 의미.

그래서 이야기한다. 집은 인연이라고.

내가 이 집과 만났던 것은 단지 2년 산 것을 넘어 나와 이 집이 깊은 인연을 맺은 거였다고

고맙고, 고맙고, 고마웠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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